[안대용의 현장에서] 관행은 핑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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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역사는 유구하다.
차떼기 사건이니, 돈봉투 사건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색하기는커녕 '또?'라고 되묻게 되는 것도 반복된 역사 때문이다.
이 사건 의혹이 더 증폭되고 있는 건 당시 금품 살포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인 당선을 목적으로 한 금품 제공이 죄가 되는 건 법이 정하고 있을뿐더러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돈봉투 사건'에서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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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역사는 유구하다. 차떼기 사건이니, 돈봉투 사건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색하기는커녕 ‘또?’라고 되묻게 되는 것도 반복된 역사 때문이다. 법률가들은 물론 직업 정치인들도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에 규정된 처벌 조항을 정확히 아는 이가 드물다고 한다. 때마다 반성적 결과물이라고 법률에 눌러 담긴 했는데 덧대는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혼탁했던 정치사만큼 복잡해진 것이다.
또다시 돈봉투 사건이 화두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금품이 살포됐다는 의혹 사건이다. 검찰이 최근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선 후 관련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압수수색 영장에는 민주당 현역 의원 2명을 포함해 9명이 피의자로 적혔다. 검찰은 이 9명이 당시 송영길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될 수 있게 지지를 얻기 위해 현역 국회의원, 지역본부장, 지역상황실장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주는 데 가담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 사건 의혹이 더 증폭되고 있는 건 당시 금품 살포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인데 언론을 통해서도 일부 내용이 보도됐다. 검찰도 이 녹음파일이 이번 사건 수사의 결정적 단서라고 설명한다. 실제 조직적인 매표행위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책임규명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과 동떨어진 발언도 여전히 반복됐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진짜 소위 말하는 기름값, 식대, 이런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 이후 논란이 일자 정 의원은 “실언을 한 저의 불찰을 반성한다”며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정치활동에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금품 살포가 합리화되거나 관행으로 용인될 순 없다. 정당 내부 행사든, 비교적 적은 금액의 실비든 마찬가지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인 당선을 목적으로 한 금품 제공이 죄가 되는 건 법이 정하고 있을뿐더러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돈봉투 사건’에서도 확인됐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넨 혐의(정당법 위반)로 2012년 2월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 3명은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고 최종 확정됐다. 박 전 의장 등은 재판에서 교통비, 식비 등 실비 제공 관행에 따른 것이었을 뿐 대의원들의 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돈으로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침해해온 관행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어떤 일이 문제가 됐을 때 관행을 핑계로 대는 건 손쉽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반복은 관행이 아니라 퇴행이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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