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전인지처럼 녹아들어라'…LPGA 셰브론 챔피언십 후기
[골프한국] 전인지(28)는 미국 LPGA투어에 진출한 한국선수 중 미국 골프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 중 하나다. 빼어난 외모와 우아한 스윙, 팬들과의 교감능력으로 주변엔 늘 그의 팬들이 몰려든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일본에서도 그랬다.
그가 JLPGA투어에서 활동할 땐 일본 팬들이 '플라잉 덤보(Flying Dumbo)'라는 애칭까지 붙여가며 그의 매력에 빠졌다. 덤보는 월트 디즈니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주인공 아기코끼리 이름이다. 처음 서커스에 출연하는 날 큰 귀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한 뒤 따돌림을 받으며 지내다 생쥐 친구를 만나 용기를 얻어 커다란 귀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그의 팬들은 '플라잉 덤보' 캐릭터가 새겨진 셔츠와 모자를 쓰고 그를 응원할 정도로 그의 매력에 빠졌다.
그가 2016년 LPGA투어에 진출한 이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골프팬들의 눈과 가슴을 훔쳤다. 2015년 LPGA투어 비회원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LPGA투어에 진출하자마자 메이저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따내며 그해 신인상을 거머쥐어 강한 인상을 남겼다.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이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더 클럽 칼튼 우즈클럽에서 베트남계인 릴리아 부(25)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때 김아림이 에인절 인과 함께 공동선두에 오르기도 했으나 양희영, 아타야 티티쿤, 발렌주엘라 등과 함께 8언더파 공동 4위로 마쳤다.
대회 시작 전 리디아 고, 넬리 코다, 고진영 등 세계랭킹 1~3위 간의 랭킹 경쟁과 전인지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4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획득하는 것) 달성 여부에 미디어의 초점이 맞춰졌었다. 넬리 코다가 공동 2위로 선전했고 고진영도 공동 9위로 톱10에 들었지만 리디아 고는 컷 탈락했다.
전인지는 최종합계 2언더파로 공동 18위에 머물렀으나 의미 깊은 홀인원으로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전인지는 23일 열린 3라운드 파3 17번 홀(164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는데 그린 위로 떨어진 공은 약 4m를 굴러 홀로 사라졌다. 그의 LPGA투어 첫 번째, 골프 경력에서 여섯 번째 홀인원이다.
전인지의 공이 홀컵 속으로 사라지자 갤러리들은 "채리티 걸"을 외치며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마침 이 홀 홀인원엔 100만 달러의 기부금이 걸려 있었다. 스폰서인 셰브론이 100만 달러를 내고 이 돈을 LPGA 재단과 걸스 골프 휴스턴을 포함한 여러 재단에 기부한다. 셰브론은 이 홀에서 버디가 나올 때마다 1만 달러를 기부금으로 따로 내놓았다.
전인지가 기부를 많이 하고 자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이미 미국에선 잘 알려진 사실. 전인지는 2015년 LPGA투어 비회원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대회가 열린 랭커스트 지역 학생들의 장학금을 위해 전인지 랭커스터 컨트리클럽 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물건을 사면 이틀 행복하고 사람을 도우면 20년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한 그는 값진 기부와 자선의 가치를 생활로 실천하고 있다.
전인지가 올 3월 '벨로시티 글로벌 임팩트 어워드'의 첫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LPGA투어는 경영 관련 종합 컨설팅기업인 '벨로시티 글로벌'의 후원을 받아 장학재단을 설립, 활발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한 선수를 팬 투표로 선정, '벨로시티 글로벌 임팩트 어워드'를 시상하는데 전인지가 리셋 살라스와 머라이어 스택하우스를 제치고 첫 수상자가 된 것이다. 이 상을 신설한 벨로시티 글로벌은 전인지와 랭커스터 재단에 각각 10만달러를 전달했다.
전인지를 대하는 골프팬들의 반응을 보면 LPGA투어와 JLPGA투어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귀중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인기 있고 사랑받는 선수가 되려면 좋은 기량, 스포츠맨십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퍼포먼스, 갤리러나 동반자 또는 미디어와의 소통능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와 기회를 준 사회에 대한 감사의 표현만큼 골프팬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없을 것이다. 소금이 녹아 물과 하나가 되듯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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