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차단 총력…서울시, 가담 공인중개사·무자격자 등 10명 입건

지난 17일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한수빈 기자

부동산컨설팅 업체 직원 A씨는 신축빌라 임대 광고를 보고 찾아온 청년 B씨를 이사비 300만원 지원으로 현혹해 전세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빌라 보증금은 시세보다 비싼 2억4900만원으로 ‘깡통전세’였다. A씨는 이 거래를 중개한 대가로 임대인(건축주)에게 1800만원을 받았다.

무자격자인 A씨는 자신을 대신해 전세계약서를 대필한 공인중개사 C씨에게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후 빌라 소유권은 바지 임대인에게 이전됐고, 새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하면서 빌라는 압류됐다. B씨는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상태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와 올해 1~3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 공인중개사무소들을 조사해 자격증 대여 등 불법행위 72건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전세사기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무자격자 등 10명은 형사입건했다.

전세 관련 불법행위는 주로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빌라 가격을 부풀려 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인중개사 등은 위험을 알면서도 성과보수 등을 노려 불법 중개에 가담했다.

서울시는 중개사 자격증 대여와 무자격자 광고 적발 등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다른 중개사가 대필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고용인을 신고하지 않은 사무소,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없이 거래한 경우 등 11건은 업무정지 처분했다. 중개대상물 표시를 허위로 하거나 확인설명서가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 등 18건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피해 사례를 제보받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집중 수사를 통해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공인중개사 6명과 중개보조원 4명 등 총 10명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형사입건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처음 자취를 하는 대학생이나 취준생 등 청년층이었다. 범행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져 부동산컨설팅 업자 등이 개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서울시는 2021~2022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사고 물건을 계약한 공인중개사무소와 악성 임대인 목록을 대조해 이들 소유 주택을 2회 이상 중개한 중개사를 다음 달까지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해당 물건도 점검 대상이다.

사회 초년생들이 부동산 계약 전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창구도 만든다.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는 전셋값 적성성과 계약서 작성법 등을 경험이 많은 현직 공인중개사가 안내한다. 가상공간 ‘메타버스 서울’에는 오는 9월까지 부동산 계약 체험 서비스가 구축된다. 계약 과정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고, 가계약비 송금 전 유의사항 등 확인 사항과 확인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설명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여러 차례 점검 활동으로 업자들이 얽힌 조직적 피해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불법 중개행위 근절을 위한 철저한 점검과 단속을 지속해 투명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부동산 불법행위 수사는 제보가 결정적인 만큼 관련 행위를 발견하거나 피해를 본 경우 서울시 홈페이지 등으로 적극적으로 신고·제보해줄 것도 당부했다.

인천시도 오는 5월 말까지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인천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지난해 2건 이상의 전세사기가 발생한 공인중개사 104곳의 명단을 받아 이를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