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거부않는 기혼자 잡는 게 현실적 해법 [70th 창사기획-리버스 코리아 0.7의 경고]

2023. 4. 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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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사와 미호 일본 인구동향연구부장
“희망출산율·고령화 정책 함께 짜야”

“결혼·출산이 취미보다 좋아야죠.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육아가 즐겁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은 아니죠. 힘들고, 책임감은 높고. (이런 상황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과 한국 두 이웃 국가는 저출산 문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인구연구소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소속 이와사와 미호(岩澤美帆) 인구동향연구부장은 지난달 헤럴드경제와 만나 “한국과 일본은 사람들의 생활변화로 출산율이 하락한 경우이지만 다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사와 부장이 소속된 인구동향연구부는 미래 일본 인구를 예측하는 부서다. 최근 “30년 뒤에는 일본 인구 10명 중 4명이 노인이고, 어린이는 1명에 불과하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전망보다 현실이 더 빠르게 바뀐다”고 짚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 0.78명’ 통계는 이와사와 부장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는 “일본도 하락세지만 한국은 급속도로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 사람들의 생활패턴에 맞춰 저출산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한국 정부가 정책을 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유독 하락세가 빠른 이유로는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를 꼽았다. 한국은 신기술이나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선진국의 성평등의식, 복지제도에 대한 수요도 높다는 것이다. 이와사와 부장은 “영화나 TV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청년들이 인종차별 금지,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생각이 바뀌면서 결혼과 출산이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처럼 됐다”고 말했다.

인식이 변한 데다 즐거움을 주는 것도 많아졌다. 넷플릭스, 해외여행 등 취미생활의 폭도 넓어지고 일에서 느끼는 보람도 중요해졌다. 이와사와 부장은 “사실 인구학적으로 1인가구보다 결혼가구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안정적”이라며 “하지만 출산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자신을 즐기는 쪽으로 삶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이와사와 부장은 ‘희망 출산율’을 강조했다. 희망 출산율은 성인 남녀가 돈·시간 제약이 없다면 낳고 싶은 자녀의 수를 뜻한다. 5년 전 일본에서 집계했을 때는 1.8명이었다. 합계출산율보다 높은 수치다. 그는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은 나와야 하지만 나머지 0.3명은 외국인 유입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희망 출산율이 1.8명이나 된다는 건 정책으로 해결 가능한 인구가 있다는 것이다. 1.8명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 출산율을 꺼내 든 중요한 이유가 있다. “독신 희망 인구에게 저출산 정책은 소용없다”며 이와사와 부장은 계산기를 꺼내며 직접 예상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전체 인구 중 기혼자 혹은 결혼 희망자가 70%라고 가정해보자. 이들이 1.5명을 낳는다는 단순계산을 하면 ‘0.7X1.5=1.05명’이 된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무자녀 기혼 인구’가 늘어날 경우 인구는 급격히 감소한다. 기혼자 혹은 결혼 예정자의 심경 변화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와사와 부장은 “독신 인구가 늘어 기혼자가 60%가 되면 0.9명이다. 하지만 기혼자 혹은 결혼 희망자가 70%인 상황에서 자녀를 한 명만 낳으면 0.7명이 된다”며 “나는 후자가 한국 상황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완전히 거부하지 않는’ 기혼자를 잡는 것이 현실적인 저출산해법이라는 게 이와사와 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결혼이 늦어지는 건 전 세계 공통 현상”이라며 “다만 이들이 30대 후반, 40대가 돼도 결혼을 안 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본도 30대 후반 출산율이 늘면서 출산율이 일부 반등했다.

이와사와 부장은 “한국 정부 주도로 희망 출산율을 구체적으로 추산해야 한다”며 “이와 별개로 고령화 사회 진입을 고려한 정책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제안하고 싶다. 가족이 노인을 돌본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회가, 지역이 돌봐야 한다. 지금이 고령화 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고령화 정책의 예시로 들었다. 해당 제도 덕분에 지역마다 노인을 돌보는 직원이 있어 가족의 부담을 덜고 있다. 끝으로 이와사와 부장은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같을 순 없겠지만 서울에 고학력자 노인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분들이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도쿄=김빛나·신혜원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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