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귀국일...이재명 ‘돈봉투’ 언급 없이 “우리 양보에 대한 日 상응조치 어디 있나”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일인 24일에도 이재명 대표는 해당 사안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정부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대일 굴욕외교가 일본의 역사 도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며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곡물을 봉납하고, 90여명의 국회의원이 단체 참배를 강행했다고 한다”고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퍼 줄대로 퍼줬지만 돌아온 것은 교과서 왜곡, 독도 침탈, 야스쿠니 집단 참배 같은 도발뿐”이라며 “우리의 양보에 대한 일본의 상응조치는 대체 어디에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그런데도 정부는 오늘부터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복원시키로 했다고 한다”며 “선물 주고 뺨 맞는 굴욕외교로 국민 자존심은 상처를 입었다”는 말로 정부의 대일 외교와 관련한 근본적인 재점검을 강력히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여당이 전세사기 사태에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정부가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은 칭찬하지만, 핵심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부자들을 위해 수십조씩 세금 깎아줄 돈은 있어도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서 공공매입할 돈은 없다는 말인가”라고 반응했다.
계속해서 “당장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들에게 돈 빌려줄 테니 집 사라고 하는 것은 온전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지금 필요한 건 피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피해자를 우롱하는 엉터리 대책 그만두고 선(先) 구제 원칙을 바탕으로 사회적 재난에 걸맞은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늘 당장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책을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은 지난 주말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힌 데다가 같은 날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귀국이 예정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됐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 그랑제콜(ESCP·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에서 머물러온 송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차례 억울함을 드러내며 무고함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내년 총선 악재를 우려하는 당 안팎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자 끝내 백기를 든 양상이다.
당 대표 시절 이른바 ‘부동산 의혹’으로 당내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전례가 있어 같은 원칙이 자신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알려졌다. 더불어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한 돈 봉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하자, 거취 결단과 조기 귀국으로 정면 돌파 시도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송 전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2일 파리 기자회견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당을 위해 부담을 감수하고 고군분투하여 이겨내신 열두 분의 의원님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당시 탈당 권유를 한 의원들에게 최근 개별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송 전 대표의 정치적 명운은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배에 달리게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송 전 대표 기자회견을 ‘꼬리자르기’라며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핑계와 꼼수만이 가득한 한 편의 ‘국민 분노 유발극’이었다”며, “‘정치적 책임’을 운운했지만 결국 국민이 아닌 민주당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할 일 다 했다는 듯한 꼬리자르기 탈당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여전히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 등 변명으로 일관하는 답변은 이재명 대표 과거와 데칼코마니”라며 “측근들의 죽음에도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재명 대표가 코칭을 해준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 지경이다. 이래서 ‘이심송심’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민찬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민주당 내부 반응에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도 한가롭게 프랑스 파리를 거닐던 송영길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이 가관”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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