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의 부캐 플레이로 무게감 덜어...이번에 못다한 이야기 다음 시즌에

2023. 4. 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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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2'가 흥행을 거둔 것에 대한 소감은.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을 내 이야기라고 느껴야 복수도 통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즌3 제작에 대한 생각은.

시즌2에서 시즌1의 박양진 같은 인상 깊은 빌런이 탄생할 수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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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2 제작발표회 나선 이단 감독(왼쪽에서 3번째)

-‘모범택시2’가 흥행을 거둔 것에 대한 소감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분노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현실에도 김도기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즌2를 만들었다.

-‘모범택시2’ 연출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이번 시즌은 도기의 부캐(부캐릭터) 플레이에 집중하게 하면서 시즌1의 무게감을 덜어냈다. 피해자들의 사연이 심각할수록 도기를 더욱 신명나게 활약하게 하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냥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의뢰인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물이다.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을 내 이야기라고 느껴야 복수도 통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해자들이 내 주변의 사람처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 배우 캐스팅도 인지도는 낮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다. 극중 장소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잘 묻어 있는, 현장감이 있는 장소를 선택했다.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규모가 큰 액션 장면 촬영은 위험하기 때문에 늘 스토리보드 작업을 먼저 했다. 주인공이 택시 기사이다 보니 차로 할 수 있는 액션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모범택시도 일반 주행용 택시와 액션용 택시를 따로 제작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2회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원래는 베트남의 운하에서 이뤄지는 보트와 오토바이의 추격 장면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다 마쳤는데 (제작진 중 일부가) 코로나에 걸려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다시 찍느라 스탭들이 고생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15회에서 도기가 교도소에서 많은 죄수들을 물리치고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장면이다. 그 때 도기의 표정을 보고 경탄했다. 이 모든 싸움에서 살아남아 악인을 향해 걸어가는 도기. 강인하지만 사실은 나약한,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울분을 등에 업고 걸어가는 도기의 일생이 다 들어가 있는 표정이라 느꼈다. 그때 이제훈 배우에게 “어떻게 이런 표정이 나와요?”라고 물었더니, “모범택시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라고 답하더라.

-이제훈을 비롯해 김의성(장 대표 역), 표예진(고은 역) 배우 등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보통 배우는 감독의 ‘액션’ 콜에 연기를 시작해서 ‘컷’에 연기를 끝내고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제훈 배우는 ‘컷’과 ‘액션’ 사이에도 내내 김도기였다. 그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은 이 배우가 살려줄 때가 많았다. 액션 장면에 대한 열정도 넘쳤다. ‘나를 굴려도 좋고 매다 꽂아도 좋다’는 톡을 보낼 정도다.

김의성 배우는 모범택시2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대본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어려움을 만나 헤매면 연륜에서 우러나온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 개인적으로 김 배우가 나오는 2화 후반부 장면을 좋아한다. 원래 그 장면에 장 대표가 안나오는데, 아버지처럼 무지개운수 식구들을 바라봐주는 모습을 따뜻하게 연기해줘서 뭉클했다.

표예진 배우는 시즌1보다 성숙해진 고은의 모습을 보여줬다. 해커이다 보니 콜밴 안에서 주로 활동해 혼자 모니터만 보면서 연기하는 게 답답했을텐데 표 배우가 잘 살려줬다. 특히 빌런과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고은의 감정이 시청자들과 같은 박자라 공감을 위해선 고은의 눈빛이나 숨소리가 중요했는데, 표 배우가 정말 잘 해줬다.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배우다.

-시즌3 제작에 대한 생각은.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이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나이를 먹으며 시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시즌제 드라마 제작은 충분히 반가운 일이다. 이번 시즌에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어서다. 다만 주연 배우들과 작가 등 모두 함께 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즌3가 제작된다면) 여러 시즌을 관통하는 보다 길고 큰 서사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처럼 2회씩 에피소드가 바뀌는 구성은 속도감 있게 전개하기는 좋지만, 빌런을 소개하기에 시간이 짧아 사건의 개연성도 다소 떨어진다. 시즌2에서 시즌1의 박양진 같은 인상 깊은 빌런이 탄생할 수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규모 있는 프로듀싱도 필요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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