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대신 돌멩이 품었던 독수리… 진짜 아빠가 된 사연
짝짓기를 하지 않아 아빠가 될 수 없음에도 알 대신 돌멩이를 소중하게 품어 이목을 끌었던 미국 흰머리수리가 ‘진짜 아빠’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때마침 어미를 잃은 새끼 흰머리수리가 구조됐기 때문이다.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의 세계 조류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수컷 흰머리수리 ‘머피’는 지난달부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올해 31살이 된 머피는 태어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심각한 다리·날개 부상을 입고 보호소에 들어왔다.
30년을 이곳에서 지낸 머피가 갑자기 화제가 된 건 독특한 행동 때문이다. 머피는 지난달 8일부터 땅에 둥지를 만들더니 그 안에 돌멩이를 넣고 이를 알처럼 품기 시작했다. 짝짓기를 하지 못해 아빠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돌멩이를 소중하게 품는 부성애 가득한 모습이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자아냈다.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보호소에서 암컷을 만나지 못했던 머피는 최근 ‘진짜 아빠’가 됐다. 지난 2일, 폭풍우에 어미를 잃은 새끼 흰머리수리 한 마리가 구조돼 보호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머피와 구조된 새끼를 안전하게 합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머피는 새끼 흰머리수리의 아빠로서 육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다만 머피와 구조된 새끼를 합사시키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머피가 자신이 품고 있던 돌멩이를 실제 알로 인식해, 직원이 조금만 가까이 다가와도 극도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이에 직원들은 돌멩이를 떼어놓지 않고 통째로 함께 옮기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머피가 새끼에 거부 반응을 보일까봐 우리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머피는 초반에는 새끼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다가가 먹이를 먹여주며 아빠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돌멩이도 품지 않았다. 현재 구조된 새끼는 머피와 함께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머피는 보호소 내 ‘스타’가 됐다. 보호소 측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머피의 근황 게시물에는 “돌멩이가 기적적으로 부화했다” “특별한 부성애를 갖고 있는 머피” “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등 응원 댓글이 달리고 있다. 머피와 새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 등 굿즈가 판매되고, 전문 사진 작가가 화보를 찍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네티즌이 머피 사연을 담아 제작한 웹툰도 올라왔다.
보호소 측은 “머피가 한 번도 새끼를 길러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망설여졌지만, 돌멩이를 품는 부성애를 보고 머피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믿음만 있다면 돌멩이가 실제 알이 될 수 있다”며 “한번도 자식을 키워본 적 없는 머피에게 구조된 새끼를 붙여준 건 확실히 도박이었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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