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 내가 바로 '부산 갓생러'
부산시 갓생림픽(갓생+올림픽) 선정 11인의 '갓생 스토리'
[더팩트ㅣ부산=김신은·조탁만 기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기, 하루 30분 이상 걷기, 하루에 영어 단어 10개씩 외우기. MZ세대를 중심으로 '갓생 살기' 열풍이 유행을 넘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갓생'은 'God(신)'과 인생의 '생(生)'을 합성한 신조어로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꼬박 실천하면서 소소한 성취감과 활력을 얻는 것이 핵심이다.
부산시가 '갓생림픽(갓생+올림픽)'을 열고 부산을 떠나지 않고 부산에 남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갓생러' 11명을 선정했다.
이들의 '갓생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월세 7만 원 반찬가게에서 '아기 김치' 브랜드 대표로.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하고 사업가로 성공한 '얼라맘마' 김라희 대표. 전통시장에서 월세 7만 원짜리 반찬가게로 장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만든 '아기 김치'가 인기를 얻자 하루에 3시간씩 자며 반찬가게를 김치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현재는 매출 10억 원 이상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생애 처음으로 이사하지 않아도 되는 집을 어머니에게 선물해드렸다.
"부산에서 비슷한 꿈을 꾸는 분들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싶어요. 부산의 향토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신발을 좋아하던 소년, 나이키 인정을 받기까지.
'에어조던1'이 탄생한 도시 부산에서 태어난 것은 '쥬티풀스튜디오' 김병희 대표에게 운명 같은 일이었다. 신발을 좋아해서 용돈을 모아 신발만 사던 소년이 이제는 '부산에서 신발을 만드는 일을 문화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며 커스텀 신발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좋아하는 일을 택해서일까. 열정적인 노력에 보상이라도 받듯 지난해 7월 포틀랜드 나이키 본사로부터 샘플 요청을 받았다.
"신발을 만드는 행위 자체를 문화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부산 신발산업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어요."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울을 가야 한다'라는 말은 고정관념.
"가방끈이 많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라라 영어회화 학원' 강지호 원장은 '서울 상경'이라는 꿈을 갖고 부산을 떠나 여러 가지 경험과 도전을 했다. 그러다 '서울에 사는 것만이 성공한 것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얻고 부산으로 다시 돌아와 창업에 성공했다. 현재는 영어회화 학원을 운영하며 학원 내에 청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운영, 영어를 통한 청년자립에 힘쓰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울을 가야 한다'는 케케묵은 공식을 깨고 부산에서 훨씬 자유롭고 멋지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위대한 것은 매우 작은 건들의 집합체.
부산말로 '하고재비'인 이채원 씨는 플로깅(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 단체인 '와이퍼스' 부산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교육, 강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중이다. 원래 직업은 역무원이지만 남는 시간 틈틈이 지역 청년들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지역의 숨은 스토리를 발굴하고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가 환경과 문화를 즐기는 만큼 미래 세대도 똑같이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거예요"
◆부산에 미친 '원도심 덕후' 선생님.
부산 원도심에서 태어난 혜광고등학교 김성일 교사는 원도심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주민, 학생들과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골목의 한 서점이 재개발 위기에 처하는 일이 있었는데, 김 교사와 시민들의 원도심 애정에 감동한 건설사 대표가 오피스텔 계획을 철회하고 서점을 보전하겠다고 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 교사는 보수동 공공커피로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 영상도 학생들과 함께 제작하고 있다.
"부산 원도심의 무한한 가치를 알리고 확산시키고 싶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원도심을 알리는 일 모두 계속 노력할 거예요."
◆포기를 모르는 가수 겸 한의사.
어릴 적 심한 천식으로 제대로 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한 맑은휴한의원 이광호 원장. 20대는 1년을 제외하고 아토피로 고통받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한의사가 됐고, 현재는 유명 연예인들의 주치의기도 하다. 부산으로 진료를 받으러 오게 하겠단 의지가 굳건하다. 이 원장의 또 다른 꿈은 가수다. 가수가 되고 싶어 도전하던 중 성대결절로 고생했지만, 스스로 약을 개발해 치료에 성공했다. 현재는 노래하는 한의사로 활동 중이다.
"후두염 치료의 표본을 만들고 싶어요. 모든 지식을 오픈하고 누구나 성대결절에 대한 이해도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한복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세계로.
한복을 만들던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받아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국외에서도 전통의상을 알리는 일에 도전하고 있는 '랑(RANG)' 김이랑 대표. 현재 신라대학교 패션디자인학부 겸임교수와 김현숙 우리옷문화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가업을 이어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우리 옷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서 강의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두 번째 목표는 평생 교육 시설을 설립하는 거예요. 바쁜 시기가 지나가면 단계를 밟아서 평생 교육 시설을 만들어보려고요."
◆밤새우던 코딩회사에서 탈출해 비전공 N잡러로.
밤새워 일하던 IT 회사를 벗어나기 위해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노력으로 개척한 채지연 작가. 지금은 글쓰기, 일러스트·유튜버 제작, 강의까지 겸하고 있는 프로 N잡러다. 인기 만발 부산진구청의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작했다. 노하우는 일상 속 규칙. 생업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를 증명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설명할 때 '이런 일을 했고, 저런 일을 했다'고 설명을 많이 하는데, 나중에는 한 줄로 소개할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매일의 충실함으로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육아맘.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회사생활을 하던 김혜지 씨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을 따라 부산에 정착하게 됐다. 출산과 육아에 지쳐가던 김 씨는 갓생을 살기로 했다. 이제는 매일 소소한 목표를 달성하며 스스로의 삶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간헐적 단식 16시간, 물 1L 마시기, 폴 댄스, 독서, 영어 공부, 사설·칼럼 필사. 김 씨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다.
"도전하면서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높아졌어요. 인생 2막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육아맘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배우는 열정으로 선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대학원생.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내는 열정이 갓생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대학원생 김보연 씨. 프로 자격증 보유러이자, 3개월 만에 초단기로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일단 하고 본다’는 도전정신 등 선한 에너지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작은 성취감이 쌓이면 결국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적극적으로 배우는 사람, 전문성을 가진 제널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다방면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일하면서 공부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합격했습니다', '선정되셨습니다'는 엔돌핀.
한 번도 무언가를 끝까지 해 낸 적이 없다고 생각한 대학생 장예지 씨는 지난해부터 '갓생 살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다양한 대외활동과 공모전에 참여하고, 학업에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합격했습니다', '선정되셨습니다'라는 알람이 엔돌핀이라는 장 씨.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성취감과 삶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가고 있다.
"대학생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혜택들이 있는데 그걸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요. 학생 신분에 맞는 일들을 열심히 하다 보면 남는 게 있을 것이라 믿어요."
tlsdms77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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