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감사 지적사항 미이행 대학 정원 감축···법원 “과도한 처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우철훈 선임기자

교육부가 회계감사에 따른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시킨 것은 과도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A 학교법인 등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원감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교육부는 2018년 4~5월 A법인과 B대학의 회계를 감사한 뒤 총 15건의 지적사항과 이에 대한 처분 요구사항을 학교 측에 통보했다. 교육부가 지적한 내용은 ‘부적정한 기본재산관리’, ‘총장 등 부적정한 보수지급’, ‘부당한 골드바 매입’ 등이었다. 이에 A법인은 회계감사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0년 기각됐다.

교육부는 2020년 8월 A법인이 지적받은 문제를 시정하지 않았다며 B대학의 2021학년도 입학정원을 전년 대비 5% 감축하는 처분을 했다. 이듬해에도 A법인이 일부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2022학년도 입학 정원을 또 5% 감축했다.

이에 A법인과 B대학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한 처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처분이 적법한 처분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022학년도 B대학 총입학정원 5% 감축처분을 취소한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고등교육법 제60조가 정하고 있는 가장 무거운 처분 중 하나로 한시적으로 입학정원의 증원을 불허하는 정원동결처분이나 학생모집을 제한하는 모집정지처분과 비교할 때 그 불이익의 정도가 매우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지적사항의 위법 정도가 그리 중하다고 보긴 어려운 점, 원고 법인이 처분요구사항 이행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 일부 이행을 완료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한다면 입학정원 감축 처분보다 낮은 정도의 처분만으로도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교육부의 처분이 법령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학교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