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6살이 총 쏘고 총 맞는 미국…‘정당방위’는 정당한가?
[앵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미국의 총기 사건 사고, 더는 놀랍지도 않을 정도죠.
심지어 이젠 6살짜리 어린이가 총에 맞기도, 총을 쏘기도 할 정도입니다.
유독 미국에서만 이렇게 총기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에서 6살 아이가 이웃집에 공을 주우러 갔다가 총에 맞는 일까지 있었죠?
[기자]
지난 19일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일어난 사건인데요.
6살 소녀와 소녀의 부모가 이웃집에 사는 20대 남성에게 무차별 총격을 당했습니다.
소녀가 갖고 놀던 농구공이 이웃집 마당으로 굴러가자, 공을 가지러 그 집 마당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다행히 모두 목숨은 건졌지만, 소녀는 얼굴에 큰 상처가 났고 부모도 다쳤는데, 특히 아버지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총격범은 20대 남성으로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플로리다주에서 붙잡혀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피해 소녀 : "왜 우리 아빠와 저를 총으로 쐈나요?"]
미국에선 6살 아동이 총격 사건 가해자가 된 사례까지 나왔는데요.
지난 1월 버지니아주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6살 아이가 학교 수업 중 교사에게 총을 쏴 중상을 입혔습니다.
집에서 총을 가지고 등교한건데, 이 아이의 어머니는 최근 '아동 방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앵커]
어린아이들까지 총기 사건에 연루될 정도라니, 미국에서 총기가 점점 통제 불능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기자]
특히 최근 들어서는 단순한 오해에서 시작된 총격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국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중부 미주리 주에서는 부모님 심부름을 하던 16살 흑인 소년이 총에 맞아 심하게 다쳤습니다.
집을 잘못 찾아가 다른 집 초인종을 눌렀는데, 그 집에 살던 80대 백인 남성이 총을 쏜 겁니다.
[미주리 주 의원 : "그 아이는 제 아들일 수도 있었습니다. 총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 기관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겁니다."]
이 사건 이틀 뒤인 15일에는 뉴욕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 집을 찾다가 다른 집 진입로로 잘못 들어간 20대 여성이 이를 지켜보고 있던 집주인의 총격에 숨진 겁니다.
이 사건 사흘 뒤엔 텍사스의 한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10대 치어리더 학생이 자기 차인줄 알고 다른 차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돌아섰는데, 해당 차에 있던 남성이 이 학생을 쫓아와 총을 쐈습니다.
쏟아지는 총탄에 다른 치어리더 한 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앵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길 정도네요.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이 계속 총기를 허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미국은 총기 소지가 헌법상의 권리입니다.
총기를 금지하긴커녕 규제하기도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여기에 총기 제조업체들을 대변하는 전미총기협회, NRA가 미국 최대 로비 단체 중 하나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지난 14일 인디애나주에서 NRA의 연례 총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들이 줄줄이 참석해 총기 소지권을 옹호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기 소지 권리를 위한 "두려움 없는 전사"가 되겠다고 했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신이 주신 권리"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마이크 펜스/미국 전 부통령 : "비판받을 수도 있지만, 저는 여러분의 정당방위 권리를 강력하게 촉구할 겁니다."]
[앵커]
사실 총기를 소지하도록 한 국가는 미국 말고도 꽤 있잖아요.
그런데 유독 미국에서만 이렇게 총격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총격 사건을 분석하면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라는 미국 특유의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말로 바꾸면 '정당방위' 정도가 될텐데요.
내가 죽거나 다칠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경우라면, 선제적으로 공격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입니다.
2005년 플로리다 주에서 법적으로 처음 도입됐는데, 현재는 최소 28개 주에서 운용됩니다.
지난해 발표된 한 논문을 보면, 미국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총기로 인한 사망이 11% 정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제도가 총기를 위험한 상황에 나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인식하게 하고, 미국 총기 업계는 이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특파원 리포트] ‘뜨거운 감자’ 들고 ‘레드카펫’…국빈 방미 뭘 논의하나
- 민주, 한숨 돌렸지만…“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 권도형, 다음 달 11일 첫 재판…미국 법원에 소송 기각 요청
- “천만 원대에 전기차를?”…세계 전기차 가격경쟁 ‘치열’
- [잇슈 키워드] “일본 놀러 온 한국인, 싸구려 음식만 먹어”…우익의 궤변
- 이강인, 60m 넘는 질주로 프로 데뷔 첫 멀티 골…경기 MVP
- [기후K] 탄소중립사전⑤ 음악은 ‘K-팝’+환경은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 [창+] 일본, ‘핵잠재력’ 확보…“우리도 능력 키워야”
- [잇슈 키워드] “이건 예술이네”…‘평행 주차 만렙’의 정체
- 트라우마 극복하고 북한 인권 전도사로…“북한 어린이들이 희망 잃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