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청춘에는 가격이 없다"…중국 청년 세대 '특공대 여행' 유행

정영태 기자 2023. 4. 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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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는 가격이 없고, 완행열차 2등석은 라싸로 간다"

최근 중국 청년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입니다. 완행열차 중에서도 가장 값이 싸지만 불편한 좌석을 이용해 티베트고원의 라싸까지 가는 여정에서 나왔습니다. "청춘에는 가격이 없다(青春没有售价)", 즉 젊음은 물질적으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완행열차 2등석은 라싸로 간다(硬座直达拉萨)" 편의상 '완행열차 2등석'이라고 풀어서 옮겨봤지만 여기서 말하는 경좌(硬座, 잉쭈어yìngzuò)는 중국 고속열차가 아닌 일반 완행열차의 가장 저렴한 좌석입니다. 직역하면 '딱딱한 좌석'인데 '우린 젊으니 불편해도 가장 저렴한 기차를 타고 저 멀리 티베트고원의 라싸까지라도 여행 갈 수 있다'는 외침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며 이 말을 패기 있게 외치는 영상을 남기면서 청년 세대의 저비용 여행을 상징하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비행기 타면 4시간, 열차로는 40시간…그래도 간다

중국 동북쪽에 있는 수도 베이징에서 서부 시짱자치구 고원지대의 라싸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대신 왕복표 값은 120만 원 이상입니다. 하지만 녹색 기차로 불리는 일반 완행열차의 2등석 가장 저렴한 표, 즉 잉쭈어를 타고 간다면 가격은 비행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확 떨어집니다. 다만 소요 시간이 무려 40시간, 이틀에 걸쳐 가야 합니다. 3,500km가 넘는 먼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침대칸도 있지만 잉쭈어보다는 가격이 비쌉니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런 장거리 저비용 여행뿐 아니라 학기 중 주말 시간을 촘촘히 쪼개고 비용도 아끼는 이른바 특공대 여행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돈과 시간, 잠을 아끼는 대학생 '특공대 여행' 유행

특공대 여행은 돈과 시간, 잠을 아껴가며 마치 특공대 훈련처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관광 포인트를 돌아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동에는 가장 저렴한 표를 끊고 잠은 야간 기차나 호텔 로비, 식당에서 잡니다. 주로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하루 8곳 이상 바쁘게 돌아다닌 뒤 다시 새벽 기차를 이용해 학교 기숙사나 집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이들이 여행 뒤에 올린 일정표는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분 단위로 관광명소를 찾으며 하루에만 4만 보를 걸었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금요일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바로 밤 기차를 타 잠은 기차에서 자고 새벽에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값싸고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 꼭 인증샷을 찍어야 하는 명소들을 쉼 없이 찾은 뒤에 일요일 밤 기차로 돌아와 아침에 바로 등교하는 겁니다. 물론 취업하기 전 대학생들이 비용을 아껴 가며 여행에 나서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올해 특히 특공대 여행이란 이름까지 붙으며 유행하는 건 지난 3년 코로나 방역과 관련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흘러가 버린 3년…어느새 곧 졸업

2019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봉쇄형 방역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려면 최장 6주 가까운 격리 정책 때문에 해외 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른 많은 나라들이 해외 입국자 격리 정책을 완화 또는 폐지할 때도 중국만은 격리 정책을 유지한 기간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 각 지역 간 이동도 제한이 심했습니다. 24시간 내 PCR 검사 음성 증명을 어디 가든 제시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거주지가 있는 지역에서 만일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나도 격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지역 간 이동에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베이징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혹시 여행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상당 기간 베이징 안으로 돌아올 수조차 없는 경우가 속출했습니다. 밀접 접촉자가 아니라도 내가 지나간 지역에서 확진자만 나와도 밀접 접촉에 준하는 이동 제한 방역 조치가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대학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중국 대학생들을 기숙사 구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폐쇄형 방역 조치가 오래 지속됐습니다. 때문에 지나간 3년 동안 해외 여행은 고사하고 중국 국내 여행조차 제대로 가보지 못한 대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아까운 청춘의 시간을 흘려보낸 뒤 이제는 방역 정책 완화로 국내 여행은 쉽게 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3학년들은 취업 준비로 가장 바쁘고 힘든 1년만 남았고 4학년 어느새 몇 달 뒤면 졸업입니다. 청춘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귀한 순간이지만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마음이 바빠진 겁니다.

어쩔 수 없이 학기 중이라도 주말 이틀을 이용해 그동안 못 간 여행을 보충하려는 젊은이들이 폭증했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고 시간은 없으니 관광 포인트 수십 곳을 마치 특공대처럼 먹고 자며 순식간에 보고, 인증샷을 남기고 오는 여행 방식이 유행하게 된 이유입니다. 불편하고 힘들어도 여행을 통해 우정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건 청춘의 특권이기도 하지만 지난 3년 코로나와 함께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시간을 이렇게라도 보충하려는 청년 세대가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사진=웨이보)

정영태 기자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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