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퇴임 요구’로 징계받은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대법 “‘집단 행위’ 가능”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소속된 변호사는 공무원의 집단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단 소속 변호사 12명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대구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변호사는 2019년 4월 ‘공단 정상화를 위한 노동자 대회’에 참석해 이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같은 해 7월엔 직원 근무평정을 기간 내에 하지 않았다. 공단이 관련 규정을 개정한 데 반발하는 차원이었다.

공단은 이를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12명에게 ‘불문 경고’ 조치를 내렸다.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한 때’ 등에 해당한다는 복무규칙을 근거로 한 징계였다. 징계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변호사들은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공단 소속 직원이 국가공무원법 66조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였다.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공단 운영에 관한 법률구조법 32조는 ‘공단의 임직원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돼 있다.

1심 재판부는 법률구조법이 소속 직원의 집단 행위를 직접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않는 점이나 공단의 설립 목적이나 원고의 직무와 집회 참여 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직무상 명령 위반‘이라는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공단의 징계가 타당하다며 판결을 뒤집었지만 대법원은 다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은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위해 신분과 지위가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지우는 것”이라며 “위와 같은 정도의 책임과 신분 및 지위 보장을 받는 정도가 아닌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공단) 임직원의 지위나 직무의 성격이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국가공무원과 같은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66조 1항을 적용하는 것은 이들의 구체적인 법적 지위에 대한 고려 없이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