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없어도 '6할 승률' 반란…그러나, 이승엽은 아직 목마르다

김민경 기자 2023. 4. 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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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가 있다. 좋을 때 최대한 많이 이겨서 대비해야 한다."

두산 베어스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시즌 초반 순항하고 있다. 두산은 24일 현재 11승7패1무 승률 0.611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3연승을 질주하며 1위 SSG 랜더스(12승6패), 2위 LG 트윈스(13승7패)를 1경기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두산 밖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시즌 초반 선두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 놀라고 있다.

사실 두산은 4월 한 달 동안 가능한 버티는 게 목표였다.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 없이 시즌을 맞이하는 게 가장 큰 변수였다. 딜런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30승을 합작할 2선발로 기대를 모았는데, 스프링캠프 도중 불의의 사고로 골타박상을 입어 자리를 비워야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4월까지는 딜런이 돌아올 수 없다고 가정하고 선발진을 꾸려야 했다. 알칸타라와 최원준, 곽빈까지는 계산이 서는 투수들이었는데, 4, 5선발을 맡긴 영건 최승용과 김동주는 변수가 가득했다. 최승용과 김동주가 기대만큼 버텨주지 못하면 불펜 과부하까지 걱정해야 했다.

그렇게 걱정 가득했던 선발진이 지금까지 평균자책점 2.86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104이닝으로 NC(107이닝), 키움(105⅔이닝) 다음으로 긴 이닝을 책임지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알칸타라와 최원준, 곽빈은 상수라고 봤을 때 김동주가 3경기에서 1승1패, 15이닝, 평균자책점 1.80으로 버텨준 게 큰 힘이 됐다. 최승용은 지난 5일 잠실 NC전에 처음 등판해 1⅔이닝 8실점으로 무너진 뒤로는 3경기에서 1승, 15⅔이닝, 평균자책점 2.87로 맹활약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양의지(왼쪽)와 정철원 ⓒ 두산 베어스

불펜에서는 필승조 정철원과 홍건희의 공이 컸다. 정철원은 11경기에 등판해 3승, 3홀드, 13⅔이닝,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했고, 홍건희는 10경기에서 4세이브, 10이닝, 평균자책점 2.70으로 활약했다. 두 투수의 지분이 절반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치국과 최지강, 이병헌은 기복이 있긴 하지만, 정철원과 홍건희의 부담을 나눌 정도로는 버텨주고 있다.

타선에서는 양석환과 양의지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다. 양석환은 타율 0.313(67타수 21안타), 5홈런, 15타점으로 현재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홈런 부문 1위에 오르며 FA 주가를 올리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2년 152억원에 FA 계약하며 친정으로 돌아온 포수 양의지는 타율 0.323(65타수 21안타), 1홈런,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양의지는 4번타자 김재환(0.298, 2홈런, 9타점)과 함께 중심 타선에서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팀이 한 점이 필요할 때 해결사 임무를 잘 해주고 있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는 타율은 0.172로 기대 이하지만, 기대했던 장타력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홈런 4개로 팀 내 2위에 오르며 10타점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팀 홈런 2위(15개)를 자랑하는 타선에 양찬열, 안재석, 송승환, 이유찬, 조수행 등을 그때그때 타격감에 맞춰 기용하면서 짜임새를 더하고 있다.

물론 100% 만족하는 경기 내용으로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주루 플레이나 작전, 수비 등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이 감독도 이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런 실수를 바로바로 상쇄하면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다듬을 필요는 분명 있다.

▲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이 감독은 "경기 내용이 아직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 어제(22일)도 견제사가 2번 나왔다. 감독과 코치의 호흡, 선수와 코치의 호흡 등이 아직은 조금씩 엇나가고 있는 게 있다. 그래도 조금씩 채워 나가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는 누가 잘하느냐 보다는 실수를 안 하느냐가 득점력에 차이를 준다. 그래야 투수 소모도 줄이면서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싶다"라고 냉정하게 지난 한 달을 되돌아봤다.

이어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가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4월은 버티기가 목표였다. 지금은 순항까지는 아니지만, 열심히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4월 5할 승률을 하려면 더 달려야 한다. 달릴 수 있을 때 달려야 한다.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가 있어서 좋을 때 대비해야 한다.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이겨서 안 좋을 때를 대비해서 더 달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코치들도 선수들도 새로 맞춰 나가야 할 게 많았다. 시즌 초반 실수가 자주 나오고 있지만, 이 감독은 이 또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대신 한번 나온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 집중하며 남은 시즌을 치러 나갈 예정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나가서 뛰는 걸 욕심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팀을 위해서 뛰는 거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루사나 도루 실패는 전혀 당연히 질책할 생각이 없다. 열심히 하려다 보니 그런 거니까. 항상 이야기하지만,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오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한다"며 주루를 포함한 전반적인 플레이에서 계속 실수를 줄이는 작업을 해나가야 지금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딜런은 오는 27일 이천에서 KIA 타이거즈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1군 복귀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2군 등판 내용과 함께 몸 상태도 이상이 없으면 딜런은 다음 달 초에는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4월의 변수였던 딜런까지 합류한 두산은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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