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서 외교관부터 쏙 빼낸 미국…"민간인은 어쩌라고" 비판

노재현 2023. 4. 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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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무력 분쟁에 빠진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자국 외교관들부터 빠르게 철수시킨 것을 놓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수단 상황을 오판하면서 정작 현지에 남겨진 미국 민간인은 당장 구체적 철수 대책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단의 긴박한 상황에 놀란 각국 정부가 자국민 대피 작전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미국도 부랴부랴 외교관들만 먼저 철수시키는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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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미국인 1만6천명…대부분 이중국적"
무력충돌로 하르툼 시가지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하르툼 EPA=연합뉴스) 북아프리카 수단의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 유혈 충돌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18일(현지시간) 수도 하르툼 시가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양측은 24시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계속 싸움을 이어갔다. 지난 15일 시작된 유혈 사태가 계속되며 최소 200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3.04.19 jason3669@yna.co.kr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정부가 무력 분쟁에 빠진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자국 외교관들부터 빠르게 철수시킨 것을 놓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수단 상황을 오판하면서 정작 현지에 남겨진 미국 민간인은 당장 구체적 철수 대책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외교관 철수 작전이 안보 전문가들과 전직 미국 정부 관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날 치누크 헬기 등 항공기 6대를 동원해 70명 정도의 자국 및 제3국 외교관 등 약 100명을 에티오피아로 대피시키고 하르툼 주재 대사관을 일시 폐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 따르면 수단에는 아직 미국인 약 1만6천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대부분 이중국적자다.

치누크 헬기.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WSJ는 미국 정부 관리들이 당장 수단에 남은 미국 민간인들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존 배스 미 국무부 차관은 자국 외교관들의 철수 작전이 성공한 뒤 "민간 공항을 이용할 수 없는 점 등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며칠 안에 수단에서 우리 국민을 철수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단의 긴박한 상황에 놀란 각국 정부가 자국민 대피 작전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미국도 부랴부랴 외교관들만 먼저 철수시키는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WSJ은 미국 정부와 서방 국가들이 수단 내 임박한 위험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유엔의 중재에 따른 수단 정권의 민정 전환 합의를 지나치게 낙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단 전문가인 캐머런 허드슨은 수단 내 미국인들의 철수 문제와 관련해 "어떤 예방 조치나 시나리오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허드슨은 미국과 국제사회는 수단 내 군벌들이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과신했다며 "군벌들은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고 무력 사태는 급격히 진행됐다. 우리는 (민정 이양의) 성공만 예상하며 충돌 가능성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아프리카 특사였던 피터 팜도 수단에서 2019년 쿠데타를 일으킨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모하메드 함단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을 다루는데 실수했다고 꼬집었다.

수단에서는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RSF의 무력 충돌이 지난 15일 발발해 현재까지 400여명이 숨지고 3천700여명이 다쳤다.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은 2019년 쿠데타로 30년간 장기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고 2021년에는 과도 정부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했다.

이후 이들은 민정이양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반목하기 시작했고, RSF의 정부군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 끝에 최근 무력 충돌에 돌입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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