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이 5월 가족의 달에 맞춤영화로 '드림'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2023. 4. 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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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연초부터 시작된 스포츠 소재 영화가 영역을 확장하며 개봉 중이다. 여전히 극장가를 지키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권투 실화의 '카운트'와 고교 농구 실화의 '리바운드', 농구화 에어 도전의 탄생 비화를 그려낸 '에어'에 이어, 이번에는 홈리스 축구단을 다룬 '드림'이다. 박서준과 아이유,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의 존재감만으로 눈길을 끄는 '드림'이 한국영화 구원투수를 노린다. 

'드림'은 개념 없는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노숙자들로 이뤄진 오합지졸 선수들과 함께 '홈리스 월드컵'에 나서며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각 인물들은 홈리스 월드컵에 관심이 1도 없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월드컵에 나서게 되고,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이들은 진짜 감독과 진짜 선수로 거듭난다. 굉장히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인 데다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프로 하여 진정성까지 갖춘 셈이다. 

일련의 사건으로 연예계 진출을 노리는 홍대는 이미지 세탁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홈리스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 되어야 한다. 학자금 대출로 인생이 정체됐다고 스스로 표현하는 다큐멘터리 PD 소민도 홈리스 국가대표팀에 열정은 없지만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때 잘나갔으나 가족을 등한시하다 IMF로 망한 환동(김종수), 잘못 선 보증으로 이혼한 것에 이어 재혼해 이민을 떠나는 아내를 따라가는 딸아이와 생이별을 앞둔 효봉(고창석), 공사장 낙상 사고로 희망을 잃었다 지적장애 여성과 사랑에 빠진 범수(정승길), 어릴 적 함께 자란 인연을 애타게 찾는 인선(이현우), 욱하는 성미로 조폭 생활에 몸 담았으나 한없이 여린 감수성이 공존하는 문수(양현민), 대표팀의 피지컬을 담당할 만큼 멀쩡한 청년으로 보이지만 무언가 비밀을 감춘 듯한 영진(홍완표) 등 홈리스 국가대표팀은 집은 없지만 꿈이 생기며 월드컵에 진심이 되어간다.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던 긍정파워의 사무국장 인국(허준석)까지, 오합지졸이던 이들이 팀워크를 쌓는 모습은 스포츠 영화의 정석과도 같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여기에 '말맛'으로 유명한 이병헌 감독의 DNA를 담은 홍대와 소민의 캐릭터가 자잘한 웃음을 더한다. 해외 빅 리그 진출을 앞둔 에이스 동료(강하늘)에 대한 자격지심과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홍대만을 겨냥한 공격적인 질문으로 평정심을 잃은 홍대가 경기에서 보이는 기상천외한 모습이나, 경기 후 여전히 홍대에게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의 두 눈을 찌르며 홍대가 '폭행 선수'로 몰락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이병헌 감독스럽다. '청년경찰'로 박서준과 콤비를 이뤘고, '스물'로 이병헌 감독과 인연을 맺은 강하늘의 우정출연도 터지는 요소. 늦지 않았지만 미리 늦어서 죄송하다고, 팬은 아니지만 열심히 보고 있다고 영혼 없는 말발로 선수를 치는 소민 캐릭터도 웃음 제조에 빠지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온 박서준과 아이유의 커리어가 십분 발휘되는 홍대와 소민 캐릭터가 서로 충돌하며 빚는 '티키타카'는 '드림' 초중반의 웃음과 리듬감을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준다. 

초중반을 박서준과 아이유가 이끌었다면,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양현민 등 베테랑 배우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의 안정적인 팀워크는 영화 중후반부를 책임진다. 월드컵에 나서서 직접 경기를 뛸 사람들은 이들인 만큼 당연한 수순. 여기에 이병헌 감독 사단이라 불릴 만큼 여러 편에 출연한 양현민과 허준석을 비롯해 '멜로가 체질' 등 전작에서 모습을 비추며 익숙한 박형수, 백지원, 이하늬(병삼 역 맡은 남자 배우), 한준우, 김명준, 이학주, 윤지온 등 이병헌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 깨알같이 등장해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문제는 실화를 모티프로 한 데다 사회적 소외계층인 노숙자가 대상인지라 희화화하고 싶지 않아 톤 조절을 했다는 이병헌 감독의 톤 조절이 다소 과해 보인다는 것. 조심스러운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밋밋하고 납작한 서사를 지닌 캐릭터의 향연, 감정에 과한 박차를 가하는 월드컵 중계진의 해설로 표출되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특히 오디오가 빌 틈이 없이 열성적인 월드컵 중계진의 해설은, 눈물이 찔끔 나올 뻔하다가 도리어 눈물을 쏙 들어가게 만들어 안타까울 정도. 

다만 '드림'에 기대를 걸어볼 것은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개봉한다는 점이다. '드림'이 지닌 예상 가능한 따뜻한 이야기와 무난한 캐릭터는 영화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관객층에게는 매력이 덜할지 몰라도 부모님과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기에는 안정적인 선택일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좌절하고 주저하는 인생에서 건네지는 한 번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작은 기회와 경험으로 빚어지는 변화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의 착한 메시지 또한 가족 관람객에게 적합하다. 1승 10패로 43위를 기록했으나 불굴의 투지로 최우수 신인팀상을 받으며 감동을 안겼던 2010년 홈리스 월드컵의 실화를 찾아보며 가족과 대화를 나눌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12세 관람가, 4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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