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 "'드림', '극한직업'으로 가산점 받아 만든 영화" [인터뷰①]

박설이 2023. 4. 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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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박설이 기자]'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 이병헌 감독이 짊어져야 할 무게라는 것은 맞지만 최근 그의 소셜 미디어 글을 보면 '천만'이라는 과거는 감독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감독의 전작 '극한직업'은 웃기려고 작정한 영화인 반면 그의 신작 '드림'은 웃기려고만 만든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병헌 감독의 전작을 본 관객은 그에게 '웃긴 영화'를 원하고 있어, 감독의 부담은 더욱 무거울 터. 본인 역시 "이 이야기가 가진 핸디캡은 인정한다"라면서도 "분명 의미도 재미도 있을 거란 확신"을 자신했다.

무겁다면 무거울 수 있는 소외계층 홈리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는 이병헌 감독, 그는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떨렸는데 지금은 좀 괜찮아졌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그런 적이 별로 없었는데,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떨렸다. 반가웠나 보다. 1년에 한 작품씩 할 줄 알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쉬어서, 귀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떨 줄 몰랐는데 올라가자마자 떨리더라"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에 대해 감독은 "저희 영화가 호평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기분은 좋은데 따라오는 말들이 '극한직업'이다 보니, 같이 만든 사람들은 '극한직업'을 만든 사람이 아니다. 같은 제작사도, 배우도 아닌데 그 사람들도 같이 그런 이야기를 봐야 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 가진 우울감이 글을 어둡게 느끼게 한 건지, 가벼운 마음에 쓴 건데 무거운 해석으로 유통이 되니까"라고 말했다.

감독은 공식 석상을 통해 부담감, 불안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당연하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상보다 '극한직업' 얘기가 많이 나와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 입장에서 나쁘지는 않다. 부담도 되지만 관심이기도 하고, 좋은 쪽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따라붙는 '극한직업'이라는 대표작, 혹은 꼬리표.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 덕분에 '드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림'은 '극한직업'으로 가산점을 받은 거고, 이것 때문에 밀려난 사람도 있을 거다.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건 항상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에 있어 '드림'은 '극한직업'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작업이었다. 그는 "영화적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강박이 '바람바람바람'에 있었는데,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실패에 가까웠기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렇게 되니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었다"라면서 "'극한직업' 때는 '모르겠고, 재미있게 작업하자'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가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영화적 기교나 새로움에 대한 강박은 버리고 가장 익숙한 것, 편한 것을 가져다가 재미있게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차근차근, 쉬운 형태로 설명하자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20~30분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화를 알게 됐다는 감독은 "첫 출전이라 정보가 없고, 참가 선수들 실력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고, 말도 안 되는 실력 차 때문에 브라질 용병을 투입하는 등의 내용, 대한민국 팀이 브라질 용병을 투입해 1승을 거두는 게 중요한가?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줬다"라면서 "왜 이런 내용을, 이런 잡지를 몰랐을까, 알아야 되는 것 아닐까 했고 가장 쉬운 형태의 대중영화로 소개하고자 했다"라고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영화에 소개된 사연은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영화를 위해 201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대회도 참관을 했고, 빅이슈 사무국도 찾아갔다. 감독은 "비슷비슷한 사연이 많다. IMF, 빚 보증, 사고, 부상, 공사장 등 인터뷰에서 가져온 내용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지 않나. 대중영화로 만들다 보니 노숙인에 대한 실제 이미지와 톤을 가지고 고증하듯 전달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영화적으로 써야 하는지 시나리오에서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스태프들과의 많은 회의를 통해 영화 속 노숙인의 이미지를 잡아갔다는 감독은 "가득 채우고 거둬내는 작업을 했다. 스태프들이 아쉬워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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