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높이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현수막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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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사는 50대 정 모씨는 "요즘 큰 길에 나서면 마치 1980, 90년대 대학시절 캠퍼스로 돌아간 듯 하다"고 말한다.
여야 정당들이 길거리에 경쟁적으로 걸어놓은 현수막들이 마치 대학시절 캠퍼스를 뒤덮은 호전적인 투쟁 구호들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여야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는 현수막에는 상대당과 정치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자극적 문구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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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정치적 해석을 입힌 저질 선전 문구
혹세무민 개싸움판에 국민을 강제로 끌어들여
2m 높이 제한? 본말이 전도된 행정편의주의
시민들의 걸음걸이를 1년 전으로 되돌려 놓아야
높이가 아닌 내용을 규제하는 개정안 시급
서울 양천구에 사는 50대 정 모씨는 "요즘 큰 길에 나서면 마치 1980, 90년대 대학시절 캠퍼스로 돌아간 듯 하다"고 말한다.
"윤석열 매국노" "이재명 깡패" "나라 팔아먹는 일본1호 영업사원" "더불어돈봉투당"
여야 정당들이 길거리에 경쟁적으로 걸어놓은 현수막들이 마치 대학시절 캠퍼스를 뒤덮은 호전적인 투쟁 구호들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요즘 통행 인파가 많은 길과 횡단보도에는 켜켜이 걸려있는 정당들의 선전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갯수는 물론 규격, 장소 제한도 없다. 법 개정 이전에 정당들의 현수막 내용에는 촌철살인도 있고 위트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여야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는 현수막에는 상대당과 정치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자극적 문구가 대부분이다.
"자식들 볼까 두렵다"는 학부모들도 많다. 급기야 정당들의 현수막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인천 연수구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가 성인 목높이 정도로 낮게 설치된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져 크게 다쳤다.
그러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현수막 높이를 2m 위로 달게 하고 각 읍면동에 1개씩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신호등과 CCTV, 안전표지를 가리는 곳이나 어린이 보호구역에는 설치를 금지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이같은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5월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각 정당과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눈가리고 아웅하는 대책에 불과하다. 지금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현수막 공해의 본질은 높이가 아니라 내용이다.
저질 현수막은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넘어 가짜뉴스를 방불케하는 과장된 정치적 구호로 정치혐오와 불신을 부추김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천박한 선동정치로 추락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친일파 이완용으로 매도하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사기꾼으로 단정짓는 구호가 과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득표 전략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양 극단의 충성 지지층을 제외하고 이런 살풍경에 환호할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현재의 옥외광고물법은 지난 2020년 9월 민주당이 '정당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활동의 자유를 가진다'는 정당법을 근거로 개정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년 동안 '혹세무민' '정당활동의 자유' 등 논란을 거친 끝에 국민의 힘이 찬성하고 나서면서 지난해 5월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에서 통과됐다.
여기에 행안부는 한 발 더 나가 읍면동 1개로 제한한 조건까지 없앴다. 현수막 갯수의 한도를 정할 경우 지자체가 이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할 부담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실시한 다섯 번의 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무려 1만 3천 톤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오염은 차치하고 현수막 제작에 드는 비용은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제작한 것이다.
여야 정당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당보조금을 받아 상대에게 욕지거리를 날리는 현수막을 버젓이 거리에 내걸어 국민들에게 표를 호소하고 있다.
여야가 자기들끼리 맞짱 뜨자는 개싸움 판에 국민들을 강제로 끌어들이고 있다.
혹세무민하는 현재의 현수막 공해는 여야 정치권 그들만의 동업자 정신과 행정편의주의가 나은 합작품이다.
이 법을 만들고 개정한 국회의원들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고작 현수막의 높이를 2m 위로 걸게 하는 것으로 현수막 공해가 사라지지 않는다.
아예 이런 저질 현수막을 제거해야 대한민국의 정치 공기가 맑아지고 시민들의 걸음걸이도 편안해질 것이다.
여야는 속히 옥외광고물법을 지난해 6월 이전으로 돌려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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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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