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中이 美 마이크론 제재땐, 중국 반도체 부족 메우지 말라” 요청
윤석열 대통령이 24일부터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을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중국의 반도체 부족분을 메우지 않게 해 달라고 한국 측에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중국은 이달 삼성전자ㆍSK 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D램 메모리칩 시장 3대 업체 중 하나인 미국 아이다호 주에 본사가 있는 마이크론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의 사이버 관리당국이 이 조사 이후에 징벌적 조치를 취할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마이크론의 작년 매출 308억 달러 중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이 25%를 차지했기 때문에, 마이크론에겐 리스크가 크다.
미국 측은 중국의 조사가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획득하거나 생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강경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작년 12월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메모리칩 제조사인 양쯔 메모리(YMTC)를 중국의 ‘국가 챔피언’이라 부르며, 반도체 관련 미국 기술이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이런 중국 반도체 회사들에 수출되지 못하도록 했다.
FT는 백악관의 요청은 윤 대통령이 24일 워싱턴에 도착하는 민감한 시기에 나왔으며, 미국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은 해 왔으나, 동맹국에게 동맹국 기업의 역할을 동원하도록 요청한 것이 알려지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주미 한국대사관,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한 FT 문의에 답하지 않았으며, 마이크론 측은 코멘트를 거부했다. SK 하이닉스 측은 한국 정부로부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은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 없이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첨단 기술 보호를 포함해서 국가ㆍ경제 안보 이슈에서 협력을 심화하는 ‘역사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마이크론 관련 요청으로 인해, 윤 대통령은 곤란한 입장에 놓였다”며 “윤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정치적으로 좀 더 강경한 입장이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삼성과 SK 하이닉스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고, 동맹국들을 자국의 경제 안보적 의제로 결집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불만”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작년 10월 종합적인 대중(對中)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중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갖춘 한국 기업에 대해선 면제(waivers)권을 부여해 중국에서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면제는 올해 말에 갱신돼야 한다.
이번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마이크론을 지렛대로 이용해서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한국 측에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즉, 미국으로선 미국 및 동맹국 기업들에게 가하는 중국의 어떠한 경제적 압력도, 미국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타이완과 리투아니아, 호주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 대해 경제적 압박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경제 압박 속에서도 주요 조치를 취하기를 자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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