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도다’…1억달러 상금 ‘머스크 탄소제거 대회’ 심사위원의 말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는 탄소제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1억달러(1300억원)를 주는 경연대회를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와 함께 열고 있다. 대회는 연간 1천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100년 이상 격리하는 기술을 요구한다. 지난해 중간심사 수상자로 뽑힌 15개팀은 각각 100만달러(13억원)을 받아갔으며, 2025년 지구의 날(4월22일)에 발표하는 최종 우승자는 5000만달러(665억원)을 거머쥔다.
그런데 이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전문가가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제거(CDR·Carbon Dioxide Removal) 해결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미국 하와이대의 데이비드 호 교수(해양학)는 최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은 기고에서 “지난해 미국은 ‘초당적 기반시설법’을 통해 4곳의 탄소 직접공기포집(DAC) 허브 개발에 35억달러(4조6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사회가 오염 활동을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 이러한 기술을 배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탄소제거 기술은 인위적인 활동으로 이미 배출됐거나 배출되는 과정의 이산화탄소를 잡는 활동이다. 우선 나무를 심거나 토양에 탄소를 격리하는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자연기반해법(NBS)이 있다. 또한, 발전소나 정유 공장 등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굴뚝에 장치를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거나, 이를 신소재로 가공∙활용(CCUS)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추출하는 직접공기포집(DAC) 기술도 실용화돼,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그는 최근 탄소제거 해결책에 기업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타임머신’에 비교해보자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5억톤이다. 미국이 구축하기로 한 탄소직접포집 허브는 매년 1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드 호 교수는 이 속도로 1년 동안 가동해봤자, 대기를 13분씩 되돌려 놓을 뿐이라고 했다. 지구의 모든 사람이 한 그루씩 나무를 심는다면, 나무가 다 자란 후 약 43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그는 “타임머신에 비유하면 현재 탄소제거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량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탄소제거가 마치 급진적이고 즉각적인 해결책인 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를 ‘탄소포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에 기반을 둔 내러티브를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급성의 내러티브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과학자가 모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거의 모든 기후대응 시나리오에서 탄소제거 해결책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인류가 배출한 탄소량이 너무 많아서,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온실효과를 차단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70년 탄소중립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총 감축량의 15%를 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이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도 이 기술이 약 14%를 담당하리라고 봤다.
데이비드 호 교수 또한 탄소제거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는 “토지 변화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배출량 감축) 동시에 신속하고 저렴하게 확장할 수 있는 탄소제거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실험실에서 효과가 있는 모든 기술이 현실 세계에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일부는 생물다양성과 환경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 탄소제거 기술에 막연한 기대를 품는 것보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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