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엠폭스 확산...전문가들 "포위관리 전략 필요"
원숭이두창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발진성 질환인 엠폭스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던 엠폭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감염사례가 드물었지만 최근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누적 4명이었던 국내 엠폭스 환자는 지난달 13일 1명이 추가 확진된 것을 시작으로 약 한 달 새 14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19일 기준 국내 엠폭스 누적 확진자는 18명이다.
엠폭스 환자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감염병이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유행이 채 가시기 전 또다른 감염병 위협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19와 달리 코나 입에서 나오는 분비물로 감염될 위험성이 높지 않으며 백신과 치료제가 이미 개발됐기 때문이다. 최근 감염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감염자 수 자체만 두고 살펴보면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 전세계 유행 감염병이지만 백신, 치료제 이미 개발
엠폭스는 코로나19와 함께 최근 몇 년 새 전세계적으로 유행된 감염병이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시기에 유행했지만 두 감염병은 전파 확산 위험성이나 의학적 대처법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엠폭스와 코로나19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파 경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자와의 신체접촉뿐만 아니라 비말(침)을 통해서도 쉽게 감염돼 전파력이 높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8m 거리에서도 비말을 통한 감염이 가능하다. 엠폭스도 비말 등 체액에 의한 감염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는 전파될 가능성이 낮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1m거리를 두고 3시간 가량 대화했을 때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정도다. 공기 중에 떠 있는 입자인 미세 에어로졸에 의한 감염 가능성 역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엠폭스는 백신과 치료제가 이미 개발됐다는 점에서도 코로나19와 차이점이 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엠폭스 환자에게는 항바이러스제인 '테코비리마트'와 '브린시도포비어'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504명분의 테코비리마트가 비축된 상태다. 백신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3세대 두창백신을 도입한 바 있다. 엠폭스 예방용으로 시판된 백신인 덴마크 바바리안노르딕의 '진네오스'도 국내에서 5000명분(1만 도즈)이 확보돼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앞서 코로나19가 위험한 유행병으로 분류된 이유에 대해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처법이 있는 엠폭스는 코로나19 유행 사태처럼 큰 혼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엠폭스가 대규모 유행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진홍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절대적인 환자 수를 보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연간 환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감염의심사례 신고 건수가 증가하면서 방역망에 포착된 환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며 감염병 특성상 코로나19처럼 확진자가 폭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선택적 진단검사와 백신접종은 필요”
다만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감염병 관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환자를 중심으로 그의 주변인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전략인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시행을 방역당국이 지금 시점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엠폭스에 대해 85%의 예방효과를 내는 두창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만큼 접촉자에 대한 선택적인 백신접종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 또한 엠두창 관리를 위해 포위접종 전략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검사 전문가도 비슷한 조언을 내놨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엠폭스는 코로나19와 달리 육안으로 병변이 드러나는 질환이며 감염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있는 만큼 고위험 접촉자를 위주로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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