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주택 대다수 전세가율 80% 웃돌아…강서구는 어쩌다 갭투자 성지 됐나
서울 강서구 5910건 전국 최다, 화곡동 70% 집중
화곡동은 부동산 컨설팅업체 일당이 바지 집주인을 세워 빌라 수백채를 매수한 후 보증금을 빼돌린 ‘강서구 빌라왕’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24일 국토교통부가 심상정 의원실(정의당)에 제출한 최근 3년 동안(2020년~2022년 8월) 자금 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주택 매매 가격 대비 임대보증금 비중(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갭투기 거래는 모두 12만1553건이 체결됐다. 자금조달계획서는 규제 지역 내 모든 주택 거래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다.
시·군·구별로 보면 서울 강서구가 같은 기간 591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북 청주 5390건, 경기 부천 4644건, 경기 고양 3959건, 경기 평택 3857건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 강서구 갭투기 중 74%인 4373건이 화곡동에 집중됐다. 읍·면·동 기준으로 보면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1646건의 갭투기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강서구 화곡동에서 갭투자가 성행했던 이유를 밀집해 있는 연립 다세대 주택에서 찾는다. 실제 강서구는 지난해 기준 서울 자치구 중 송파구(66만451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구(57만4638명)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강서구는 공항과 인접하는 등 고도 제한에 걸려 빌라 형태의 다세대 주택이 대부분의 주택 유형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주택의 품질과 위치 등 조건이 제각각인 빌라의 특성상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갭투자가 집중됐다고 진단한다.
상황이 이렇자 갭투자를 통해 집을 매입할 수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거나 임대차 기간 임차인이 모르게 집을 사고팔 수 없도록 만드는 등 중장기적으로 전세 제도를 완전히 개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갭투자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이다. 2020년 정부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 취득세 중과 예외를 인정한 뒤 지방 원정 투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2019년~2021년 8월까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10가구 이상 사들인 개인과 법인은 총 1470명이었다. 개인이 269채를 매입한 경우도 있었다. 법인의 경우 1000채 이상 사들인 곳이 3곳에 달했다. 가장 많은 아파트를 사들인 법인은 1978채를 매입했다.
당시 일부 지역에선 전세가율이 90%를 웃돌자 1000만원만 투자해도 1억~2억원 짜리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으는 일도 있었다. 평택, 구미, 아산 등 지방 중소 도시에선 갭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기도 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억원 미만 주택의 취득세 중과 예외로 지방으로 원정 투자가 크게 늘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 그런 주택들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면서 “당시 1000만원 정도만 내고 수백채를 사들였었는데, 지금은 전셋값이 받쳐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갭투기 거래가 연립 다세대 주택 등 주로 저가형 주택에서 이뤄진 점도 불안한 부분이다.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갭투기 거래의 평균 매수가는 2억5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71%인 8만7000여건의 거래가 3억원 미만 주택에서 이뤄졌다.
주택 유형으로 살펴봐도 서울 연립 다세대 주택은 2만8450건(23.4%), 경기·인천 연립 다세대 주택은 2만8439건(23.4%)이 거래돼 갭투기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 연립 다세대 주택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빌라, 오피스텔 등 연립다세대 주택은 임대 목적의 거래가 많다 보니 전세가율이 매우 높게 형성돼 있다. 특히 최근처럼 집값 하락 국면을 만나면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역전세 현상이 발생, 임차인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금 피해 문제가 연립 다세대 주택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체 갭투기 거래의 29.6%(3만5886건)는 수도권 아파트에서 이뤄졌는데, 그중 2만9986건이 경기·인천지역 아파트에 쏠려 있다.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세금 반환에 관한 갈등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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