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타고 ‘미끼’ 물었다..드라마야 현실이야?[Oh!쎈 레터]
[OSEN=박소영 기자] 내가 보고 있는 이 작품이 드라마인지 실화 다큐인지 헷갈리는 요즘이다. 연출진이 의도한 에피소드인 경우도 있고 시기적인 타이밍이 소름 돋게 맞아떨어진 작품도 있다. 공통점은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는 것. 현실을 품은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이다.
#’모범택시’
마지막 회에서 20%대 시청률 벽을 부수며 형보다 더 나은 아우의 탄생을 알린 SBS ‘모범택시2’. 이 작품은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을 그린 드라마다. 특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다룬 사건들과 자료들을 토대로 실화 사건을 재구성한 에피소드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다채로운 사건들 가운데 실제 현실과 맞닿은 타이밍으로 화제를 모은 순간들도 있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약칭 나는 신이다)'이 화제를 모을 때 '모범택시2'에 사이비 교주로 인한 피해자들의 복수 대행이 그려진 것. 이 밖에도 '버닝썬 게이트'로 실형을 산 가수 승리가 출소할 즈음에 '모범택시2'에서 '클럽 블랙썬'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최근 진행한 OSEN과 인터뷰에서 “그럴 수도 있나?'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건들이 절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구나 느꼈다. 에피소드에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오니 마음이 숙연하고 무거워졌다. 다큐멘터리와 다른 콘텐츠들로 보여줌으로써 예술이나 문화의 힘으로 우리가 세상을 조금 더 관심 있게끔 비출 수 있다는 걸 '모범택시'가 보여준 값진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모범택시'가 그리려는 이야기들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봤다.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에 일어난 사건이라, 우리가 다시 한번 더 경각심을 갖고 잊지 않고 또 다시 이런 사건과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미끼’
2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쿠팡플레이 ‘미끼’는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 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다.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과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기 사건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과 예측불허의 반전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다만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실화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들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벌어진 대한민국 역대급 다단계 사기극 조희팔 사건이 그것. 극중 노상천이 다단계 수법으로 수만 명에게서 수억 원을 가로채고 중국으로 도피해 사망했다는 점이 실제 사기꾼 조희팔의 행보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끼’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OSEN과 인터뷰를 통해 “특정인을 모델로 삼았다기보다는 2000년대 초중반에 일어났던 사기사건을 많이 취합해 작품에 녹이려고 했다”며 영웅담이 되지 않기를 원했다. 피해자들은 존재하고, 피해자들은 아직도 힘들텐데 잘못된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힘줘 말했다.
#’더글로리’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작품은 단연 넷플릭스 ‘더글로리’다. 이 작품은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가해자들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학교 폭력 이슈를 거침없이 다뤄 보는 이들의 오감을 자극했다.
‘더글로리’의 압도적인 화제성 덕분에 과거 학교폭력 이슈에 휘말렸던 스타들이 다시 한번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3월 10일 ‘더글로리’ 파트2 공개를 앞두고 14년 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12층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등학생 고 정다금의 학폭 이슈를 다시 끌어올려 화제를 모았다.
특히 ‘더글로리’ 속 고데기 사건도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극중 박연진(신예은 분)은 문동은(송혜교 분)의 온몸을 고데기로 지지며 괴롭혔던 바. 실제로 지난 2006년 5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 여러 명이 동급생이던 학생 한 명을 표적 삼아 20일간 고데기, 옷핀, 책 등으로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안겼다.
가해자 무리 중 하나인 최혜정(차주영 분)의 아역을 맡았던 송지우는 OSEN과 만난 자리에서 “고데기로 가해한 게 실화라는걸 알고 놀랐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쁜 짓 하고 계시는 분들은 그만하셨으면 좋겠다. 언젠간 돌아온다는 걸 생각하시면서 언어적 폭력이든 물리적이든 절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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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모범택시, 미끼, 더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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