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삼십삼분 창업자 권준모, 경영 전면 나선 이유
자회사 디랩스 중심 체질개선 모색
모바일 게임사 네시삼십삼분(4:33)의 창업자인 권준모 이사회 의장이 약 10년 만에 경영 전면에 나섰다. 권 의장은 2012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왔으나 작년 6월 자회사인 웹3 게임 개발사 디랩스게임즈 대표를 맡으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시삼십삼분은 한때 '블레이드'와 '영웅' 등으로 이름을 떨쳤던 모바일 게임 개발사다. 지난 2014년 모바일 게임 최초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심리학 교수 출신인 권 의장은 2001년 제자들과 '엔텔리전트'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하며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다. 엔텔레전트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이 잇따라 흥행하자 권 의장은 2005년 회사를 넥슨에 매각하고 넥슨모바일 대표를 맡았다.
넥슨에 합류한 이후 '메이플스토리' 등 온라인게임 원작을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해 성공시키자 이를 인정받아 2006년 넥슨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이 시기 권 의장은 주로 대외 전략 사업과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며 넥슨을 연매출 5000억원대 게임 회사로 키워냈다. 2007년부터 2년간 제3대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9년 넥슨 대표직에서 사임한 권 의장은 같은 해 인텔리전트 출신 인력들과 함께 네시삼십삼분을 설립했다. 설립 과정에서 회사에 투자한 위메이드는 현재까지도 권준모 의장에 이은 2대 주주(26.29%·작년 말 기준)로 남아있으며 위메이드맥스 역시 9.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권 의장은 창립 직후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네시삼십삼분을 이끌었으나 2012년 제자이자 공동 창업자인 소태환 대표에게 대표직을 물려주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이후 2016년부터는 창립멤버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다.
권 의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카카오톡 게임을 중심으로 연이어 흥행작을 쏟아냈던 네시삼십삼분은 이후 이렇다 할 신작을 내지 못하며 지난 2015년부터 8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432억원에서 2021년 153억원으로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306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당기순손실은 36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 역시 466억원으로 전년(761억원) 대비 줄었다.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회사는 직원 수를 줄이고 자회사 디랩스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디랩스는 지난해 6월 설립된 웹3 게임 개발전문 자회사다. 기존에 출시된 초기 웹3 게임이 P2E(돈 버는 게임) 등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돈 버는 게임에 집중했다면 디랩스는 한발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커뮤니티가 소유권을 가지는 탈중앙화 게임을 추구한다. 디랩스의 대표는 권준모 의장이 직접 맡았다.
권 의장은 최근 공식 유튜브를 통해 "넥슨에서 4년을 보내고 은퇴하려 했으나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오는 것을 보고 스마트폰 게임 회사인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했다"며 "나는 혁신가(entrepreneur)이고 파도가 오는 것을 보면 서핑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이라는 파도는 이전보다 10배 이상 클 것이라 믿는다"며 "블록체인이 게임 산업의 차세대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의장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 직접 참가해 폴리곤 랩스와 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폴리곤은 이더리움 기반의 거래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멀티체인이자 레이저 2 확장성 솔루션이다. 하이브리드 PoS(Proof of Stake), 플라즈마 지원 사이드체인을 조합해 빠르면서도 저렴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네시삼십삼분은 올해 자회사 디랩스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3종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반등을 꾀할 계획이다. 먼저 럼블 레이싱 스타(Rumble Racing Star)는 자동차가 아닌 잔디 깎는 기계를 이용해 플레이어끼리 경쟁하는 멀티플레이어 레이싱 게임이다. 다양한 트랙과 독특한 아이템과 스킬, 프로필 사진 NFT(대체불가능 토큰)와의 연동 등을 지원한다.
이밖에도 '우주 난민 서바이벌 게임' 스페이스 프론티어(Space Frontier)와 역할수행게임(RPG) 메타볼츠(MetaBolts)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네시삼십삼분 관계자는 "앞서 디랩스 특별 멤버십인 어드벤처패스 NFT가 예약 대기자를 대상으로 2분 만에 완판되고 디랩스 공식 트위터 계정이 시작 3주 만에 5만명 이상의 팔로워가 가입하는 등 이용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웹3 게임으로 좋은 실적을 올리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