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총각의 결혼조건은 처녀성? ‘깜놀’할 그때 결혼관[선데이서울로 본 50년전 오늘]

박효실 2023. 4.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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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4년 11월 14일 배우 신성일 엄앵란 부부의 결혼식 모습


편집자註 : 50년 전인 1973년 4월, ‘선데이서울’의 지면을 장식한 연예계 화제와 이런저런 세상 풍속도를 돌아본다.

[스포츠서울] “나 얼굴 안 봐, 사람 됨됨이랑 성격 봐”

결혼상대를 고를 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본심은 누구나 많은 것을 따지고 꼼꼼하게 계산하기 마련이다. ‘사랑’이라는 말을 빠뜨릴 수야 없지만 상대를 따져 보는 계산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이 불문이다.

결혼은 현실이자 생활이기 때문이다. 결혼만큼 긴 계약도 없고 위험(?)한 계약도 없다. 50년 전, 이 땅의 청춘남녀는 어떤 결혼 조건을 생각했을까. ‘선데이서울’ 234호(1973년 4월 8일)에는 ‘엘리트 총각 사원들의 결혼 조건’을 235호(1973년 4월 15일)에는 ‘직장 아가씨들이 바라는 신랑감’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연속으로 실었다.

남녀 각 10명을 대상으로 5개 설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요즘 남녀가 생각하는 결혼과는 어떻게 다를까. 50년 전, 그 시대 총각과 아가씨들의 생각이 담긴 ‘선데이서울’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약간 껄끄러울 수 있는 표현도 있지만 주어진 설문 그대로 옮겼다.

◎ 엘리트 총각 사원들의 결혼 조건

① 순종형(식모형), 장신구형, 어머니형, 친구형 가운데 어느 형의 여자를?

② 처녀성을 중요시하는가?

③ 학력은 어느 정도?

④ 중매와 연애 중 어느 쪽을?

⑤ 시골 여자와 도시여자 중 어느 쪽을?

◎ 직장 아가씨들이 바라는 신랑감

① ‘알랑 드롱’같은 미남형, 황소같은 성실형, ‘윈저’공 같은 열애형, 바위같은 무뚝뚝형 가운데 어떤 형을?

② 여성 편력이 많았던 남자와 거의 없었던 남자 중 어느 쪽을?

③ 경제력은 어느 정도라야?

④ 직업과 학력은?

⑤ 연애와 중매 중 어느 쪽을?

1973년4월 서울 중구 동양버스고속터미널에서 열린 결혼식 모습. 스포츠서울DB


이 설문조사에서 총각들은 순종형 아내, 친구 같은 아내를, 아가씨들은 황소같은 성실형, 바위같은 무뚝뚝한 남편을 원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상대의 학력에 대해 총각들은 대졸(4명), 무관(4명), 고등학교 졸업 정도(2)로 대답이 갈렸다.

반면에 아가씨들은 남편 될 사람의 학력만은 대졸이기를 원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학력은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었던 셈. 또 젊은 날 결혼 전에 누구나 꿈꾸는 달달한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남녀가 공통이었다.

‘선데이서울’ 설문에서 가장 큰 관심은 총각들에게는 ‘처녀성을 중요시하는가?’ 아가씨들에게는 ‘여성 편력이 많았던 남자와 거의 없었던 남자 중 어느 쪽을?’이었을 것이다.

처녀성에 대한 총각들의 응답은 갈렸다. ‘중요하지 않다’(3), ‘무시한다’(2) ‘중요하다’(5). 한 총각은 “물어보나 마나 순결한 처녀라야지 기분 나빠서 헐어빠진 여자를 어떻게 데리고 사나”라고 요즘 세상이라면 매 맞을 원색적 의견을 내놓았다.

총각의 여성 편력에 대한 아가씨들의 생각도 갈렸다. ‘순결해야’(3), ‘약간 경험 있는’(4), 무관이나 비공개(3)로. 그 시대에는 그런 말도 버젓이 주고받았다. 더구나 순종형 아내를 ‘식모형’, 또 장신구형으로 표현한 설문을 보면 아내의 존재를 모독하는 것 같기도 하다.

50년 시차를 건너뛰어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조사한 미혼남녀가 원하는 배우자상이다. 25~39세 사이의 미혼 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50년 전 ‘선데이서울’과 같은 설문은 아니지만 조각조각 맞추어 보면 결혼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요즘 커플들의 이색 웨딩화보. 자료사진


우선 여자가 원하는 배우자(남자)의 중요조건은 성격, 소득, 외모순, 남자가 원하는 배우자(여자)는 성격, 외모, 직업순으로, 남녀 모두 성격 좋은 사람을 바라고 있다. 비율도 70% 내외로 엄청나게 높다. 모나거나 유별난 성격은 결혼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여자는 남자의 경제력을,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본다고 했다. 성격보다 비중이 많이 낮지만 이게 본 마음은 아닐까. 결혼 상대의 희망 학력은 남녀 모두 대학교 졸업, 상대의 직업은 남녀 모두 전문직, 공무원, 사무직 순이었다.

여성이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시대 흐름에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 남녀 모두 탄탄한 연봉, 안정적 자산에다 남자는 175~180㎝, 여자는 160~165㎝ 키를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말을 재밌게 잘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좋은 배우자감으로 꼽혔다. 개그맨 아내가 미녀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결혼 풍속도도 많이 변했다. 앞서 ‘선데이서울’ 설문에 응답한 50년 전 아가씨들은 22~27세 사이, 총각은 27~31세, 요즘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신부도 흔할 만큼 신랑·신부의 만혼화, 노령화(?)를 실감한다.

또 50년 전만 해도 주례 없는 결혼식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주례의 혼인 서약과 성혼이 선언되고 주례사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결혼이 완성되었다. 지금의 결혼은 엄숙한 의식이라기보다 신랑과 신부, 사회자, 친구들이 펼치는 놀이마당 같은 한바탕 축제로 변해가고 있다. 주례 없는 결혼식도 흔하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 실린 ‘어느 시어머니의 주례사’가 화제가 되었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50년 전 ‘선데이서울’에 비친 결혼관과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에 놀랐다. 또 가까운 온천, 제주도가 대세였던 신혼여행은 이름도 낯선 태평양이나 인도양 섬나라로 바뀌었다.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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