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자진 탈당'에…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두고 '고심'

염윤경 기자 2023. 4. 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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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진 탈당을 결정하자 민주당은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의 거취 문제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23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자회견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탈당 및 조기 귀국 결정 후, 민주당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다른 의원들의 거취 문제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송 전 대표는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더 이상 제가 이곳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조기 귀국 의사를 전했다.

송 전 대표의 귀국 결정에 민주당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서는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돈 봉투 의혹 연루자로 수십 명의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해당 의원들의 거취 문제 등이 당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압수수색까지 이루어진 윤관석 민주당 의원과 이성만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금품을 제공하거나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한 혐의(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 수사 중이다.

지난 23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과 이 의원의 탈당 입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당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에 관해서는 "송 전 대표가 귀국하고 나면 사건에 대한 규명이 좀 더 빨라질 테니 진행 상황을 보며 거기에 맞는 당 대응이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의 대응과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는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단 목소리와 당에 수사 권한이 없는 만큼 의원들의 거취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 악재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굉장히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지지율이 더 폭락한 다음에야 고민에 나설 텐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당에 수사 권한이 없으니 검찰이 빨리 조사하는 것 외에 달리 방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수사선상에 오른 분들이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송 전 대표와 같은) 결단을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원들 스스로 '진실 고백'을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통해 "169명의 진실 고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부터 민주당 국회의원 169명 모두 저처럼 이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결백하면 결백하다는 입장문을, 죄가 있다면 죄를 밝히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고백문을 발표하는 진실고백 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탄압'이라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윤관석 의원은 "돈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비상식적인 야당탄압 기획 수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성만 의원도 "이정근 전 위원장과 관련하여 그동안 보도된 의혹들과 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으며 정치 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논란에 국민의힘은 거센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는 돈봉투를 받은 민주당 국회의원 20명을 출당시키거나 징계하지 못할 것"이라며 "체포동의안이 통과될까봐 벌벌 떠는 처지인데 어떻게 20명을 밀어내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출당이나 징계는 고사하고 공천도 마찬가지"라며 "돈봉투 명단에 오르내린 민주당 의원들이 순순히 불출마를 하거나 컷오프를 수용할 리 없다, 그럴 기미가 보이면 '온갖 혐의로 얼룩진 이재명은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냐'고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호하면서 송영길 전 대표를 비난하는 건 소도둑은 숨겨주면서 바늘 도둑을 벌하는 꼴"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도 "송영길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마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듯 몇 마디로 끝났다"며 "기자회견 내용도 반성문이 아닌 자소서를 써왔다"고 지적했다.

염윤경 기자 yunky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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