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기다림, 애플페이 한 달 성적표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2023. 4. 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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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애플페이 대항마를 찾는 게 아니라 더 나은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3월 21일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도입 첫날 애플 기기에 등록된 신용카드 연결 토큰이 100만 개를 넘었고, 3주 만에 200만 개를 돌파했다. 근거리 무선 통신(NFC) 카드 결제 단말기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애플페이는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애플페이는 아이폰 전원 버튼을 두 번 눌러 카드를 띄우고 NFC 단말기에 가져다 대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애플워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는 기존의 스마트페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을 신용카드 단말기에 가져다 대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는 방식인 스마트페이와 비슷하다. "된 거예요? 이게 전부인가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거창하고 새로운 경험을 기대했던 것에 대한 실망일 수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애플 기기 이용자는 애플페이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결제 수단도 많은데?’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삼성페이가 상용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페이코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익숙한 여러 간편결제서비스가 있으며 카드사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직접 만든 결제 시스템을 통해 적잖은 할인, 프로모션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삼성페이는 가장 편리한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로 꼽히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그 외의 간편결제는 온라인에서는 편리할지언정 오프라인에서는 복잡한 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용자가 해당 앱에 들어가 온갖 화면 속에서 결제 버튼을 찾아야 하는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

애플이 애플페이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14년 9월의 일로 벌써 10년째에 접어든다. 그런데 그 결제 서비스를 국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쓸 수 없었다. 국내 애플 이용자의 기대가 포기에 가까워진 순간, 그 빗장이 풀리면서 특별한 마케팅 없이 빠른 속도로 고객을 모을 수 있었다.

애플페이 도입에 10년 걸린 이유

이토록 수요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애플페이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이미 탄탄하게 갖춰져 있는 국내 신용카드 결제 시장 환경이다. 사업자 관점에서는 애플페이 도입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보안 문제나 별도의 수수료, 저조한 NFC 단말기 보급률 등 단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용자, 그러니까 돈을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기에서 직접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편의성과 안전성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편의점과 대부분의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매장은 빠르게 NFC 단말기를 도입하고 있다. 소규모 개인사업자도 서서히 애플페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사실상 애플페이의 보급보다는 NFC 기반의 비접촉 결제 플랫폼의 보급으로 볼 수 있다.

사실 NFC 기반 단말기의 보급은 언제 이뤄져도 이뤄져야 했던 일이다. 오랫동안 신용카드 결제를 맡아온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은 손상과 복제가 쉬워 글로벌시장에서는 퇴출되고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IC(집적회로) 칩과 NFC 비접촉 결제다.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IC 칩을 갖고 있고, 적지 않은 신용카드는 NFC로 교통카드처럼 찍어서 돈을 내는 비접촉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애플페이도 후자를 모바일 기기에 넣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는 NFC 단말기 보급 등의 문제로 IC 칩과 MST 중심으로 단말기 보급이 이뤄졌다. 단말기 교체를 통한 결제 방법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이 장벽은 애플페이가 도입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처럼 보이지만 결국 비접촉 결제가 한발 늦게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수요가 늘어난다면 기업과 사업자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애플페이가 물꼬를 트면서 결제 관련 업체들도 활발하게 결제 단말기 교체에 나서는 분위기다.

수수료 문제 역시 제기돼왔다. 애플은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로, 결제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수수료율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편적으로 0.15% 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100만 원을 결제하면 1500원이 수수료로 나가는 것이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 일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 대부분의 간편결제 솔루션은 가맹점이 별도의 수수료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드사와 결제를 맡는 VAN사가 그 부담을 떠안으면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올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실제 수수료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카드는 공고한 신용카드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과도한 프로모션 비용을 쏟아붓는 것보다 이용자들이 진짜 원하는 서비스를 꺼내놓는 것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애플 이용자가 "처음으로 현대카드를 발급받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명확하게 법으로 규제되는 국내 금융 환경에서 애플페이의 수수료가 이용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크지 않다.

애플페이가 해외 서비스 국내 침투?

3월 21일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왼쪽). 서울 강남구 GS25 역삼홍인점에서 직원이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속도가 느린 IC 칩과 달리 순식간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NFC의 특성 때문에 결제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NFC는 기기를 맞대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 가면 정보가 전송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찍어서 결제'가 아니라 '찍으러 가다가 결제'에 더 가깝다. 또한 카드번호, 이름 등 개인정보가 적혀 있는 신용카드를 남에게 건네주면서 카드 복제와 사생활 침해가 일어날 우려도 덜 수 있게 됐다.

소비자의 권리를 찾았다는 의미도 놓칠 수 없다. 2월까지는 아이폰을 구입하더라도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는 단순히 기능에서 손해를 본다는 의미를 넘어서 새 기술에 대한 보편적인 시장 경험을 낮추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IT 발전의 과정은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상의 불편을 바꾸는 데에 있다. 그 경험이 변화를 일으키면 다시 더 나은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반복되면서 한국은 'IT 강국’과 같은 수식어를 얻어왔다. 하지만 글로벌시장과 경쟁하며 연결과 유연성이 부족한 과거의 기술들이 곳곳에서 장벽으로 부딪히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애플페이 대항마'를 찾는 게 아니라 더 나은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간편결제, 스마트 금융, 핀테크 등의 핵심은 안전과 편리함이다. 새로운 기술을 다양하고 보편적으로 접하는 것이 그다음 더 편리한 서비스를 떠올리고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아는 것과 경험해본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애플페이는 단순히 해외 금융서비스의 국내 침투가 아니라 국내 금융서비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더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페이 #NFC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출처 애플홈페이지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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