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OS R8·R50으로 짚어보는 '풀프레임' vs 'APS-C' 카메라

2023. 4. 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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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에서 센서는 카메라의 성능 그 자체다. 센서는 렌즈의 광학부를 통해 입사된 광학 상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로,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한다. 즉 최신의 고성능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일수록 좋은 필름을 달고 있는 셈이어서 이미지 품질도 좋아진다. 또한 센서 성능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상향 하며, 최신 제품일수록 전 세대보다 나은 품질을 제공한다. 하지만 센서의 성능과 무관하게 이미지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있다. 바로 ‘판형’이다.

판형은 카메라 센서의 크기를 의미하며, 렌즈의 초점거리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ISO를 높일 때 개입하는 노이즈를 뜻하는 신호대 잡음비나 주변부 밝기 저하 현상인 비네팅(Vignetting)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디지털 카메라 판형은 25.1x16.7mm 크기의 APS-C(Advanced Photo System Type-C)와 전통적인 필름 크기와 동일한 36x24mm(35mm 풀프레임) 두 가지로 굳어졌고, 취미용 카메라를 선택한다면 대체로 APS-C와 풀프레임 두 카메라를 놓고 갈등하게 된다.

풀프레임 카메라인 캐논 EOS R8(좌)과 APS-C 카메라인 캐논 EOS R50(우). 출처=IT동아

다만 판형이 다르더라도 카메라에서 들여다볼 때의 화면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선택이 쉽지 않다. 게다가 판형이 달라도 마운트나 렌즈가 호환된다거나, 외형이나 크기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더 구분이 어렵다. 둘 다 써보면서 경험하지 않았다면 사전에 정보를 많이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캐논 EOS R8과 R50 역시 비슷한 조건이다.

캐논 EOS R8은 캐논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EOS R50은 APS-C 미러리스다. 두 카메라 모두 RF 마운트를 지원하고, 화소 수도 2천420만으로 동일하다. 기본 렌즈의 초점거리도 EOS R8이 24-50mm, EOS R50이 18-45mm로 비슷하다. 판형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가격이나 크기 이외에는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두 카메라를 동시에 활용해 어떤 제품이 본인에게 맞을지 하나하나 설명해 본다.

캐논 EOS R8, R50. 판형 따라 크기와 렌즈 달라


캐논 EOS R8이 더 큰 판형을 채택해 크기가 좀 더 크다. 출처=IT동아

캐논 EOS R8은 4월 24일 출시된 중급기 풀프레임 미러리스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캐논 EOS R6 Mark II보다 아랫 등급이며, 사실상 초경량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EOS RP의 후계 기종이다. 현재 캐논 풀프레임 카메라 라인업 중에서는 제일 가벼워 입문 기종으로 적합하다. EOS R50은 지난 3월 21일 출시된 보급기 APS-C 카메라로, EOS R10보다는 아랫 등급이고, EOS M50 Mark II을 대체하는 제품이다. EOS R50 역시 마찬가지로 APS-C 카메라에서는 보급기에 속하므로 입문 기종으로 적합한데, 뷰파인더가 있기 때문에 추후 뷰파인더 미탑재 제품보다는 윗 등급의 제품이다.

풀프레임 센서는 가로 36mm에 세로 24mm 크기며, APS-C는 22.3mm에 14.9mm 크기다. 풀프레임이 APS-C 센서보다 1.6배 더 크다. 출처=IT동아

센서는 두 카메라 모두 2천420만 화소며 결과물은 6000x4000 픽셀로 동일하다. 하지만 EOS R8은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하고 있고, EOS R50은 1.6배 작은 APS-C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즉 화소 수와 결과물의 픽셀은 같지만 센서 크기는 EOS R8이 훨씬 크다. 센서 크기가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35mm 풀프레임은 기존의 필름 카메라부터 이어져온 규격이고, 지금도 사진 관련 기법이나 기술의 표준 대우를 받는다. 또한 풀프레임은 픽셀 하나당 크기가 APS-C보다 더 커서 픽셀 하나당 받아들이는 광량이 더 많이 노이즈가 적게 발생하고, 배경 흐림인 피사계 심도도 더 얕게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주변부가 잘리는 APS-C와 다르게 초점거리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광각 촬영 시의 이점이 크다.

하지만 풀프레임 센서는 APS-C 센서에 비해 훨씬 비싸고, 렌즈와 카메라의 크기도 그만큼 커진다. 또한 전문가가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고 제작되기 때문에 아마추어 용도인 APS-C보다 더 많은 기능을 담고, 그만큼 가격도 더 비싼 편이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접근한다면 풀프레임을, 일상 용도로 편하고 가볍게 활용한다면 APS-C가 맞는 셈이다.

풀프레임 카메라는 보통 전문가용 시장에 대응하는 제품이라 활용도나 기능이 더 상위 급이다. 출처=IT동아

센서 크기에 따른 기능적 차이는 카메라의 외관에서도 잘 드러난다. 캐논 EOS R8은 132.5x86.1x70mm에 무게 약 461g이며, EOS R50은 116.3x85.5x68.8mm에 무게 375g으로 가로 폭이 더 좁고 가볍다. 대신 EOS R8은 하이 아마추어부터 전문 사용자에도 대응하는 제품인 만큼 후면부 버튼 배치나 다이얼등이 더 많고, EOS R50은 가볍고 간단히 사용하기 위한 배치가 돼있다.

인터페이스도 EOS R8은 USB 3.2 2세대에 대응하는 USB-C형 단자와 마이크로 HDMI 단자, 오디오 단자 및 리모트 컨트롤 단자가 갖춰져 있고 SD 카드도 최대 UHS-II 규격까지 지원하는 반면 EOS R50은 USB 2.0에 해당하는 C형 단자와 마이크로 HDMI 단자, 마이크 입력 단자, UHS-I에 대응하는 SD 슬롯이 있다. EOS R8은 엔트리 급이라도 전문 사용자에 맞는 수준을 갖췄고, EOS R50은 일반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특성을 갖고 있다.

비슷해보이는 결과물, 표현력의 관점에선 다르다


캐논 EOS R50의 RF-S 18-45mm 렌즈에서 24mm로 설정한 다음 촬영한 결과물, EOS R8에서 38mm로 촬영한 수준에 해당한다. 출처=IT동아

캐논 EOS R50의 RF 24-50mm 렌즈에서 24mm로 설정한 결과물. 출처=IT동아

풀프레임과 APS-C의 가장 큰 차이점은 초점거리의 환산에 따른 화각 차이다. 상단의 사진은 모두 24mm 초점거리로 촬영된 결과물이지만, EOS R50보다 R8이 넓은 공간을 담는다. R8은 24mm에 해당하는 화각을 모두 기록하는 반면, EOS R50은 센서가 작기 때문에 주변부를 잘라내고 38mm 화각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제공한다. 만약 단초점 렌즈를 구매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화각보다 더 좁은 영역을 담는다는 걸 감안해서 사야 한다.

물론 APS-C 전용 줌 렌즈는 처음부터 주변부가 잘리는 것을 고려해서 훨씬 넓은 화각을 갖고, 이를 환산했을 때 풀프레임 렌즈와 비슷한 영역을 보여준다. 덕분에 RF-S 18-45mm F4.5-6.3 IS STM 렌즈를 활용할 때 초점거리는 풀프레임 환산 시 28.8-72mm로 광각에서 준망원까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렌즈의 대다수 기준이 풀프레임이니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여행 사진가처럼 광각이 중요하거나, F2.8의 고성능 줌렌즈 등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다면 EOS R8을 선택하는 게 맞다. 기본적으로 풀프레임 자체가 전문가용에 대응하고, 밝고 빠른 렌즈들도 모두 풀프레임에 맞춰 나온다. 반대로 고가의 밝은 렌즈가 필요하지 않고, 작고 가벼운 일상용 카메라를 선택한다면 APS-C인 EOS R50을 선택하는 게 맞다.

캐논 EOS R50, ISO100, 1/250초, f/6.3. 초점거리 31mm(35mm 환산 49mm). 출처=IT동아

캐논 EOS R8, ISO100, 1/200초, f/6.3. 초점거리 50mm. 출처=IT동아

배경 흐림을 뜻하는 피사계 심도를 표현하는데서도 다르다. EOS R8은 50mm f/6.3로 촬영했고, EOS R50은 환산 50mm에 해당하는 31mm f/6.3으로 촬영했다. 두 카메라의 화각이나 조리개에 따른 피사계 심도 표현 수준은 동일해야 하지만, 풀프레임인 EOS R8쪽의 주변부가 더 흐리게 처리된다. 동일한 화면을 프레임에 담았지만 EOS R8이 피사계 심도가 더 얕은 망원으로 촬영되어서다. EOS R8에서 F4 렌즈로 배경 흐림을 유도했을 때, EOS R50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려면 F2.8 렌즈를 써야 한다.

물론 EOS R50의 배경 흐림 처리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1인치 이하 센서 카메라와 비교하면 APS-C의 배경 흐림 처리도 월등하다. 특히나 배경 흐림 처리는 스마트폰으로는 흉내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최근 인공지능으로 주변부를 처리하는 기능이 등장하고 있지만, 광학적 효과처럼 자연스러울 수 없다. 따라서 스마트폰보다 미려한 배경 흐림 처리를 원한다면 EOS R50을 선택해도 충분하고, 풍부한 배경 흐림 처리를 통한 사진 기법 혹은 인물 사진 등을 원한다면 EOS R8이 유리하다.

두 사진 모두 ISO 12800, 1/5초 f/11로 촬영됐다. 초점거리는 R8이 50mm, R50이 32mm(35mm 환산 51mm)로 동일한 수준으로 촬영됐다. 출처=IT동아

신호대 잡음비는 판형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센서는 빛을 받아들이는 픽셀 피치가 클수록 노이즈가 적게 생성된다. 만약 EOS R8이나 R50처럼 픽셀의 개수가 같은 조건이라면 픽셀당 면적이 더 넓은 R8의 결과물에서 노이즈가 더 적게 생성된다. 결과물은 두 카메라 모두 ISO 12800에 1/5초, f/11로 촬영됐다. 촬영 조건이 같고 센서도 같은 세대지만 판형이 더 큰 EOS R8쪽의 결과물이 더 선명하고 덜 흐린 느낌을 준다. 이런 특성은 전 영역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므로 노이즈가 덜 생기는 것을 원한다면 EOS R8이 유리하다.

물론 EOS R50의 노이즈도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적이다. APS-C는 스마트폰 센서보다 약 15배 더 크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고화소화할수록 픽셀피치는 훨씬 더 작아지기 때문에 노이즈가 훨씬 많이 개입한다. 어떤 조건에서든 고품질 결과물을 원한다면 EOS R8이 적합하겠지만, APS-C 판형인 EOS R50만으로도 스마트폰으로는 촬영할 엄두도 낼 수 없는 저조도에서 결과물을 거둘 수 있다.



동영상 측면에선 어떨까? 몇년 전만 하더라도 풀프레임 센서 기술에 한계가 있어 4K(3840x2160) 해상도 촬영 시 주변부 테두리가 잘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EOS R8 등 최신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4K 촬영 시에도 주변부가 잘리지 않는다. 따라서 동영상 촬영에서는 판형에 따른 차이보다는 카메라의 성능에 따른 차이가 크다.

EOS R8의 경우 엔트리 급이지만 전문가용에 대응하므로 UHS-II 고속 메모리를 지원하며, 주변부 잘림 없는 4K 60p 영상은 물론 전문 후보정 작업을 위한 C-Log3 및 HDR PQ 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0.03초만에 초점을 검출하는 듀얼 픽셀 CMOS AF II와 풀프레임 센서의 광학적, 노이즈 특성을 합치면 유튜버나 여행작가 등이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OS R50의 경우 C-Log나 HDR 촬영 등은 없지만 4K 30p 촬영을 지원한다. 최근 스마트폰도 8K 촬영을 지원하니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EOS R50을 활용하면 피사계 심도 표현의 이점과 고감도 저노이즈 특성을 모두 살릴 수 있고, 또 EOS iTR AF X를 활용한 우월한 피사체 검출 능력도 개입하므로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좋은 품질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영화 감독을 꿈꾼다면 EOS R50

캐논 EOS R50은 작고 가벼운 일상용 카메라를 추구하는 경우에 좋다. 출처=IT동아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른다면 캐논 EOS R50과 R8과의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센서 크기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센서로 인해 모든 것이 다르다. EOS R50의 경우 APS-C 센서를 활용하므로 그만큼 보디와 렌즈의 크기도 작고 가볍다. 초심자를 겨냥한 제품인 만큼 많은 기능들이 자동화돼 있으면서도, 실시간 동체 추적이나 영상 기능 등은 부족함 없이 구성돼 있다.

광각에서 화각에 손해가 있긴 하지만, 역으로 망원에서는 더 먼 곳을 촬영할 수 있다. 주변부 배경 흐림 등 피사계 심도도 풀프레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고, 스마트폰이나 일반 콤팩트 카메라에 비하면 월등하다. 단초점 렌즈만 사용해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EOS R50은 가족이나 연인 등 일상 촬영이 중심인 사진가나 가볍게 취미 사진을 즐기고 싶은 사진가에게 적합한 구성이며, 자동 기능과 편의성이 잘 갖춰져 있어서 누구나 사용하기 좋다.

일상 속 작품 사진부터 전문 영상 작업까지, EOS R8


캐논 EOS R8은 작고 가벼워야 하지만, 풀프레임 특유의 활용도와 렌즈 구성을 필요로 할 때 적합하다. 출처=IT동아

EOS R8은 크기는 작더라도 분명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다. 물론 EOS R6 Mark II나 R5 등 상위 기종과 비교하면 배터리 효율이나 기록 성능 등이 전반적으로 아래 등급이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했으면서도 작고 가벼운 제품을 찾는다면 감수할만한 수준이다. 특히 풀프레임 특유의 배경 흐림 처리와 우수한 노이즈 특성을 갖췄고, 잘림없는 4K 60p와 C-Log 3 지원 등 영상 측면에서도 쓸만하다. 기존 RF 마운트의 고성능 렌즈들을 제약 없이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크기나 무게는 누구든 부담없는 수준이라서 일상 촬영부터 해외 여행까지 다양한 조건에서 항상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찾을 때 적합하고, 또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사진 및 영상 전문가가 선택해도 쓸만한 제품이다. 당연히 APS-C의 상위 개념인 만큼 일상 사진이나 취미 사진으로도 매우 좋다. 다만 EOS R8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풀프레임 카메라가 쓰기엔 너무 작은 LP-E17이어서 최소한 두 개의 여분은 같이 챙겨야 한다.

스마트폰보다는 디지털 카메라가 더 좋은 결과물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처=IT동아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우수해지면서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APS-C와 풀프레임 판형 카메라는 동세대 스마트폰으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이미지 품질과 기능을 제공하므로 제대로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당연히 카메라를 쓰는 게 좋다. 스마트폰으로는 놓칠수 밖에 없는 소중한 순간들을 디지털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캐논 EOS R50의 제품 단품 가격은 102만 원대며, 18-45 렌즈를 포함한 가격이 120만 원대다.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 급 스마트폰보다는 저렴하며, 이미지 품질을 생각하면 투자할만한 금액이다. 만약 EOS R50을 맞춘다면 RF 16mm F2.8 STM과의 조합도 추천한다. EOS R8의 경우 제품 단품 가격이 205만 원대며, 24-50 렌즈를 포함해 232만 원대다. 가볍게 쓰려면 렌즈킷을 쓰고, 렌즈 군을 갖출 생각이라면 단품으로 산 다음 렌즈를 맞추자.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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