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복수 vs 나약한 내면… 오셀로에 대한 두가지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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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가 다음 달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오셀로 내면에 가득한 열등감이 파국을 불러왔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지만, 두 배우는 이 물음에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고 했다.
출연 계기를 묻자 박호산은 "어느 배우가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기념 30주년 공연 '오셀로' 출연을 마다하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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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죽음 문턱 수차례 전쟁영웅
질투에 함몰되면서 결국 무너져”
유 “약점 감추고 싶어한 무어인
사랑에 빠져 자아의 균열 커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가 다음 달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자, 코로나19 등으로 주춤했던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연극이다. 오셀로 역을 맡은 배우는 박호산(왼쪽 사진)과 유태웅(오른쪽). 언뜻 보기엔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중앙대 연극영화과 91학번 동기이자 1993년 각각 연극과 드라마로 시작해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데뷔 동기기도 하다. 각각 ‘호셀로’ ‘웅셀로’라 불리며 자신만의 오셀로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두 배우를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중세 베네치아의 전쟁 영웅인 무어인 장군 오셀로는 아름다운 여인 데스데모나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하지만 그에게 불만을 품은 부하 이아고의 이간질로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오해하고, 질투 끝에 그녀를 해치고 자멸한다. 극 속 오셀로는 이아고에게 쉽게 속아 넘어간다. 두 배우 역시 “데스데모나에게 한 번 솔직하게 물어보면 될걸, 왜 저렇게까지 상황을 만들지?” 하며 답답해했다고. 오셀로 내면에 가득한 열등감이 파국을 불러왔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지만, 두 배우는 이 물음에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고 했다.
박호산은 ‘복수의 길만을 걸어온 맹목성’을, 유태웅은 ‘강인한 외면 속 숨겨진 나약함’을 오셀로의 핵심으로 봤다. ‘죽음을 여러 번 맛본’ 전쟁 영웅 오셀로는 치열한 복수의 길만을 걸어왔고, 그런 그가 첫사랑 데스데모나에게 느낀 낯선 감정 속에 혼란을 느끼다 질투에 함몰돼 결국 파멸한다는 게 박호산의 해석이다. “자기 안의 갈등이 심한 캐릭터로 만들고 있어요. 오셀로가 무너지는 이유는 자기 탓이 돼야겠더라고요. 누구든 자신의 인간적인 욕망이나 판단 실수로 무너지게 되니까요. 이아고 때문이 아니라 오셀로 자신 때문에 쓰러지는 거죠.”(박호산)
반면 유태웅은 오셀로를 ‘겉으론 강인해 보이지만 많은 아픔이 있는, 약한 내면의 소유자’로 해석했다. “무어인이라는 열등감, 타지에 머물며 약해진 내면 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오히려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을 알게 됐고, 그 사랑 때문에 본래 자신의 안에 있던 균열이 더 커지며 결국 파멸에 이른 거죠. ‘호셀로’와 ‘웅셀로’, 각각 조금 다른 오셀로가 될 겁니다.”(유태웅)
두 사람 모두에게 이번 작품의 의미는 크다. 출연 계기를 묻자 박호산은 “어느 배우가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기념 30주년 공연 ‘오셀로’ 출연을 마다하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 등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그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연극배우라고 했다. “연극배우로서 큰 영광이죠.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박호산)
유태웅은 ‘오셀로’가 자신의 인생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선배들 졸업공연에 몬타노 장군으로 참여했던 ‘오셀로’ 이후 32년 만이에요. 오셀로 역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뜻깊습니다. 이번 작품은 제 인생작이 될 겁니다.”(유태웅)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평을 요청했다. 박호산은 유태웅을 “아우라가 있는 배우”라고, 유태웅은 박호산을 “에너지가 엄청난 배우”라고 말했다. “오셀로는 무대에 딱 등장했을 때 ‘와, 오셀로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야 해요. 압도하는 힘이 필요한 인물인데 여기에 유태웅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배우죠. 딱 봐도 오셀로예요.”(박호산)
“박호산은 연극을 정말 오래 해왔고 무엇보다 에너지가 엄청난 배우예요. 함께하게 돼 정말 좋아요. 함께 연습하다 보면 그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듭니다.”(유태웅)
오셀로는 셰익스피어가 17세기 초에 쓴 작품. 배우와 제작진 모두의 고민은 이 고전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보여주느냐다. 그 결과, 무대는 중세 배경이 아닌, 현대 배경으로 꾸며질 예정이며 배우들의 의상 역시 현대적인 콘셉트로 제작되고 있다. “아주 현대적으로 가고 있어요. 무대부터 이전엔 본 적 없던 새로운 무대가 될 겁니다.”(박호산) 공연은 오는 5월 12일부터 6월 4일까지.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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