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나는 '북경한미' 덕에 청신호 켜진 한미약품
국민 필수약 만든 현지화 전략 눈길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북경한미가 모기업 한미약품(128940)의 매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북경한미는 한미약품 연결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예상이 실현되면 북경한미는 국내 제약사의 해외법인 가운데 본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해외법인으로 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
영업이익 비중도 상당하다. 모기업인 한미약품은 2020년 1274억원 2021년 1254억원 2022년 157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이기간 북경한미가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2020년부터 18%(영업이익 234억원), 53%(669억원), 49%(780억원)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2037억원)을 고려해도 44%(897억원) 수준으로, 연결 영업이익 비중의 절반에 달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북경한미에 대한 장밋빛 실적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1분기 북경한미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인 매출액 1006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안타증권도 매출액 1067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북경한미 올해 전체 매출액에 대해 전년 대비 10% 증가한 3856억원, 영업이익은 15% 증가한 897억원으로 한미약품이 제시한 추정치를 상회하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제한적이었던 영업 환경에서 벗어나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 힘입어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북경한미의 이같은 호실적 배경으로는 유아용 감기약 판매 호조를 들 수 있다. 북경한미는 유아용 정장제 ‘마미아이’, 유아용 진해거담제(기침, 가래약) ‘이탄징’, 변비약 ‘리똥’, 성인용 정장제 ‘매창안’, 진해거담제 ‘이안핀’ 등을 중심으로 20여개 제품을 현지에서 판매 중이다. 매출 순위가 높은 5개 제품의 지난해 매출액만 약 3245억원에 달한다. 전년(2864억원)대비 13% 가량 늘어난 수치다. 기침, 가래약인 이탄징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만 매출 1370억원을 기록, 주력 제품 중 42%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팔렸다. 이탄징 다음으로 매출이 높은 마이마이는 지난해 705억원 가량을 기록해 두 번째 매출순위를 기록했다.
까다로운 규제 절차가 걸림돌로 인식되는 중국 시장에서 이들 제품이 자리 잡을 수 있던 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북경한미 소속 영업인력은 1000명이 넘는다. 이들 70%가 의사, 약사로 구성돼 있다. 중국 전역 9000개 병원과 15만 명에 달하는 의사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병원과 약국 중심의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단 평가다. 영업사원 교육에 연간 250시간 이상을 투자하고 있단 점도 차별점이다. 설립 당시 현지 회사와 합작으로 법인을 출범한 것도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됐다. 1996년 설립된 북경한미는 현지 기업인 베이징자중약업과 합작 법인이다.
북경한미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화에 성공하면서 높은 인지도와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시장에선 이미 북경한미의 유아용 감기약이 우리나라로 치면 박카스 급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며 “최근까지도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들었다. 원래 사무실동과 공장이 하나씩 있었는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사무실동을 공장으로 확장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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