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분유 버프’ 양석환 “은성이 형 기 받으려 방망이 뺏어와…최대어? 시즌 끝까지 들어야죠.” [MK인터뷰]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2023. 4. 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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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로이드’와 ‘분유 버프’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엄청난 힘이 폭발한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의 시즌 초반 활약상을 보면 그 말이 끄덕여진다.

양석환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 때부터 일찌감치 주변 팀 동료들로부터 “최대어”라는 놀림 아닌 놀림을 받았다. 물론 4월 양석환의 활약상을 보면 ‘최대어’라는 단어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양석환의 방망이 일거수일투족은 두산 팬들에게 기쁨과 더불어 시즌 종료 뒤 다가올 시간에 대한 근심도 가져다주고 있다.

양석환은 4월 24일 기준으로 리그 홈런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양석환은 17경기 출전 만에 시즌 5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시즌 40홈런 페이스에 근접하는 흐름이다.

두산 내야수 양석환이 시즌 초반 홈런 단독 선두에 오르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잠실)=김근한 기자
홈런뿐만 아니라 양석환은 타율 0.313/ 21안타/ 15타점/ 출루율 0.351/ 장타율 0.597/ wRC+ 177.9/ 득점권 타율 0.286 등 다양한 타격 지표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MK스포츠가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어’라는 얘길 듣고자 하는 양석환의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리그 홈런 1위, 기분 좋은 출발이다. 아직 커리어 동안 시즌 타율 3할 기록이 없기에 타율 수치에도 눈길이 가는데.

아직 4월도 다 안 지났기에 기록 숫자를 말하는 건 이르긴 하다. 그래도 홈런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애버리지도 잘 나오고 있어서 기분 좋은 시즌 초반 흐름인 건 맞다. 지금 좋은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싶다.

스프링캠프 때 고토 고지 타격코치는 ‘라인드라이브 10개를 줄이면 홈런 10개가 늘어날 수 있다’라고 양석환 선수를 두고 얘기했다. 그 프로젝트가 잘 이뤄지고 있는 건가.

결과론적인 부분보단 결과를 내기 위한 준비 과정 속에서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보단 먹히는 라인드라이브 느낌의 타구를 10개 줄이자는 의미였다. 확실히 예년보다 그런 타구가 줄면서 홈런 페이스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고토 코치와는 첫 시즌인데 호흡이 어떻고 어떤 지도자 같이 느껴지나.

일단 선수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봐주시는 지도자시다. 선수들에게 늘 긍정적인 말씀을 해주시기에 베테랑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으시나 싶다. 타석에 들어설 때도 상대 투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주시고 선택은 늘 선수가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다.

바깥쪽 존에 대한 약점도 잘 대처하는 상황이다.

누구나 내 약점에 대해 알지만, 그 코스로 공을 완벽하게 던지는 것도 투수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내 약점에 대한 생각보단 내가 잘 칠 수 있는 코스로 오는 실투를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로 타석에 들어간다. 그 덕분에 시즌 초반부터 좋은 타격 흐름이 잘 나오지 않나 싶다.

2년 전 트레이드 뒤 완전한 주전 야수로 자리 잡았다. 두산에서 그런 자신만의 타격관이 완전히 정립된 듯싶다.

트레이드 뒤에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명확해져서 좋았다. 팀 타선에선 장타력에 더 집중해야 하니까 해마다 장타를 늘리기 위한 고민을 이어왔다. 그런 과정에서 나만의 타격관이 잘 정립됐다.

시즌 초반 3번 타순에 주로 배치되는데 뒤에 김재환, 양의지 선수가 있는 효과도 분명히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주자가 2아웃 2루 혹은 3루에 있을 때 나와 승부를 피하지 않으려는 게 느껴진다. (김)재환이 형이나 (양)의지 형이 나보다 보여준 게 많은 형들이라 굳이 나를 피할 거란 생각이 안 든다. 그런 부분을 나도 잘 이용하려고 해서 효과를 얻었다.

지난 LG 트윈스전 동점 홈런도 그런 효과가 나온 상황인 듯싶다.

딱 그런 맥락이다. 내 뒤에 재환이 형과 의지 형이 있고 내가 나가면 홈런으로 역전 상황까지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분명히 나와 승부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 부분에선 내가 노림수를 가져가기에 좋은 환경이다.

두산 내야수 양석환이 다가오는 겨울 FA 최대어가 되기 위한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겨울 FA 최대어라는 얘기가 쏟아지는 분위기다.

팀 동료들이 캠프 때부터 장난으로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웃음). 다가오는 FA 시장 때 대형 선수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솔직히 지금 시점에선 피부로 와 닿는 건 없다. 선수라면 늘 지난해보다 잘하고 싶고, 그 시즌을 커리어 하이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당연하다. FA 시즌이 아니어도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 게 프로 선수다. 또 시즌 끝까지 그런 얘길 들어야 하지 않겠나.

FA 경험을 한 선수들의 조언도 있었을 텐데.

형들 말로는 시즌 종료 뒤 5일을 기다려야 FA 공시가 이뤄진다고 하는데 그때 시간이 가장 안 간다고 하더라(웃음). 그때가 돼야 FA라는 걸 피부로 느끼지 않을까 싶다.

LG 소속 시절에 함께 우타자 유망주로 커갔던 채은성(한화 이글스), 이형종(키움 히어로즈), 유강남(롯데 자이언츠)은 모두 FA 대박을 터뜨리고 팀을 옮겼다. 서로 잘 컸구나 생각이 들기도 할 텐데.

솔직히 야구장에서 LG 유니폼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옛 동료들을 보면 세월이 흐른 게 믿기지 않는다. 강남이도 그렇고 어렸을 때 같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들 잘 풀렸다. 지금 야구장에서 기분 좋게 웃으면서 서로 인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활짝 웃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웃음).

채은성 선수와도 이번 대전 원정에서 만났나.

만나서 밥도 같이 먹었는데 (채)은성이 형이 시즌 초반에 너무 잘하고 있어서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했다. 은성이 형 방망이도 뺏어왔다(웃음). 예전부터 워낙 방망이를 서로 많이 주고받은 사이라 그런 부분이 편하다.

두산 팬들은 벌써부터 남아달라는 바람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시즌 초반엔 잘하고 있으니까 두산 팬들이 그런 말씀을 자주 해주시는 듯싶다. 시즌 끝까지 잘해야 ‘최대어’도 그렇고 계속 그런 팬들의 말씀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이 야구를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팬들의 존재 덕분이다. 팬들이 원하는 선수가 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늘 끊이지 않고 그런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족들에게도 FA라는 건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듯싶다.

아무래도 아기가 아직 어려서 진짜 키우기 힘든 때인데 아내와 장모님이 전적으로 육아를 다 맡아서 해주고 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인데 그만큼 내가 야구장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동기부여를 많이 느끼고 있다.

최근 아들이 원정 경기를 떠날 때 인사하는 영상도 봤다.

아침에 잠깐 1시간 정도 보고 집에 가면 자고 있고 하니까 애틋함이 점점 커진다. 아빠라는 존재로서 다른 집 아이들처럼 못 놀아주는 게 안타깝고 미안하더라. 그래도 좋은 FA 계약을 맺으면 나중에 아들도 좋아하지 않을까(웃음). 자라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두산 양석환은 올 시즌 홈런과 안타를 칠 때마다 팬들을 향한 하트 세리모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팀으로 돌아가자면 지난해 추락한 팀 성적이 많이 아쉬웠을 듯싶다.

지난해엔 솔직히 모든 게 안 맞아떨어진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1선발 미란다가 처음부터 이탈했고, 나를 포함해 부상 선수들이 시즌 내내 많았다. 팀 동료들은 몇 년 동안 누적된 피로감도 있긴 하더라. 그런데 한 해 가을야구를 쉬어보니까 회의감이 들고 아쉬움이 커져서 올 시즌 더 철저하게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라인업이 더 탄탄해졌기에 다시 한국시리즈에 도전할 해가 될 수 있을 거다.

이제 중고참급 위치이고 올 시즌 젊은 후배들이 많아졌다.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조금 더 당차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다른 팀에서 봤을 때 얄밉고 싸가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밑에 후배들과 얘기하면 80~90%가 다 내향적이다. 그런 부분에서 더 외향적으로 바뀌어야 앞으로 후배들이 야구하는 것에 있어 도움이 될 거다. 억지로라도 밝게 미친놈들처럼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한 타석이라도 더 잘하려고, 더 아쉬워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있는 ‘E’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건가.

그렇다. 왜냐하면 그냥 1군 엔트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후배들이 많은 느낌이라 아쉽다. 분명히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더 잘할 수 있는 친구들인데 그냥 1군에 있는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된다. 나는 현실적으로 얘기해주는 편이라 그저 잘한다고 격려해주는 것보단 이걸 더 잘해야 한다는 쪽이라 직설적인 조언을 자주 건넨다.

결국, 1군 주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멘탈도 정말 중요한 듯싶다.

주전 경쟁 때문에 멘탈이 무너져서 못한다면 야구를 안 해야 하지 않나. 그걸 못 이겨내면 1군 주전이 될 자격이 없다. 사실 좋은 실력만 가지고 주전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70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70을 다 보여줄 수 있고, 100을 가진 선수가 정작 50밖에 못 보여준다고 치면 나는 전자가 1군 주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건 타고나는 것도 있을까.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게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험을 쌓으면서 조금씩 성향이 바뀔 수는 있다. 그래도 최대한 그런 부분을 내면에서 끌어내야 한다. 1군은 하루하루 생존해야 하는 장소다. 여기 있다는 것에 안주해도 될 만큼 여유 있는 곳이 아니다. 또 안주하는 선수를 진득히 기다려줄 곳도 아니다.

본인 기준에서 그나마 가장 만족스러운 후배는 누구인가.

솔직히 아직까지는 없다고 본다. 그나마 (송)승환이가 성격을 봤을 때 그런 편이긴 한데 나이가 어려서 행동에서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 승환이는 쭉 룸메이트를 하면서 그런 부분을 자주 얘기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들에게 올 시즌 각오를 남기자면.

일단 시즌 초반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시즌 끝날 때까지 두산 팬들이 진짜 원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올 시즌 끝까지 잘해보겠다. 잠실야구장으로 많이 찾아와주셔서 하트 세리모니에 동참해주시길 바란다(웃음).

[잠실(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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