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음악할 땐 질문 받고, 연기할 땐 질문 해…밸런스 욕심"[일문일답]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은 아이유의 스크린 데뷔작이었다. 처음 촬영한 작품이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해외 촬영이 밀리면서 약 4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그 사이 아이유는 영화 '브로커'를 선보였고, 칸 영화제에도 다녀온 듬직한 영화인으로 성장해 다시 '드림'에 합류했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아이유를 지난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은은한 베이지 컬러의 카디건을 입고 등장한 아이유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왔다"며 점심도 거르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논스톱으로 6시간의 인터뷰를 소화하는 대단한 열정을 보였다.
솔직하고 유쾌한 답변이 가득했던 아이유와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해봤다.
Q.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재밌게 봤다. 다른 배우분들이랑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만족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서로 '그 신 좋더라'고 이야기를 해주면서 기대 반 걱정 반 설렘으로 보내고 있다."
Q. 캐릭터 만족도는? 어떤 부분에서 끌렸나.
"제일 중요한 이야기 골조는 홈리스 축구단이니까 그게 오히려 좋았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소민이가 처음에 이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고 그게 충분하다고 느꼈다. 홈리스 축구단 한 분 한 분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민이 개별적으로 보자면 전반부 가면을 쓴 캐릭터가 있고 후반부엔 성격 드러나는 지점이 있지 않나. 감독님이 잘 드러나게 써주셔서 명쾌하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Q. 사연 없는 인물을 연기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어떤가.
"막상 (사연이)없는 역할을 원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사연을 만들고 있더라. '전에 이랬을 것이다', '소민이가 이랬을거다'라는 전사를 이렇게 저렇게 만드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저 나름의 설정으로 연기를 했다."
Q. 직접 만든 소민의 전사는 어떤 설정이었나.
"열정이 없다는 게 드러나는 역할이다 보니까 예전에는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후반에는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열정적이고 정도 많고 성격도 아무튼 욱하기도, 호탕하기도, 챙기는 것도 좋아하는 친구인데 사회 초년생일 때 부정을 많이 당한 게 아닐까. 거기에 상처를 입고 방어기제로 '난 열정 없어' 이렇게 된 게 아닐까. 홍대와 홈리스 축구단을 만나면서 자기가 일부러 후천적으로 눌러놨던 열정들이 어쩔 수 없이 살아나는 그런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Q. '드림'의 소민을 찍다가 '브로커'의 소영을 찍고 칸에 가게 됐다. 다녀와서 다시 본 나의 '소민 연기'는 어떻게 느껴졌나.
"소영이와 소민이는 너무 극과 극의 캐릭터였다. 오히려 몰입하긴 쉬웠던 거 같다. 소민이를 찍다가 소영이를 찍다가 다시 소민이를 찍고 영화가 개봉을 한 거지 않나. 너무 달라서 오히려 분리하기가 참 편리했던 거 같다. 많이 환기가 됐다. 저는 소민이를 처음 선택했을 때 그 당시도 그렇고, 소영이 찍고 와서 소민이를 촬영했을 때도 그렇고 저 개인이 많이 환기되는 느낌이 들어서 소민이가 참 좋다. 밝고 단순해서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하고. 초반엔 가식이기도 하지만 웃으니까 그게 활력을 다시 불어넣는 거기도 하더라. 제 목소리가 낮은데 소민이랑 얘기할 때 한톤으로 얘기하게 되고 그런 게 오히려 좋더라."
Q. 그렇지 않아도 목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요즘에 계속 촬영이랑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어제는 고창에서 촬영하고 왔는데 소리를 많이 지르는 신이 있었다. 컨디션은 괜찮다."
Q. 실제로 본인과 둘 중 가까운 캐릭터는.
"소민이에 가깝지 않을까. 소영이랑은 막 그렇게 가까운 지점이 있다기보다는, 물론 이해가 되고 딱하고 연민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성격이 비슷하다기보다는 소민이랑 더 가까운 거 같다. 훨씬."
Q. 소민의 욕설 연기도 혹시 연습이 필요했나.
"그 정도까지는 연습이 필요하진 않았던 거 같다.(폭소) 오히려 소민이는 초반부에 밝게 극을 이끌어가는 그 부분에서 연습이 많이 필요했다. 이병헌 감독님께서 '빨리 대사를 했으면 좋겠다. 평상시 제가 준비했던 대사톤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뱉었으면 좋겠다' 하셔서 그걸 입에 붙이느라고 그 연습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Q. 이병헌 감독의 구체적인 디렉션은 어땠나.
"예를 들면 처음에 소민이가 등장하는 신이에서 계속해서 말을 한다 홍대한테 '안녕하세요. 평소 팬은 아니었지만 잘 보고 있었습니다' 하면서 감독님이 원하는 건 말을 한순간도 쉬지 않으면서 잔동작을 계속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악수 신청하다가 빼기도 하고, 말을 하면서 홍대가 앉아있는 거기를 넘어갈까 돌아서갈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피해주려고 할 때 소파 넘어가서 홍대가 뻘쭘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잔동작도 디렉션이 많았다. 말 자체도 저는 좀 설명하는 부분이니까 또박또박 천천히 구연 동화 하는 식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감독님은 '좀 빠르게 후루룩 정신없이 홍대의 혼을 빼놓는 그런 호흡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이게 현장에 가서 추가된 액션이다. 이런 것들, 모든 계산이 있으시구나. 아주 초반부 촬영이었는데 그때 디렉션에 대해서 이런 분위기겠구나 느끼게 됐다."
Q. 본인 캐릭터에 특별한 주문이 있었나.
"저한테는 '조금 미쳐 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반부에 특히 많이 하셨다. 웃을 때도 입만 웃었으면 좋겠다. 이게 분명히 상냥하고 친절한데 뭔가 선이 느껴지는 그런 웃음, 그런 친절을 요구하셔서 그거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연습도 했다."
Q. 어떤 재미가 있었나.
"대본으로만 봤을 때도 아주 재미가 있었다. 글씨로만 봤을 때도 이병헌 감독님 특유의 톤이 들리는 거 같더라. 그걸 막상 감독님의 입에서 대사가 나오올 때 '아 저게 100점짜리구나. 감독님이 100퍼센트 구현하고자 했던 건 다 저 멜로디에, 저 템포에, 저 호흡이구나' 했다. 딱 보면 마음에 안정감이 올 정도로 '아 저거구나'라고 알게 된다. 나중에 서준 씨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서준 씨도 감독님의 말투를 많이 참고하셨다고 하더라. 저 역시도 감독님 자체가 레퍼런스였던 거 같다."
Q. 이번 현장에서 느낀 점은.
"이번 현장은 제가 준비한 것에만 기대면 안된다는 걸 배웠다. 너무 많은 배우와 호흡하다 보니까 제가 상상했던 현장이 그 모습일 거라는 확신이 없더라. 막상 갔는데 갑자기 기상의 변화로 실외신이 실내신으로 바뀔 수도 있고 여기선 내가 호흡을 천천히 하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빠른 호흡을 요구하실 때도 있다. 선배님들 대사 톤도 굉장히 다양하셨다. 감독님께서는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를 좋아하시기도 했다. 그래서 유연하고 순발력 있게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을 많이 배웠다. 선배님들이나 서준 씨나 다른 분들이 빨리 잘 캐치하시더라. 그에 비해서 제가 많이 속도감 뒤처지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많이 긴장을 하고 촬영에 임했다."
Q. 영화에 아이유가 직접 낸 아이디어가 있다면.
"감독님이랑 의상 콘셉트에 대해서는 들어가기 전부터 이야기를 좀 나눴다. 활동성이 있는 것으로. 제가 예능 촬영 나갔을 때 야외 버라이어티 보면 피디님들이 편한 옷을 입고 계시고, 목에 수건 두르고 계시고, 땀복이나 토시를 하고 계신다 '그런 거 해보면 어떨까요'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그런 게 반영이 됐다. 항상 같은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동의해 주셔서 같은 스타일로 했다. 현장에선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살짝 찌든 그 한 모습으로 촬영이 됐다."
Q. 축구를 같이 못하는 배역이라 아쉽진 않았나.
"(설마 그럴리가 있냐는 듯)제가, 축구를, 못해서요?(폭소) 쉬는 시간에 서준 씨랑 공으로 놀기도 하고 저도 몇 번 차 봤는데 '아 참 다행이다. 직접 공을 차는 역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했다.(웃음) 너무 고생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좀 죄송스럽기도 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항상 모여서 연습하시더라. 사실 부상이 많기도 했다. 비교적 저는 덜 고생하는 역할이었다. 항상 죄송한 마음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다."
Q. 침체된 극장가가 아이유와 '드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영화계를 아이유가 살려줄 것이라는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영화계를? 처음 듣는 얘기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폭소) '드림'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시다는 얘길 듣고 언론시사 끝나고 찾아보니 그런 기사가 많은 걸 봤다. '감독님께서 특히 부담이 아주 크시겠구나' 했다. 저희가 제작 기간이 길었던 만큼 찍는 내내 감독님 마음이 많이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반응들 같은 것도 열심히 찾아보시는 걸 보고 저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하자. 홍보를 정말 최대한 열심히 하자. 무대 인사 열심히 참여하고 그러자는 마음으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Q. 박서준과 호흡은 어땠나.
"홍대랑 소민이 애초에 '땐땐'한 사이라 실제 긴장감이 도움이 됐다. 서준 씨랑 별개로 촬영한 모든 장면에서 참 덕을 많이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너무너무 잘 맞춰주셨다. 서준 포함 다른 배우도 엄청 스피디하셨다. 제가 좀 오히려 제일 뒤처졌다. 오케이를 받는 것도 뒤처졌다. 서준 씨의 액션이나 리액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순간 순발력을 보면서 매 신마다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분량이 저보다 훨씬 많기도 하고, 힘든 것도 많았을 텐데. 진짜 막 뭐랄까 계속 밝고 건강한 기운을 항상 유지하고 계시더라. 그런 거 보면서 '너무 좋은 사람이다. 좋은 배우다'리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Q. 직접 겪은 이병헌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저는 사실 감독님이랑 대화를 크게 나눠본 적이 없다.(웃음) 뭔가 제가 또 유일하게 여자배우이기도 했고 감독님이 유독 저를 조심스럽게 대하셨던 거 같기도 하다. 그냥 저한테 말을 많이 안 거셨다. 저는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지금 생각하실 게 많은가 보다' 해서 저도 질문거리를 많이 참고 그랬다. 감독님이 저를 많이 배려해 주신 거 같았다. 크게 사담을 나누진 않았지만 연기적 부분에서는 제가 참여한 어떤 부분에서보다 확실히 명료하게 해서 작업에 무리 없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기에는 감독님 작품처럼 유쾌하신 분인 거 같다. 근데 감독님 작품에 항상 코미디지만 거기에 기반한 어떤 시니컬함이 있지 않나. 그 자체이신 것 같다. 유쾌한 거 같다. 그런 매력적인 분인 거 같다."
Q.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못했나보다.
"저는 어쩌다 보니까 그랬다. 서준 씨랑 병헌 감독님이 유독 대화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선배님들과는 많이 친해졌다. 역할끼리 관계도 영향이 있는 거 같은데 진짜 좀 가까워야 되고 그러면 배우들끼리도 그런 노력을 하게끔 되더라. 서준 씨도 저도 (역할상)그런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앙숙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이 텐션 유지해도 되겠다'는 서로의 암묵적인 그런 게 있지 않았나."
Q. 누구와 친해졌나.
"저는 허준석 선배님과 친해졌다. 모두 다 뛰시는데 저랑 준석 선배님이 항상 사각지대에서 카메라에 사실 잘 걸리지도 않는다. 얼굴이 잘 안 나오는데 서있는 거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요즘 어떻게 사는지 고민은 뭔지 대기시간에 그런 얘기도 진짜 많이 나누게 되더라. 저도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허준석 선배님 자체가 어디서나 사랑받는, 모두가 사랑하는 허준석이더라. 저도 너무 감사한 게 모두가 준석 선배님이 등장하면 준석 선배님한테 장난을 친다. 저도 그렇게 되더라. 많이 의지했고 선배님과 정말 즐거웠다. 지금은 홍보 활동 하면서 오히려 감독님, 서준 씨와 대화를 많이 할 기회가 생기고 있어서 점차 친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항상 배우 허준석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영화의 선한 영향력을 어떤 부분에서 공감했나.
"저도 이 시나리오를 받고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시나리오 초반에 빅이슈란 잡지가 나오는데 제가 십 대 때 빅이슈 커버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잡지 취지에 대해 설명들은 기억이 난다. 그때도 좋은 마음으로 함께했다. 촬영 사진작가님을 비롯해서 거기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다 재능기부하시는 거다. 그때 당시에도 되게 좋은 잡지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영화가 담은 주제의식들이 마음에 참 들었고 와닿았다. 따뜻한 영화구나. 코미디나 이런 빠른 호흡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있지만 결국 굉장히 진심이 무겁고 따뜻한 영화구나. 그런 것들이 조화가 좋다고 생각했다. 뭔가 빅이슈에서 시작한 이미지가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됐던 거 같다."
Q. 아이유의 10대, 20대, 30대는 어떻게 다른가.
"삼십 대는 이제 시작이어서 이렇다고 아직은 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십 대, 이십 대로만 보자면 이십 대 때 훨씬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메시지로 하고 싶은 이야기라든지 제가 제 생각을 많이 담기도 했고 주도권을 담을 수 있는 걸로 구별이 됐다.
삼십 대는 어떨지 모르겠다 이십 대는 전반적으로 프로듀싱을 많이 했는데. 삼십 대는 오랜만에 누군가의 프로듀싱을 받아보고 싶단 생각도 든다. '안 해봤던 거중에 시도하면 좋을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삼십 대엔 이렇게 될 것이다 아직 딱 정해두고 하고 싶진 않다. 유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는 대로 그때그때 생각 담아내고 싶다."
Q. 앞으로 가수 활동과 배우 활동의 비중은 어떻게 가져가고 싶나.
"항상 정해놓고 하진 않았다. 십 대도, 이십 대도. 삼십 대도 마찬가지일 거 같다. 특히 제가 직접 가사도 쓰고 프로듀싱을 하게 되기도 하고 대본이 들어오는 타이밍도 제가 그걸 조율할 수는 없는 거다. 작품이 저를 찾아오는 시기나 제가 이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 찾아오는 시기는 예상할 순 없다. 그건 그거 역시도 흘러가는 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 배우 생활 응원해 주시는 팬들, 음악생활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층이 다양하다. 그 어느 한쪽도 섭섭하지 않게끔 그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다는 욕심 정도는 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
"요즘 촬영하는 작품을 마치고 집에서 씻으면서 어제 문득 든 생각인데, 최근 몇 작품 연속 메시지가 강하고 착한 역할 해서 그런지 덜 착하고 덜 깊은 사람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델루나'의 장만월도 1300년 정도를 살았던 역할이고 그전에 100년 정도는 착하게 살지 않았을까 계산해 본다. 오랫동안 생에 매여 있었고 그랬던 역할이니까. 좀 덜 착하고 아무튼 작품 자체의 메시지도 꼭 착한 메시지라기보다는 덜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그런 얘기 해봐도 재밌겠다. 나쁜 사람들이 나오는 그런 얘기. 나쁜 사람들이 나쁘게 망하는 것을 다루는 얘길 해봐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Q. 팬들이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럴 수도 있다. 예전엔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했는데 요즘엔 콘서트에 초등학생도 오고 그 친구들이 충격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이제 그거는 아주 어린 친구들은 못 보는 청불로 가야 하지 않을까.(웃음)"
Q. 이런 걸 고려하는 모습을 보면, 점점 너무 큰 스타가 되면서 나라는 사람의 영향력 때문에 매번 선택에 부담을 느낄 것 같은데.
"그럴 거라고 많이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별로 그렇게 부담을 느끼거나 마음이 그렇지는 않다.(현장 폭소) 오히려 저를 좋아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제가 많이 부담이 되진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거 같다. 저는 그렇게 많이 부담을 느끼면서 살진 않는다. 어느 정도 부담이 된다고 하면 그건 저에게 이로운 부담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팬분들 중에서도 그런 분들에게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하고 싶다."
Q. 음반 활동 할때와 연기 활동 할때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
"음악을 할 때는 제가 프로듀싱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제 생각이 투영되기도 하고 많은 스태프들이 저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다. '이건 어떻게 할까' 질문을 받는 입장이라면, 연기를 할 때는 제가 감독님이나 작가님이나 끊임없이 질문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이게 상호 역할이 되게 좋은 거 같다. 각각의 역할을 소화할 때 마음에 오는 안정감도 다른 거 같다. 다르게 좋은 거 같다."
Q. 활동명을 이지은에서 아이유로 통일한 소감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웃음) 기자분들한테도 죄송했다. 모두가 아이유로 알고 있는데 '이지은' 이렇게 해봤자 사람들은 아이유로 알고 있지 않나. 간혹 정말 분리를 해서 써주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께 감사하면서 죄송하기도 하고 그랬기 때문이다. 이제는 통일이 된 상황에선 제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Q. 활동명을 별도로 쓰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게 그러니까 실제로 이렇게 해라 얘기할 순 없겠지만 받아들이는 분들은 어차일 더 각인이 된 이름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분리하는 것도 미덕일 수 있겠으나. 우리는 다 퍼포먼스를 하는 플레이어로서 어차피 제 입을 통해서 나가는 말들, 목소리 이런 건 같은 거니까 합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웃음)
저는 맨 처음엔 '아이유'로 했었다. '보보경심: 려' 때 퓨전사극이라 영어 이름보단 한글 이름이 올라가는 게 어떻겠냐 해서 제안을 받았다. 그 때부터 이지은을 쓰긴 했는데 간간히 제 심경을 밝히긴 했다. 어차피 한 사람이 표현하는 거니까 아이유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이다. 이번에 뒤늦게 정정을 하게 됐다."
Q. '드림' 크레딧에는 전부 아이유로 적혀 있더라. 이름 변경을 한 뒤 교체한 것인가.
"가편집본에는 이지은으로 박혀있었다. 제가 (이름을)바꾸기 전에 제작사 쪽에 여쭤봤다. '이거 바꿀 수 있는 상황이냐. 아니면 안 바꿔도 상관없고 다음 작품에서 바꿀 생각이고 '드림'까진 이지은으로 나가도 상관없다'고 했다. 다행히 바꿀 수 있는 상황이었고, '드림'에서도 아이유로 바꾸는 게 좋다고 해서 그러면 뭐 서로 좋다고 바꿨다."
Q. 글로벌 러브콜은 없었나.
"방금 전에도 매니저분들이랑 얘길 하면서 차기작이랑 또 추후 활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고 했다. 회사에서는 저를 뭔가 그때 당시 몰두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최대한 몰입할 수 있게끔 두시는 편이다. 10대부터 지금까지 항상 매니지먼트 기조가 그렇다. 지금 뭔가 촬영하고 있을 땐 다른 제안은 웬만하면 말도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마음이 쓰이거나 집중력이 흐려지거나 할 수 있어서다. 제가 촬영하고 있는 것도 다 하고 임무 완수하고 나서 그때 차기작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런 식이다."
Q. 그럼 촬영 중일 땐 혹시 봉준호 감독에게 연락이 와도 전혀 말 안해주는 것인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그동안 저는 몰랐는데 그랬던 적이 혹시? 이 인터뷰가 끝나고나서 확인을 해봐야겠다.(폭소)"
Q.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도 멋지더라.
"현장에서 해달라고 하시더라. 혀가 아주 긴장했었다. 자세히 보시면 아주 긴장해있다. 일본어는 미리 대본에 있었다. 갑자기 '소민이가 얘길 해보라'고 하셔서 충실히 했다. 지금은 영어도 간간히 하고, 또 (먼 창밖을 바라보며)'나중엔 스페인어 같은 걸 하면 멋있겠다' 그런 꿈이 있었다. 지금은 '오 나는 그래도 한국어라도 계속 잘하는 게 어디야' 하는 그런 생각이 좀 더 드는 거 같다. 그래도 꿈은 항상 마음 속에 있다.(웃음)"
Q. 칸에서도 팬들이 있어 화제였는데, 해외 촬영 하면서 현지 외국인이 알아보나.
"간간이 알아보는 분들이 계시더라. 사진 찍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아마 요즘 워낙에 K문화가 이렇게 널리 퍼져있다 보니까 간간히 알아보신다."
Q. VIP 시사회에는 누굴 초대할 생각인가.
"주연이 많아서 각자 할애된 티켓이 아주 여유있진 않다. 선배님들 중 마당발이 많아 결국 지인이 많이 겹친다. '이 분은 선배님이?', '이 분은 지은아 네가 할 거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모두의 손님이다. 저도 주변에 시간 되는 분들은 많이 와달라고 초대하고 있다."
Q. '나의 아저씨'를 함께한 이선균이 뒷풀이에 맥주 거품을 가득히 따라주러 온다던데.
"저도 기사를 봤다. (이선균이)뒤풀이에 와서 맥주 퍼포먼스 하게 되면 사진을 꼭 남기도록 하겠다."
Q. 관객들이 꼭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이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입장으로 보기에는 정말 또박또박 모두의 진심을 담아서 만든 영화다. 그 진심이 전달되면 만족해서 돌아가실 테니까. 물론 개인의 감상평은 저 같은 경우 많은 부분에서 웃기도 했고 찡한 매력 느끼기도 했다. 날 좋아지면 봄, 여름에 기분 좋게 보고가실 영화가 아닌가. 가족들끼리 보면 좋은 영화다. 가정의 달이니까."
Q. 기부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가끔 그렇게 도움 드린 분들과 만날 때가 있다.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것도 인연이다' 싶기도 하고. 제가 보내드린 마음에 비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받았을 땐, 뭔가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너무 진심을 담은 편지를 보내주신 분들이 있다. 그런 걸 받을 때 고맙기도 하고, 앞으로도 닿는 데까지 많이 기부하고 싶기도 하더라."
Q. 평소 충전은 어떻게 하나.
"다른 충전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걸 워낙 재밌어하고 좋아해서 그런 거 같다. 저는 일을 안 할 때 아무것도 안 하긴 한다. 평상시에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전원이 꺼진 사람처럼 가만히 있는다. 뭐가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걸 또 좋아한다. 그 자체가 충전 방법이기도 하다."
Q. 공개 열애 중인 소감도 궁금하다.
"어… 뭐랄까 얼떨떨하고 정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기도 하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기도 하더라.(웃음) 예쁘게 조용히 만나는 것이 제일 좋은 보답이기도 하니까. 건강한 모습으로 예쁘게 조용히 잘 만나고 싶다."
Q. 최근에 이종석이 아이유의 콘서트 굿즈를 착용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직접 선물해 준 것인지.
"저기가, 그 분이 콘서트도 오고 그러셨다. 콘서트 오시는 지인 분들에게는 굿즈를 나눠드리고 있다. 사실 특별히 드린 선물이 아닌데, 너무 조명이 많이 됐다. 사진이 찍힌 것도 다른 곳에서 얼떨결에 찍힌 사진이 올라가고 그런 것 같더라. 너무 많은 관심을 주셔서…감사합니다.(폭소)"
Q. 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살짝 귀띔해준다면.
"요즘 매주 촬영하며 너무 많이 몰입이 되어 있다. 대본이 정말 얼마 전에 완결됐다. 다 나오고 마지막까지 읽고, 정말 좋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재밌게, 치열하게 촬영하고 있다.
작가님께서 관찰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저도 첫 작업이라 이번에 느끼는데, 각각 캐스팅된 배우들의 특징이 (인물에)녹아있다. 사람들 모두가 아는 대외적인 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관찰해야 알 수 있는 속 모습들까지다. '저한테 이런 부분이 있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 걸 잘 녹이시는 분이더라.
그래서 그런지 대본에 충실히 임하면서도 저의 어떤 모습을 들킨 것 같은 마음을 받았다.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는데, 이런 걸 연기로든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게 처음인 것 같은데' 하는 장면이 많다. 제가 임했던 어떤 역할보다 저와 닮아있는 배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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