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00대 팔린다…학부모까지 사로잡은 89만원 짜리 게임 의자의 '비밀'

나주예 2023. 4.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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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대중화하면서 게이밍 의자 수요 '껑충'
사무용 의자 전문회사 시디즈 'GC PRO' 출시
인체 공학적 설계·게이머 피드백 제품에 반영
"앉아서 일어서기까지 최적의 앉음 제공할 것"
21일 서울 송파구 스튜디오원 의자 연구소에서 권수범(가운데) 스튜디오원 수석(부사장), 고태진(왼쪽) 의자 개발팀 엔지니어 및 서다찬 디자인팀 디자이너가 본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제 e스포츠에서 중요한 장비는 마우스나 키보드가 아니라 의자인 시대가 왔습니다.

매일 8시간씩 앉아서 일하는 현대인들에게 의자는 곧 일의 능률과 직결된다. 그런 사무직 직장인 못지않게 12시간 이상 장시간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바로 e스포츠 선수들이다. 수십 년 동안 사무용 의자를 만들어 온 퍼시스그룹의 의자 브랜드 시디즈는 앉음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 전문가지만 시디즈에도 게이밍 시장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시디즈가 사무용 의자를 넘어 게이밍 의자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보자고 뜻을 모은 것은 2018년부터다. 21일 서울 송파구 '스튜디오원' 퍼시스 의자 연구소에서 만난 권수범(50) 수석(부사장)은 "사용자에게 최고의 선택지를 제공하자는 게 기본 철학"이라며 "모두 똑같은 PC방 의자에 앉아 게임하던 시기를 지나 e스포츠 카테고리에서 가치를 실현해보려고 도전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시디즈의 프리미엄 게이밍 의자(Gaming Chair)인 'GC 프로(PRO)'다. 2월 무신사 단독 프로모션에서 판매를 시작하자 2주 만에 200개 한정 수량이 완판됐다. 고사양 태스크체어나 고급 서재용 의자 등 고가 제품군 못지 않은 매출량을 보이면서 현재도 매주 평균 100대씩 팔려 나갈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게임 인구가 2,000만 명을 넘어서며 급성장하는 e스포츠 시장을 집중 공략해 이뤄낸 성적표다.


제대로 된 ‘앉음’을 위해 보낸 4년의 시간

퍼시스그룹의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가 선보인 게이밍 의자 ’GC 프로(PRO)’. 시디즈 제공

개발 과정은 독특하다. 회사 측은 국내 리그 최강팀이자 글로벌 명문 스포츠 기업 '젠지' 소속 프로 선수 30명을 초대해 요구 사항을 직접 들어봤다. 더불어 선수들이 써본 테스트용 의자에서 헤드레스트(머리 받침) 부분이 유독 해지거나 팔걸이 부분 사용 흔적이 많은 점 등을 알아냈다. 권 수석은 "선수들의 게임 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로 초점을 맞췄다"며 "게임용 장비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구상했다가 엎은 것만 수백 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 성공에는 '게임 덕후'이자 디자인 작업을 이끈 서다찬(33) 디자이너의 공이 컸다. 서 디자이너는 "제가 직접 게임을 하며 불편했던 점 위주로 구상했다"며 "게임하러 PC방에 가서도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팔걸이 부분 높이를 조절하거나 유격 게임을 할 때 흔들림을 줄여주는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새 제품의 팔걸이는 9단계에 걸쳐 110㎜의 범위로 조절 가능하다. 콘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팔걸이 높이를 760㎜로 높게 조절해 어깨와 팔의 피로도를 낮춘다. 슈팅 게임을 할 때는 650㎜의 높이로 손의 활용성을 높이고 팔꿈치를 받쳐줘 정확한 슈팅력을 돕는다. 등 쪽은 색깔 설정이 가능한 네 가지 라이트닝 모드가 있어 몰입감을 높여준다.

자동차 카시트에서 바람이 나오는 쿨링 시트나 등판 뒷면의 LED 조명은 처음 시도했다. 이를 위해 여러 전자기기를 분석하고 유명 캠핑 조명장비 업체와 협업했다. 고태진(40) 엔지니어는 "전자기능에 대한 각종 안전 인증을 거치면서 가구가 아닌 전자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자와 게임용 장비 등 두 가지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게이밍 체어(Gaming Chair)'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한 후 제품이 나오기까지 4년이나 걸린 점도 난관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21일 서울 송파구 스튜디오원 의자 연구소에서 권수범(오른쪽) 스튜디오원 수석(부사장), 의자 개발팀 및 디자인팀 실무진이 본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한 차원 높은 시도 계속할 것"…게이밍 체어 시장 열풍 이어간다

시디즈가 선보인 게이밍 의자 ’GC PRO’ 제작 과정 스케치. 시디즈 제공

각종 기능 추가로 출시가는 109만 원에 달했으나 시디즈는 판매전략을 통해 이달부터 89만 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고가 상품에 속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사무용 의자만큼 편안하다는 사용 후기를 심심찮게 접한다. 자녀들에게 게이밍뿐 아니라 학습용으로 GC 프로를 사주기 위해 지갑을 여는 부모들의 수요도 있다. 권 수석은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GC 프로를 찾고 있다"며 "창업자께서 입버릇처럼 하셨던 '좋은 제품은 저절로 팔리게 돼 있다'는 말씀을 체감 중"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21일 서울 송파구 스튜디오원 의자 연구소에서 권수범 스튜디오원 수석(부사장)이 작업실을 보여주고 있다. 최주연 기자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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