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 잠재운 SK표 마네킹, 변준형은 어떻게 바라봤나…“충분한 자극제, 이겨낼 것” [KBL 파이널]
“충분한 자극제가 됩니다. 이겨내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안양 KGC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에이스는 단연 변준형이다. 4년 전 신인이었던 그는 4년 후 MVP 경쟁을 하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이제는 통합우승을 이끌 주인공이 될 차례다.
23일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후 KBL 센터에서 만난 변준형은 최대한 진지하게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바라봤다. 1년 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안겨준 SK, 그리고 자신을 제치고 MVP가 된 김선형과의 승부에 집중한 듯한 모습이었다.
변준형은 본인의 말처럼 경기 흐름을 스스로 가져갈 수 있는 급의 선수가 됐다. 대표적인 예가 고양 캐롯과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2차전 충격 패배 후 절치부심한 그는 대혈전 끝 승리를 이끌며 시리즈 분위기를 바꿨다. 완벽 그 자체였다. 앞서 언급한 공격과 패스, 그리고 경기 운영 등 세 박자가 모두 맞았다.
승리 후에도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화가 난 듯한 변준형의 모습은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묻자 “화가 나야 경기가 잘 되는 것 같더라(웃음). 스스로 화를 많이 내려고 했다. 모든 것에 화를 내며 경기를 했는데 뭔가 잘 풀렸다. 집중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선 김선형을 넘어서야 할 변준형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선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불과 1년이 흘렀을 뿐인데 벌써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다만 김선형과 직접 매치업이 될 순간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김상식 KGC 감독은 정상적인 매치업, 전희철 SK 감독은 전문 디펜더들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물론 김 감독 역시 상황에 따라 매치업 변화를 줄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변준형과 김선형의 일대일 승부는 사실 보기 힘들다.
변준형은 “만약 직접 붙게 된다면 진지하게 임할 것이다. 다만 캐롯전에서 (배)병준이 형과 (박)지훈이 형이 (이)정현이를 괴롭혔듯 이번에도 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며 “수비에서 큰 힘을 발휘해주는 형들이 있기에 체력을 세이브하면서 공격에 집중할 생각이다.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분위기가 좋고 또 자신감이 있다. 1년 전보다 더 재밌는 시리즈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병준과 박지훈이 김선형 수비의 핵심 카드라면 변준형 역시 최원혁을 시작으로 최성원, 오재현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특히 오재현을 경계해야 한다. 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그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네킹 도발’을 한 이관희를 완벽히 막아낸 SK의 마네킹들이 이번에는 변준형을 노리고 있다.
변준형은 “SK 마네킹 선수들…. 너무 잘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부터 최원혁, 오재현 선수와 워낙 많이 붙어봤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고 또 준비해서 나오는지 알고 있다. 나라면 마네킹이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웃음)”라며 “그들의 수비에 자극을 받는다. 충분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기에 재밌을 것 같다. 이겨내겠다”고 바라봤다.
변준형은 “나를 막는 선수들이 터프하게 다가올 것이란 건 알고 있다. 그걸 전제한 다음 플레이하는 것에 익숙하다. 신경전에 힘을 쏟는 것보다는 다른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니 예전 모습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물론 힘든 건 사실이다”라며 “SK 같은 경우 오재현 선수가 막다가 적응이 됐다 싶으면 다른 선수가 나와서 막는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변준형은 올 시즌 KGC가 반드시 우승해야 할 이유 역시 전했다.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선수들이 있고 (양)희종이 형은 은퇴한다. 나 역시 군대에 간다. 그래서 올 시즌이 아니면 팀이 또 언제 우승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다. 오마리(스펠맨)도 다른 데 갈 수 있지 않나(웃음). 우리가 꼭 우승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역사에도 도전하는 변준형이다. 동국대 출신 선수 중 파이널 MVP를 차지한 이는 아무도 없다. 동국대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할 수 있는 김승현조차 정규리그 MVP는 있으나 파이널 MVP는 없다. 정규리그 MVP를 놓친 변준형이지만 파이널 MVP가 된다면 첫 번째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변준형은 “우리가 올 시즌 기록의 팀이 아닌가. 여러 기록을 많이 세우는 팀의 선수답게 또 한 번 기록을 세우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신사(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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