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중국경제]공급과잉 수요부족형 ‘디플레이션’
2000년대 들어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일본경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까지 급속하게 성장하던 일본경제는 1990년대 장기침체에 들어섰고 이게 디플레이션을 유발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두 배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일본경제는 1989년 주식시장 거품 붕괴로 금융위기를 초래한다.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경기도 바닥이던 시기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미국도 디플레이션을 경험한다. 물론 미 역사상 가장 심한 디플레이션인 1870년에서 1890년 상황과는 다르다.
디플레이션을 경계하는 이유는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상품과 서비스가격은 계속 하락한다.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심리로 소비는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수요가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도 멈춘다. 소비가 줄면 투자와 생산도 줄어드는 데 이게 악순환 고리다.
최근 이런 디플레이션을 가장 걱정하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3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마이너스 2.5%다. 전 달에 비해 하락 폭이 1.1%P 더 크다. PPI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게 6개월째다.
1분기 PPI 하락 폭을 더하면 마이너스 1.6%P다. 물론 기저효과를 반영한 탓이다. 2020년에서 2023년 1분기까지 PPI 4년 누계는 2.1% 증가다.
글로벌시장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작년까지 오르던 대종 상품인 식량이나 에너지 가격이 올해는 하락 세다. 게다가 각국 중앙은행 통화 긴축정책 영향도 크다.
PPI 마이너스가 디플레이션을 바로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중국의 PPI와 소비자물가(CPI) 증가속도가 역전된 게 지난해 10월 이후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중국은 CPI뿐 아니라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도 상승세다. 마이너스를 보인 기간도 있지만 짧다. CPI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하락한 게 3개월이다, 근원 CPI 하락은 1개월에 불과하다.
중국 가계 주요 소비품인 식품이나 과일 육류 우유 가전제품 일용소비재 에너지 유가 등도 오름세다. 내리는 품목은 부동산과 자동차 사치품 정도다. 이런 물건은 인플레이션 지표로 쓰인다. 일반적인 서민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하락은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자동차 가격 인하도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 중국 전기차 업체가 파산 지경이다. 실업자 늘고 소비능력 떨어뜨리고 있다.
추이를 보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연간 평균 저축액은 11조6300억 위안이다. 2020년에서 2021년 사이는 이게 7조2400억 위안으로 줄어든다. 부동산에 자산을 묻어두기보다 은행에 저축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인플레이션 탄력성도 낮아지고 있다. 중국은 CPI 기준 지수를 5년마다 조정한다. 2011년에서2015년 CPI 누계 상승률은 11.7%다. 2016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이게 10.3%로 줄어든 데 이어 2021년 이후 지난 3월 까지는 2.6%로 줄어든 상태다.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경기후퇴와 마이너스 물가가 겹치는 상황이다. 중국의 자산가격 하락은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부채로 집 사려는 수요는 줄었다. 이게 장기화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가계 저축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미래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을 의미한다. 소비 하락은 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런 악성 순환은 중국경제 침체를 길게 만들 수 있다.
통상 부채형 디플레이션은 통화공급 부족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중국 중앙은행은 통화를 늘리는 형국이다. 지난 1년간 중앙은행이 방출한 총통화(M2)는 28조 위안 규모다.
지난 11일 인민은행이 발표한 1분기 금융데이터를 보면 가계저축 증가액만 9조9000억위안이다. 15조3900억 위안 늘어난 예금 가운데 64%를 차지한다. 월별로 보면 1월에 6조2000억위안 2월에 7926억 위안 3월에 2조9000억위안이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코로나 19 이후 소비 부진으로 인한 저축 증가분이 4조9000억 위안이고 부동산 시장에서 바져나온게 3조 위안이다. 나머지 2조6000억 위안은 재테크 상품에서 갈아탄 액수다.
특히 저축은 지난해 무려 17조8400억 위안이 늘어난다. 사상 최고치다. 내수부진을 나타내는 수치다.
저축이 늘어난 원인이나 이 자금의 용도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증권회사는 올해 이 자금이 보복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며 들떠 있다. 물론 자산 변동치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소득이 안 늘면 보복 소비 여력도 없다는 논리다.
중국 금융통계를 보면 M2의 월간 증가율은 12개월 연속 10%대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경제의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M2에는 저축도 포함된다. M2 증가가 저축 증가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중국의 화폐 유동성은 금융 분야에서만 존재하지 실물경제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은행서 대출해준 자금이 빠르게 은행 계좌로 돌아가는 구조다.
중앙은행은 지준율 인하와 양적 완화 수단까지 총동원하며 통화를 풀고 있다. 상업은행도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화폐의 유동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부동산 업계나 국유기업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기업 부채만 늘어나는 이유다. 가계부채도 늘어나긴 마찬가지다.
기업 부채는 더 엄중하다. 통화 긴축 성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생산 의지를 잃으면 경제침체로 갈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지난 2월 실시한 16~24세 인구조사실업률을 보면 18.1%로 올라간 상태다. 전 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p 상승했고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중국이 저물가를 보이는 이유는 공급과잉과 총수요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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