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수단 내전에 계산기 두드리는 강대국들... “광·농업 잠재력 큰 요충지”
금을 비롯한 광물 자원도 풍부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 분쟁이 9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주변국들은 무력 충돌을 중단을 호소하면서도 이번 분쟁으로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손익계산에 분주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수단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쿠데타 군정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이 발발해 사망자 최소 400명을 포함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세번째로 큰 나라다. 나일강을 끼고 있고 전략적 요충지인 홍해에 접해 있으며, 금을 비롯한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농업 분야의 잠재력도 크다. 이런 이유로 주변 국가와 강대국들은 이번 분쟁에서 군벌이 갈라선 틈을 타 판도를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끌고가려 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러시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용병단을 통해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RSF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참전 중인 바그너 용병단은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설립해 운영하는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이다. 살인범과 마약사범도 군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NYT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RSF가 프리고진으로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바그너 용병이 소유한 지대공 미사일 등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수단의 홍해 연안 항구에 자국 군함의 접근권을 모색 중인 러시아는 바그너 용병단을 통해 금 채굴권을 얻는 대가로 다갈로 장군 측에 장갑차 등 장비와 훈련을 제공해왔다.
식량 공급이 주요 고민거리인 아랍에미리트(UAE)도 수단에 눈독을 들이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UAE는 10여년 전부터 수단의 방대한 농업 잠재력에 주목해왔다. UAE는 공개적으로는 수단 내 권력투쟁과 관련해 어느 정도 중립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수년간 RSF의 다갈로 장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NYT는 전했다.
수단 외교관들에 따르면 UAE에서 다갈로 장군과 가장 가까운 유력자는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부통령이다. 그는 다갈로 장군의 고향인 다르푸르에 있는 무장 단체들과 오랜 기간 접촉해왔다.
지난 2월에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다갈로 장군과 회담하기도 했다. UAE는 2018년 다갈로 장군이 예멘에 수천명 규모의 부대를 파견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대기도 했다고 수단 관리들은 전했다.
다갈로 장군은 UAE 유력자들과 교류를 통해 쌓은 부를 UAE 두바이를 기반으로 불려 왔고, 두바이에 있는 그의 재산은 RSF를 정규군에 맞설 정도로 무장시키는 발판이 됐다는 설명이다.
수단과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다갈로 장군과 대립하는 알 부르한 장군의 정부군을 지지하고 있다. 나일강 수자원을 둘러싸고 에티오피아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이집트 입장에서는 수단과의 동맹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집트는 수단 사태 발발 전후로 제트기 여러 대와 조종사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아랍 22개국 중 하나인 수단의 공식 인정을 바라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아래 2020년 수단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대표단이 수단을 방문해 대테러와 정보 분야 협력을 제안한 다갈로 장군과 보안당국 수장들을 만났다고 서방과 수단 당국자들이 전했다.
서방 국가들은 아프리카에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수단 정권의 민정 전환을 꾀했으나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아프리카 연구 싱크탱크인 리프트밸리 연구소의 수단 전문가 마그디 엘 기줄리는 “모든 이가 수단에서 무언가를 원하지만 이런 모든 간섭을 견딜 수는 없다”며 “경쟁적 이해관계와 주장이 너무 많다 보니 결국 위태로운 균형이 깨어지면서 지금 보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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