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야구박사]박상원 플레이는 ‘고의낙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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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보기 드문 장면으로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투수 박상원이 공을 곧바로 잡지 않고 일부러 원바운드로 잡는 플레이를 두고 '고의낙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그러니까 박상원의 플레이를 두고 "고의낙구"라고 표현하는 것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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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재국 전문위원] 2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보기 드문 장면으로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LG는 6-7로 뒤진 9회초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문보경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1사 후 김기연이 볼넷을 골라 1·2루를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서건창이 친 타구가 한화 투수 박상원 머리 위로 뜨면서 일이 벌어졌다.
◆인필드 플라이
일단 2루심은 인필드플라이(infield fly)를 선언했다. KBO 야구규칙 ‘용어의 정의’ 40항을 보면 ‘인필드 플라이’는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2루 또는 만루일 때 타자가 친 것이 플라이볼이 되어 내야수가 평범한 수비로 포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해 놨다. 이럴 때 타자는 무조건 아웃으로 처리된다.
수비 측에서 일부러 평범한 내야 플라이볼을 놓친 뒤 더블플레이를 시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규칙이다. 따라서 주자는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베이스를 비워줄 필요가 없다. 주자는 베이스에 붙어 있어도 된다.
다만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되더라도 ‘볼 인플레이’ 상황이다. 주자는 뜬공이 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진루를 시도할 수 있다. 야수가 뜬공을 잡지 못하고 떨어뜨리면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려도 된다. 보통의 플라이볼과 마찬가지로 리터치한 후 다음 베이스를 향해 뛸 수도 있다.
◆박상원의 재치와 김기연의 본헤드 플레이
사실 이날 투수 박상원이 서건창의 뜬공을 바로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치 있게 원바운드 캐치 후 1루로 던졌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됐기 때문에 1루에 던지지 않아도 타자는 이미 아웃. 주자들이 베이스에 붙어 있었다면 2사 1·2루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LG 1루주자 김기연이 박상원의 원바운드 포구를 본 뒤 갑자기 1루를 비워주고 2루로 달리면서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본헤드 플레이였다.
이때 한화 1루수 채은성이 2루 커버를 하러 들어온 유격수 오선진에게 송구했다. 2루주자 문보경은 재빨리 2루로 귀루해 발로 베이스를 밟았다. 그러자 오선진은 방향을 전환해 2루로 달리던 김기연을 태그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경기가 종료됐다.
◆ ‘고의낙구’ 용어를 써서는 안 되는 이유
이럴 때 종종 잘못된 야구용어 사용 사례가 튀어나온다. 투수 박상원이 공을 곧바로 잡지 않고 일부러 원바운드로 잡는 플레이를 두고 ‘고의낙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고의낙구(intentional drop)’는 타구를 잡거나 일단 글러브에 넣었다가 일부러 떨어뜨리는 플레이를 말한다.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루, 1·2루, 1·3루, 만루에서 내야수가 더블플레이를 의식해 플라이(라인 드라이브 포함) 타구를 손이나 글러브에 먼저 닿게 한 뒤 일부러 떨어뜨려야 ‘고의낙구’가 성립된다. 다시 말해 야수의 신체나 글러브에 맞지 않으면 고의낙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심판이 ‘고의낙구’로 판정하면 타자주자가 아웃된다는 점은 인필드 플라이와 같다. 그러나 주자가 1루에만 있거나 1·3루일 때도 적용되고, 번트와 직선타구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인필드 플라이와는 다르다.
‘고의낙구’는 일종의 수비 측의 비신사적 행위, 반칙 행위로 보는 것이다. 심판이 ‘고의낙구’를 선언하면 타자는 무조건 아웃되고, 그 즉시 '볼 데드'가 선언돼 주자의 진루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또한 공격 측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볼 인플레이' 상황으로 전개되는 인필드 플라이와는 다르다.
그러니까 박상원의 플레이를 두고 “고의낙구”라고 표현하는 것은 틀렸다. “재치 있는 플레이”, “영리한 플레이”라고 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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