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방미 앞둔 미 “삼성·SK, 중국에 마이크론 대체 물량 주면 안 돼”
한국 기업들까지 ‘대중 반도체 견제’ 동참 압박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칩 판매를 금지해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기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그 공백을 메우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대미 투자에 앞장선 한국 기업들까지 ‘대중 반도체 견제’ 전선에 동참하도록 힌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23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논의에 정통한 네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은 마이크론의 대중국 수출이 금지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판매를 늘리는 것을 자제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최근 마이크론에 대해 국가안보 침해 우려를 들어 보안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 반도체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첫 조치로,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은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중국이 실제 마이크론을 상대로 수입 금지 조치에 나설 경우 중국 지역(홍콩 포함) 매출 비중이 25%에 달하는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이 입을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백악관의 요청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D램 수요 부족분을 채우지 못하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 동맹국들과 공조하겠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차원이라고 FT가 인용한 소식통은 말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판매를 늘리지 못하게 해달라는 백악관의 요청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중 반도체 전쟁을 이유로 동맹국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까지 좌우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과 SK는 지난해 미 상무부가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관련 1년간 ‘포괄적 허가’ 방식으로 중국 공장에 장비를 반입해왔는데, 미국이 한국의 ‘1년 유예 연장’ 요구를 지렛대 삼아 마이크론 관련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FT는 특히 백악관의 요청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는데 주목했다. FT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안보 차원에서 중국에 맞서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해왔지만, 기업들이 (중국 견제 관련) 역할을 하도록 동맹국 정부에 요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복잡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취임한 윤 대통령이 전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중국에 강경론을 펼쳐왔고, 지난주 대만 관련 발언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격앙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도 설명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FT 보도와 관련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FT는 삼성전자에 미국의 이번 요청에 관한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한국 정부로부터 관련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요청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미 정부가 첨단기술 보호를 포함해 국가안보·경제 안보 협력 심화와 관련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한·미 간 협력에는) 반도체 부문 투자 조정, 핵심 기술 보호, 경제적 강압 대응 노력도 포함된다”며 “(윤 대통령의) 다가오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러한 모든 부문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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