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킬링로맨스’? 한편쯤은 나와야죠”[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 극강의 호불호에 대해
2. 이선균은 어떤 잘못을 지었길래?
3. 싱어롱 상영 가능성은?
이상하다. 독특한 광대의 쇼 같기도 하다. 그런데 끝난 다음이 더 이상하다. 하루종일 잔상이 남고, OST인 ‘행복’과 ‘여래이즘’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아, 영화 ‘킬링로맨스’의 후유증인가.
“10명을 웃길 수 있는 코미디가 있다면 극강의 병맛 취향을 지닌 1명을 웃기는 코미디가 있잖아요. ‘킬링로맨스’는 후자예요. 익숙하지 않은 선택이고 낯설지만 ‘한국에 이런 작품이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만약 잘 된다면 2시간 5분짜리 감독판을 공개할 생각도 있어요. 모두가 열심히 해줬거든요. 기대되시죠?”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킬링로맨스’ 이원석 감독은 예상보다 더 웃겼고, 더 가벼웠다. 해맑고 순수했다. 그에게서 ‘킬링로맨스’의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에 대한 대답을 들어봤다.
■쟁점1. 극강의 호불호, ‘최악의 영화’ 1점+‘행복한 영화’ 9점=10점?
SNS상에선 벌써부터 난리다. ‘킬링로맨스’를 두고 벌어진 관람객 평들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영화라며 1점을 준 관객부터 ‘행복’에 가스라이팅 당했다며 9점을 준 관객까지, 도합 10점이라는 유머러스한 글도 돌고 있다.
“이미 예측했어요. 시사회 때에도 우리 아내와 딸이 서로 평가가 달라서 싸웠거든요. 아내는 영화를 전혀 이해 못했다며 친구들이랑 보려고 예매했는데 취소하겠다고 했고요. 딸은 진짜 재밌다며 아내에게 ‘엄마 꼰대’라고 해서 둘이 엄청 싸웠죠. 맞아요. ‘꼰대’라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근데 전 그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논쟁하면서 씹고 물어뜯고 하는 걸 원했는데, 두 사람을 보면서 ‘우리 팀이 뭘 하긴 했구나’ 싶었거든요. 작가님도 입원할 정도로 열심히 고쳐줬고, 배우들도 용감한 선택을 해줬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민가야 할 수도 있겠지만.”
■쟁점2. 이선균은 끝까지 고사하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점잖은 이미지의 이선균이 팔딱팔딱 뛰는 ‘조나단 나’(존 나)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장발에 콧수염, 요란한 옷과 아이라인까지, 이선균은 이원석 감독에게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tvN ‘나의 아저씨’ 중간에 나온 이가탄 광고에서 그 이미지가 정말 강렬했죠. 또 그의 단막극이 있는데, 거기서도 이선균의 코믹한 가능성이 터지거든요. 알고보면 진짜 웃긴 사람이에요. 자기는 조나단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지만, 제겐 사실 ‘존 나’의 뮤즈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건강하게 웃긴다는 점이에요. 이가탄 광고도 봐요. 마치 잇몸이 전혀 건강하지 않은 사람처런 열심히 연기하잖아요. 알고보면 잇몸 진짜 건강하거든요. 물론 마지막까지 출연을 거절하긴 했는데, 출국 직전 저와 제작사 김성훈 대표가 마치 기획부동산 업자들처럼 둘러싸서 엄청 ‘썰’을 풀었죠. 그랬더니 감겼어요.”
■쟁점3. 싱어롱 상영의 가능성은?
뮤지컬 영화 못지 않게 넘버가 잘 뽑힌 작품이다. 벌써부터 ‘어둠의 원석단’ ‘여래바래’ ‘존나바래’ 등 ‘킬링로맨스’ 매니아 팬덤들 사이에서는 싱어롱 상영에 대한 바람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 뉴 비벌리 시네마라는 오래된 예술극장이 있어요.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GV도 해주는 유서 깊은 극장이거든요. 제가 갔을 땐 그 앞에 남자들이 핫팬츠에 망사스타킹 차림으로 그 앞을 가득 메웠는데, 알고보니 ‘로키 호러 픽쳐쇼’ 싱어롱 상영회였어요. 저도 그걸 보면서 20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국적도, 경계도 없는 하이(high)한 에너지를 체험하는 영화요. 그게 ‘킬링로맨스’의 의도였어요. 가능하다면 그러길(싱어롱상영회가 개최되길) 바라고요.”
‘킬링로맨스’는 두터운 마니아 팬덤의 환호를 받으며 극장가에서 절찬리에 상영하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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