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쓱페이는 '계륵'일까
난립하는 페이 서비스에 '선택과 집중' 고민
파트너십 유지 가능성…"결정된 사항 없어"
신세계가 자사 페이서비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3강 체재로 굳어진 데다 여타 유통업계 페이 서비스도 쏟아지면서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고민 중인 셈이다. 아예 쓱페이를 매각하거나 매각하더라도 제휴를 맺어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쓱페이의 향방은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쓱페이, 스마일페이의 매각, 투자유치, 지분교환 등을 놓고 다양한 기업과 접촉 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성장을 위해 여러 기업과 파트너십 강화 등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쓱페이는 신세계가 2015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계열사에서 쓸 수 있게 론칭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스타벅스와 이마트24, SSG닷컴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신세계의 IT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가 운영하다 2020년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위해 SSG닷컴에 사업권을 넘겼다. 스마일페이는 신세계가 지난 2021년 인수한 이베코리아 산하 지마켓의 간편결제 서비스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는 유통업계 가운데 네이버 다음으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가입자를 스마일페이(지마켓·1600만)와 쓱페이(950만)를 합한 255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네이버페이(3000만)에 이은 2위다. 쿠팡의 쿠페이(2400만), SK페이(11번가·1600만), L페이(롯데·680만)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다.
지지부진한 점유율
다만 문제는 쓱페이의 낮은 시장 점유율이다. 페이 서비스 범위를 IT·플랫폼 업체로 넓히면 매우 초라해진다. 현재 페이시장은 카카오페이(점유율 42.4%), 삼성페이(24%), 네이버페이(24%) 3곳의 사실상 과점 시장이다. 나머지 10% 남짓한 시장에서 쓱페이 등 유통사의 페이 서비스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출시된 간편결제 서비스만 약 50여 종에 이른다.
현재 간편결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일 평균 간편결제 거래액은 2020년 4009억원, 2021년 559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7232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카카오·삼성·네이버페이' 정도가 아니고선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들에 비해 쓱페이 등 유통사 페이 서비스는 제휴사와 사용처 확장 측면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신세계I&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는 SSG페이 개발에 100억원 넘는 돈을 사용했다. 하지만 벌어들이는 수익성은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 등 플랫폼은 가맹점을 대거 확보해 수수료를 얻을 수 있지만 유통업체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라며 "IT기술도 개발해야하고 보안·관리에 따른 비용도 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고민 빠진 신세계
현재 네이버, 토스 등이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협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은 신세계와 '동맹'을 맺고 있는 네이버다. 신세계는 지난 2021년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후 지마켓 인수 과정에서도 손을 잡았다. 다만 당시 네이버가 막바지에 참여를 철회하면서 신세계가 단독으로 지마켓을 인수했다.
물론 유통업체 입장에서 페이 서비스는 놓치기 아쉬운 사업이다. 고객에게 결제 편의성과 혜택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한 '록인 효과'(Lock-in)로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다. 이외에도 고객 데이터 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배달의민족과 쿠팡도 배민페이 쿠페이 등을 통해 상당히 많은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 때문에 신세계가 아예 쓱페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매각을 하더라도 파트너십을 맺어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 식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계열사를 통합하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쓱페이는 계열사 간 결제와 혜택을 묶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쓱페이의 부재는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페이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큰 점유율을 확보한 곳은 없는 상황"이라며 "신세계의 경우도 많은 회원을 확보했지만 회원당 객단가가 낮고 서비스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이 많은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향후 유니버스 구축에 페이 서비스를 어떻게 포지셔닝시킬 것인지가 쓱페이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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