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복마전 뿌리’ 연관 의혹, 박영수의 역할은?

문상현 기자 2023. 4. 24. 07: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50억 클럽’ 로비 의혹이 제기된 지 1년7개월 만에 수사를 본격화했다. 대장동 복마전 속 박영수 전 특검의 역할에 우선 주목한다. 박 전 특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정치권에서는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른바 ‘50억 클럽’ 로비 의혹과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를 중심으로 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검찰 수사 모두 박 전 특검과 맞닿아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의 뿌리부터 연관돼 있다고 의심한다. 박 전 특검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부인한다.

50억 클럽 의혹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한 축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게 골자다. 로비 명단에 이름이 오른 유력 인사들 가운데 박 전 특검이 특히 주목받았다. 그는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고 딸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입사 이후 대출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받으면서,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사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의 사촌은 대장동 분양사업자였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와 ‘대장동 일당’의 배임 혐의를 ‘본류’ 사건으로, 박 전 특검 관련 의혹은 일종의 가지 사건으로 분류하면서 그동안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검찰이 ‘50억 클럽’ 수사를 본격화하며 박영수 전 특검을 우선 겨냥했다. 사진은 2017년 ‘국정 농단’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박영수 당시 특별검사.ⓒ사진공동취재단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 3월30일 박영수 전 특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박 전 특검에 대한 첫 강제수사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금융기관 임직원 등이 알선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받았을 때 적용되는 혐의다. 금품 수수액에 따라(1억원 이상) 징역 1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범죄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2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을 산다.

검찰이 박영수 전 특검을 ‘금융기관 임직원’으로 본 이유는 201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만배 전 부국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하던 시점이다. 당시 박영수 전 특검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었다. 그가 우리은행 간부와 대장동 사업자들을 연결해주면서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을 도왔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금품 및 부동산 등(약 200억원 상당)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뒤바뀐 대장동 사업 주도권

당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부동산 사업에 대한 별다른 이력이나 경력 없이 사업 공모 직전 설립된 신생 회사였다. 그런데 국내 시중은행 5곳(하나·국민·우리·신한·농협)을 모두 유치해, 특수목적법인(SPC) 출자자나 PF 대출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출한 공모신청서 및 사업계획서를 보면, ‘국내 4대 금융그룹(하나·국민·우리·신한)이 출자자 및 대출기관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성남도개공은 이를 근거로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재원 조달 계획 분야에 179점을 주었다. 만점은 180점이었다. 경쟁 컨소시엄인 산업은행은 167점, 메리츠증권은 161점을 받았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장동 사업 참여 금융기관 명단에 이름을 올려, 화천대유에 유무형의 사업상 이익과 영향력을 제공하는 데에 박영수 전 특검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한다.

우리은행은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대표사로 추진됐다가, 최종적으로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청탁과 로비가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민간사업자 중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 우리은행이 사업에서 빠지기 전후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사업 주도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사IN〉 취재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4년 10월 말부터 박영수 전 특검의 소개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만나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다. 민간업자들은 우리은행을 컨소시엄 대표사로 선정하려 했다. 당시 사업 주도권은 남욱 변호사가 쥐고 있었다(〈시사IN〉 제734호 [단독] 화천대유 수의계약 땅, ‘대장동 내부자’들이 선점해뒀다 https://www.sisain.co.kr/45704 기사 참조). 그런데 두 달 뒤인 2015년 12월 말, 남 변호사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는 2011년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155억원 부실 대출을 일으키고 LH의 대장동 공영개발 추진을 막으려 정치권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업 로비·특혜 의혹 재판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시사IN 이명익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던 우리은행이 대장동 사업에서 빠진 것은 남욱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 도시개발사업 대출을 금지하는 회사 내규 등을 컨소시엄 불참 사유로 밝혔다. 규정 때문이라면 처음부터 대장동 일당과 사업을 논의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접촉을 이어오다 돌연 사업 참여를 철회했다. 우리은행은 대신 PF 대출 금융기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대출의향서를 내줬다. 우리은행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대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금액은 약 1500억원이었다.

남욱 변호사가 가지고 있던 대장동 사업 주도권은 김만배 전 부국장에게 넘어갔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총괄할 화천대유자산관리를 설립했고, 3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당초 사업을 추진해오던 ‘서판교자산관리(화천대유의 전신 회사)’의 지분은 남욱 변호사 45%, 김만배 전 부국장 25%였다. 화천대유에서 김만배 전 부국장 측의 지분은 49%, 남욱 변호사의 지분은 25%가 되었다. 우리은행이 빠진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의 대표사 자리에는 하나은행이 들어왔다. 이후 하나은행이 김만배 전 부국장 측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50억 클럽’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화천대유에 입사한 곽 전 의원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받았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부국장은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한 2015년 7월, 박영수 전 특검을 화천대유 고문으로 선정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다음 달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딸은 2021년 6월 대장동 아파트를 시세 15억여 원보다 싼 6억~7억원에 분양받았고, 회사에서 아파트 분양대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빌렸다.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2015년 3월27일)된 직후인 2015년 4월3일, 박영수 전 특검은 김만배 전 부국장에게 5억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박영수 전 특검 사촌이 박 전 특검에게 보낸 돈이었다. 박 전 특검 사촌은 이후 대장동 부지 15개 블록 중 5개 블록의 아파트 분양대행 업무를 독점했다.

박영수 전 특검은 김만배 전 부국장으로부터 청탁받은 내용을 같은 법무법인 강남 소속인 양재식 전 특검보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특검보는 박 전 특검과 함께 같은 법무법인 변호사로 10년 동안 일했고, ‘국정 농단’ 특검팀에서 박 전 특검을 보좌한 측근이다. 양 전 특검보는 당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영학 회계사와 대장동 공모를 준비하는 등 실무를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로부터 우리은행 사업 참여 청탁을 받았고, 대장동 토지 수용 절차를 돕기 위해 SH공사 토지 수용 담당자를 소개해 양 전 특검보 사무실에서 함께 회의를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가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200억원 약정’을 맺고, 박 전 특검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양 전 특검보의 제자 권 아무개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가 사업을 추진할 당시 운영하던 서판교자산관리의 이사로 일했다. 검찰은 양재식 전 특검보가 서판교자산관리의 실질적 운영을 맡았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남욱 변호사 측의 대장동 사업 주도권을 2015년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넘겨받았다. ⓒ시사IN 이명익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최근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로 지목된 조우형씨를 압수수색했다. 반부패수사3부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당초 참고인 신분이었던 조씨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조씨는 박영수 전 특검과도 연관이 있다.

조우형씨는 대장동 사업 자금의 ‘뿌리’ 격이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인척인 그는 2009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155억원을 대출받아, 이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 초기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로 끌어왔다. 남욱 변호사 등은 이 돈 대부분을 대장동 땅 매입과 로비 자금으로 쓰면서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쥐었다. 조우형씨는 대출 알선 대가로 10억3000만원을 받았다.

대장동 개발사업 ‘돈맥’ 튼 조우형

조씨는 2년 뒤인 2011년 이 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때 김만배 전 부국장이 조씨에게 박영수 전 특검을 변호사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는 ‘조씨에게 대출 알선 수수료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확보했지만, 조씨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가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 4년 뒤인 2015년 수원지검은 조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한 뒤 재판에 넘겼다. 남욱 변호사도 이때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남 변호사는 무죄, 조씨는 유죄가 확정됐다. 이 때문에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와 박영수 전 특검의 친분이 작용해 2011년 당시 대검 중수부가 조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조우형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주도권이 남욱 변호사에서 김만배 전 부국장으로 바뀐 이후에도 자금을 끌어왔다. 2015~2017년 투자자문사인 킨앤파트너스로부터 457억원을 유치했다(〈시사IN〉 제733호 화천대유에 400억원 빌려준 '개인3'은 SK 일가 https://www.sisain.co.kr/45643 기사 참조). 화천대유의 초기 투자금이다. 검찰은 조씨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사업 일환인 ‘서판교 터널 개설 계획’과 관련한 성남시 내부 정보를 사전에 전해 듣고 킨앤파트너스에 투자 관련 설명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조씨는 그 대가로 대장동 사업 지분을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한다. 남욱 변호사가 만든 서판교자산관리에서는 조씨 지분이 10%, 2015년 이후 사업 주도권이 김만배 전 부국장으로 넘어간 뒤 화천대유에서는 조씨 지분이 7%였다.

검찰은 조우형씨를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로 보고 있다. 천화동인 6호는 대장동 개발사업 배당금으로 282억원을 받았다. 서류상 주인은 조현성 변호사로, 그는 박영수 전 특검과 법무법인 강남에서 일했다. 검찰은 조우형씨가 배당금에 대한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조현성 변호사를 차명 소유주로 내세운 것으로 본다. 검찰은 조우형씨가 282억원을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금도 추적 중이다.

박영수 전 특검과 조우형씨에 대한 의혹은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함께 제기됐다. 이들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한 건 1년7개월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면 교체된 검찰 수사팀도 처음으로 수사를 궤도에 올렸다. 50억 클럽 수사의 신호탄을 쏜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은 국회에서 야당이 50억 클럽 특검 법안을 상정한 날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늑장 수사’ 지적과 함께 “검찰이 특검을 의식해 외관만 갖춘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영수 전 특검에게 적용한 혐의 입증도 검찰의 숙제다.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도왔다는 행위가 우리은행 이사장 의장직의 직무 범위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박 전 특검의 ‘영향력’과 관련한 의혹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진술이 기반이 됐다. 앞서 50억 클럽 당사자이자 하나은행이 대장동 컨소시엄 대표사를 맡는 것을 도운 혐의로 재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최근 곽 전 의원과 그의 아들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박영수 전 특검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측은 입장문을 통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 알선을 대가로 금품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수사를 받는 것이 참담하다”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