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드림’으로 밝아져…이젠 덜 계획적이고, 덜 치열하고 싶어요”

26일 개봉 ‘드림’ 주연 인터뷰

아이유는 자신의 두 번째 영화 영화 ‘드림’을 통해 밝아졌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본명인 이지은 대신 대중에게 익숙한 아이유란 이름을 걸고 새롭게 시작했다. ‘국민 여동생’과 ‘국민가수’,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의 길로 달려가는 아이유를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까페에서 만났다.

아이유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드림’에서 갖가지 사연을 가진 노숙자들의 홈리스 월드컵 도전기를 찍는 다큐멘터리 PD 소민 역을 맡았다. 배우 아이유에게 연기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과 스크린 데뷔작 ‘브로커’(연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미혼모 ‘소영’과 비교하면, 소민은 보다 제 나이 모습에 가까운 아이유의 실제처럼 느껴진다.

아이유는 "소민이처럼 사회 생활과 실제 생활 모습이 나눠져 있진 않지만, 나도 남들보다 빠르게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좀 비슷한 면이 있다"며 "일에 진심이란 부분이 그렇고, 조곤조곤 말할 때나 욱할 때 다 있는 것도 나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동의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민이는 본인이 ‘열정리스’(열정이 없음)라고 강조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유는 자신의 실제 모습과 비슷한 역할이 연기하기엔 오히려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병헌 감독님이 호흡이 빠르길 원했는데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며 "그리고 소민이가 쉴틈없이 움직이는 사람이란 느낌을 원해서 중간중간 잔동작을 많이 요구했는데 쉽진 않았다"고 말했다.

연기의 어려움을 극복한 건 역설적으로 사전에 준비한 걸 버리는 과정을 통해서였다. 아이유는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해서 최대한 대사 연습에 많이 기대는 편인데, 이번 영화에선 혼자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에 너무 기대면 안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며 "현장에서 준비한 걸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미련없이 버려야 했다"고 말했다.

첫 영화인 ‘브로커’와 이번 영화 ‘드림’의 현장 분위기는 극과극으로 달랐다. 아이유는 "‘브로커’ 현장은 굉장히 조용했다. 고레에다 감독님의 개입도 많지 않으셨다"며 "반대로 ‘드림’ 현장은 영화 처럼 굉장히 분주하고, 빠르고 시끌벅적했다"고 전했다.

가수로서 압도적인 성과를 얻은 것에 비하면, 연기에 대한 평가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 가수 출신이란 이유로 오히려 연기에 대해 저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하자 아이유는 "가수로서 유명한 상태에서 (작품에서) 좋은 기회를 받은 것도 많다"며 "전체적으론 덕을 본 게 맞다"고 답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롭게 만든 곡이 있을까. 그는 "‘드림’을 생각해서 쓴 가사는 없지만, 영화 촬영 시기인 최근 3~4년 사이에 쓴 푸릇푸릇한 잔디나 긍정적 가치관을 담은 가사들은 영화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유는 10대에 데뷔해 지금까지 1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왔다. 어디서 에너지 동력을 얻는지 궁금해졌다. 아이유는 "차에 있을 때 ‘어머나 잤네’ 같이 잠깐 저도 모르게 눈 붙인 순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답은 국내 최고 가수이자 각광받는 배우의 답치곤 소박하고, 어쩌면 프로로서 철두철미했다. "저는 어떤 한 감정에 오래 매여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 제가 기분이 너무 좋고, 만족감이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본연의 상태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해요."

도인 같은 답변에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하는 일이 좀 자극적이기 때문에, 아주 높은 만족감도 자주 오는 편이고, 반대로 기분이 다운될 때도 온다"며 "어릴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그런 높고 낮음에 오래 메여있지 않는 습관이 돼 있다. 짧게 번아웃이 오긴 하지만, 덕분에 길게 가진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여동생’이라 불린 아이유는 지난해 한국 나이로 삼십대에 접어들었다. 그는 "이제는 덜 계획적이고, 덜 치열하게 살길 원한다"고 말했다. "외적으로 ‘저 요새 행복해요’라도 말을 해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면 음악으로든 연기로든 인터뷰든 어느 틈새로 다 새어 나오는 것 같아요. 진짜 편안해서 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으로서 나오는 결과물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