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청호나이스 창업주의 계열사 사용설명서
청호나이스 작년 순익 358억 잉여금으로
1대주주 정휘동 회장 7년째 배당 맛 못봐
‘돈줄’ 따로…저마다 다른 쓰임새 이채
이쯤 되면 많디 많은 오너 개인회사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쓰임새가 있지 싶다. 2016년을 기점으로 주인의 배당 ‘돈줄’ 역할을 놓고 계열사끼리 바통 터치가 있었다. 작년에는 사주(社主) 개인 소유의 대부업체에 자금을 대는 곳도 달라졌다.
‘청호(淸湖)’를 창업해 사업가의 길을 걸은 지 30년. 매출 1조원의 중견 생활가전업체 청호의 지배구조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정휘동(65) 창업주의 개인회사 활용법을 때 맞춰 들춰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사용설명서’쯤 되겠다.
철칙?…올해도 청호나이스 無배당
24일 청호나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4360억원(개별 기준)을 기록했다. 2021년에 비해 3.4%(145억원) 늘어난 수치다. 2019년(3640억원) 이후 3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0년 이후 일시불 판매에 주력하는 영업전략이 또 먹혔다. 가전렌탈 시장의 경쟁이 점점 격화되면서 주력제품인 정수기를 비롯해 공기청정기·비데·매트리스 등 기존 렌탈 위주의 판매 의존도를 낮춰 왔던 것.
2019년 58.5%였던 렌탈매출 비중은 2020년 48.8%→2021년 39.9%에 이어 작년에는 31.1%로 축소됐다. 상대적으로 제품매출은 23.4%→32.7%→36.2%를 거쳐 37.7%로 상승했다.
수익성은 주춤했다.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29.4%(131억원) 축소된 316억원이다. 2018년(8억원) 이후 매년 예외 없던 증가세가 4년 만에 꺾였다. 2020~2021년 두 자릿수 이익률도 2022년 7.3%로 떨어졌다.
다만 겉만 보면 그렇다는 것일 뿐 내실은 벌이가 꽤 괜찮았다. 영업이익 감소의 주된 원인이 기존 연체 부실채권을 전액 대손상각(2021년 25억→2022년 195억원) 처리한 데 있어서다.
순이익도 양호하다. 117.8%(193억원) 확대된 358억원이다. 2021년은 2016년부터 진행된 퇴직금 소송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영업외비용으로 355억원의 소송충당부채를 쌓았던 해다. 이런 기저효과를 빼더라도 작년 순익은 2020년(37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데, 이번에도 예외 없다. 주주들에게 2022년 배당을 전혀 하지 않았다. 2016년 이후 7년째다. 작년 순익 또한 전액 유입되면서 이익잉여금은 2510억원으로 불어났다. 창업주이자 절대주주인 정휘동 회장이 올해도 변함없이 배당금을 단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7개 국내 계열 중 4곳이 개인 소유
생활가전 중견기업 청호는 1세대 정수기 엔지니어 출신인 정 회장이 1993년 5월 창업한 청호인터내셔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은 국내 7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중국 정수기 제조 합자법인(미디아청호정수설비)을 비롯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5개 해외법인이 있다.
청호 계열 지배구조 독특하다. 수평적 구조다. 즉, 주력사업인 생활가전 분야의 핵심 계열사들이 모태 청호나이스를 정점으로 한 수직체제가 아니라 전부 정 회장 개인 소유다. 청호나이스 외에도 마이크로필터, 엠씨엠(MCM)이 면면이다. 개인 대부업체까지 가지고 있다.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다.
정 회장의 청호나이스 소유지분은 현재 75.10%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는, 2000년 이후 낮아봐야 2001년 62.62%다. 장모 양영옥씨(2.7%), 동서 김영권(2.7%)씨, 남동생 정휘철(62) 청호나이스 부회장(0.6%) 등 일가들도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때다.
기업 성장에는 늘 과실(果實)이 뒤따르고, 오너는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기 마련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 아니던가. 하지만 청호나이스가 예나 지금이나 전체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직접 소유해 온 사실상 개인회사지만 정 회장은 다소 결이 다른 행보를 취한다. 지금껏 배당수익을 챙겨가는 일은 별로 없는 것.
청호나이스가 2000년 이후 배당을 실시한 때는 2015년 중간배당까지 딱 4차례다. 적으면 13억원, 많으면 31억원 도합 108억원이다. 돈이 아쉬울 게 없어 2010년 이후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고,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이 1999년 말 21억원 정도에서 현재(2022년 말 2510억원) 120배로 불어난 이유다.
정 회장도 20여 년간 한 해 8억~23억원 총 75억원의 배당금을 맛봤을 뿐이다. 돈을 버는 족족 쟁여놓을 뿐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따박따박 배당수익을 챙기는 ‘돈줄’ 따로 있는 터라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청호나이스가 2016년 배당을 중단하기 한 해 전(前)부터 매해 정 회장에게 배당금을 꽂아주고 있는 곳이 엠씨엠이다. (▶ [거버넌스워치]Up 청호 ②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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