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박서준 내세워 또 '천만 드림' 이룰까
4년만에 신작 '드림' 26일 개봉
사연 많은 노숙자 국가대표팀
'홈리스 월드컵' 감동 실화 바탕
먹먹하지만 상투적 장면 아쉬워
4월 극장가 상승세 탈지 관심
IMF 외환위기 당시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날린 사업가, 친구 보증을 잘못 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아빠, 지적장애인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로맨티시스트 남편….
명색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인데,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선수는 한 명도 없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연만 가득하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이유는 홈리스 월드컵에 진출하는 것.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는 대형 사고를 친 뒤 이미지 세탁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홈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돈도 열정도 없는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이 팀에 합류하게 된다. 오는 26일 천만 관객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드림' 이야기다.
"지금까지 사연 많고 울 일도 많은 어두운 캐릭터를 연달아 했거든요. 이번에는 사연 좀 없고 단순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때 이병헌 감독님께 '드림'을 제안받았죠."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아이유는 "영화 '브로커'의 소영이보다는 '드림'의 소민이가 저와 더 가까운 텐션이다 보니 연기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가 맡은 다큐 PD 소민 역은 "미친 세상에 미친 ×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니냐"고 외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솔직한 캐릭터다. 부와 명예만을 바라며 다큐멘터리를 찍던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노숙자 출신 팀원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저도 정보가 없을 때는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대본을 읽었던 것 같아요. 워낙 코미디로 유명하신 감독님이시기도 하고요. 그러나 알고 보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죠. 시나리오를 덮고 나선 감동과 재미를 모두 챙긴 장르가 '1+1'처럼 느껴졌어요."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묻는 질문에 '만년 2등'이었던 홍대를 가리키며 같은 팀 동료 선수가 읊는 대사를 꼽았다. "'앞서가는 사람이 있으면 뒤처지는 사람도 있다. 앞서가는 사람 혼자 축구 하는 거 아니고, 서로 받쳐주면서 하는 것'이라는 대사가 있어요.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 진출했던 한국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최약체 팀이었으나 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 최우수 신인팀상을 수상한 것도 실제 있던 일이다. 당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11전 1승10패 꼴찌. 그러나 서로가 최선을 다했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선수들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극 중 홍대는 전의를 상실한 선수들을 이렇게 북돋는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란 말 안 해. 넘어지면 같이 자빠뜨리란 말야." 그 말을 들은 멤버들은 묘기축구와 전차군단이 난무하는 경기장에서 악착같이 공을 쫓는다.
이따금씩 감동 코드로 연출된 장면이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켜 아쉽다. 치열했던 경기가 끝난 뒤 승자가 따뜻하게 패자를 끌어안는 작위적 요소나, 외국인과 한국인 관중이 다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는 클리셰는 먹먹하던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다.
월드컵 경기가 끝나고 어떤 이의 삶은 바뀌었고 어떤 이의 현실은 예상한 그대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다시 일어나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거면 충분히 됐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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