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 내놓을 수 있다. 먼저 사회적 약자를 돕고자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자선 공연을 언급할 수 있을 테고,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음악에 담아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음악가도 거론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중 하나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다.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오케스트라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1975년 빈민가의 한 차고에서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예술로 사회를 구한다'였다.
음악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행복과는 먼 거리의 삶을 살던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은 치유의 선생님이자 삶을 이끌어 주는 리더가 됐다. 마치 촉망받던 한국인 성악가가 인도의 빈민가에서 제2의 인생 겸 합창단을 꾸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바나나쏭의 기적'이나 성악가 겸 가수 김호중의 일화를 다룬 영화 '파파로티'처럼 말이다.
아이들에게 배고픔만큼 힘든 건 '상대적 박탈감'이다. 문화예술은 진입 장벽이 높아 소득 격차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음악은 평등하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음악을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음악이 가진 아주 본질적인 특성이다. 음악을 듣고 노래하는 사람이 얻는 큰 기쁨과 감동은 그 어떤 권력이나 물질적 풍요보다도 가치가 크다. 또 음악은 언어가 아닌 예술이지만,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혼자서는 절대 완성할 수 없는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맞춰가며 아이들은 배려와 협동심을 터득해 갔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아이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고, 유네스코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악기를 잡아본 길거리의 아이들 11명은 현재 50여 개국에서 유소년 오케스트라와 100여 개의 청년 오케스트라로 늘어났다.
최근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 위기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 시스테마의 혁신성과 긍정적 효과는 여러 국가의 예술교육에 영감을 제시했다. 청소년 음악 교육 프로그램과 오케스트라가 세계 전역에서 속속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부터 서울시에서 시작한 '우리 동네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와 문화부가 2011년부터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가 한국형 엘 시스테마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각 지역문화재단에서 모집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까지 사회취약계층 청소년을 우선 선발한다. 전문 예술강사를 통한 악기 교육과 다양한 공연 무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최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미래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 기후환경 변화,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과정 체제 전환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 교육계에서는 'STEAM' 교육이 화두다. 예전 미국에서 진행됐던 'STEM(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수학 Mathematics)' 교육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Art' 즉 인문사회와 예술이라는 감성적 개념을 더 융합했다.
'STEAM' 교육은 한 분야에 정통한 인재형이 아닌 예술, 수학, 과학 등 다방면에 능통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문화예술 교육은 문화와 예술과 교육의 합집합이다. 문화예술 교육은 한 사회를 유지하고 좀 더 가치 있게 만들며, 중요한 사회적 유산을 후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바야흐로 '국민교육헌장'이 아니라 '국민문화헌장'을 새로 써야 할 때가 아닌가. 결단코 10년 후 코리아는 '문화'가 국민을 먹여 살릴 것이다. 피카소가 그랬다. 집 안에 그림 한 폭 걸려 있는 집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집 아이들보다 색감이 훨씬 더 발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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