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고독사

김재근 선임기자 2023. 4. 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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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내 개봉된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는 영화가 있다.

그의 업무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는 일이다.

대전에 고독사가 유달리 많다고 한다.

2021년 우리나라 고독사 사망자가 337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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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2014년 국내 개봉된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는 영화가 있다. 우베르토 파솔리니가 감독을 맡고 에디 마산이 출연한 영국영화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받은, 꽤 괜찮은 영화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주인공 존 메이(에디 마산 분)는 런던의 한 구청 소속 공무원이다. 그의 업무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는 일이다. 존은 자신이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뒤 마지막 업무로 알콜중독자의 장례를 치르게 된다. 그가 사망자의 지인들은 찾아갔지만 모두 장례식 참석을 거절한다. 사망자의 딸도 거절한다.

대전에 고독사가 유달리 많다고 한다. 2019년 113명, 20년 120명, 21년에는 128명으로 늘었다. 인구 10만명 당 8.8명으로 전국 평균 6.6명보다 훨씬 높다.

2021년 우리나라 고독사 사망자가 3378명이었다. 연간 3만명에 이르는 '노인대국' 일본보다는 덜하지만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했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마다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 독거노인에게 스마트위치를 지급하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애를 쓰고 있다.

고독사의 원인은 다양하다. 고령화, 경기 침체와 실직자 무직자 증가, 외자녀 증가, 비혼과 이혼 증가, 개인주의와 독신주의 확산, 인간관계 단절, 정신질환 등등… 요즘은 취업 준비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피해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 죽는 젊은이도 많아졌다.

고독사는 21세기 고령화와 개인주의, 삶의 단절과 파편화가 초래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국가와 지자체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당사자 개인의 최소한의 노력, 주변 사람의 관심과 애정, 소통이 회복돼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 곳곳에 힘겨운 삶을 홀로 견뎌내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스틸 라이프'의 주인공 존 메이의 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잊혀지는 게 두려운가요? 제가 기억해줄게요." 살아있는 내 이웃을 잊지 말고 기억하고 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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