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면 대전]①"1위 부담 없다면 거짓말…시장 전체 성장이 목표"
"비빔면 먹는 문화 생겼으면…중요한 건 소비자와의 소통"
[편집자주] 7~8월 성수기를 앞둔 비비면 시장에서 벌써부터 소비자 입맛을 잡기 위한 식품업체의 경쟁이 뜨겁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15년 750억원 대에서 최근 1500억원 대까지 성장했으며 업계는 올해 18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빔면 대전에 출전한 각 사의 올해 전략을 들어본다.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최근 비빔면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며 '총성 없는 전쟁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규 업체의 시장 진출과 신제품 출시는 물론 막대한 판촉비를 투입해 경쟁사 점유율을 뺏기 위한 '쩐의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1984년 출시 이후 줄곧 비빔면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팔도에게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 위기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 리딩 브랜드로 자리를 굳힌 팔도는 개별 제품과의 경쟁이 아닌 시장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것이다.
과거 80%에 육박했던 팔도비빔면의 시장 내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진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팔도는 점유율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품이 계속 탄생해 비빔면 품질의 상향평준화는 물론 시장 확대까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hy 본사에서 만난 윤인균 팔도 마케팅팀 책임은 "점유율은 충분히 왔다 갔다 할 순 있다"며 "현재의 경쟁 상황이 벌어지는 건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 책임은 "과거에도 경쟁사들이 마음먹고 비빔면 시장에 달려들면서 일시적으로 점유율을 일부 빼앗긴 적이 있다"며 "중요한 건 그 시기는 길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팔도비빔면의 점유율 상승보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비빔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00억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80%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보다 전년 대비 50억원이라도 늘어난 상태에서 5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그는 "전체 파이가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며 "팔도비빔면 제품이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방송에 비빔면 제품이 많이 나와 비빔면을 먹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근 농심의 '배홍동'과 오뚜기의 '진비빔면' 등의 점유율이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 대해서는 "굵직한 회사들이 생각을 가지고 신제품을 출시해 이목을 끄는 건 환영"이라며 "라면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별 제품과 경쟁을 생각하고 있진 않다"며 "농심이 라면 업계에서 큰형님으로서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많이 먹게 할까 고민하듯 저희는 비빔면을 어떻게 하면 많이 먹게 하느냐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팔도는 올해 특별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 그는 "40주년인 내년을 앞두고 정신없이 소비자를 위해 뛰어왔던 세월을 뒤로한 채 내 자신의 몸을 가꿀 때가 됐다"며 "지난해 수프와 면의 품질을 개선했고, 올해는 제품 디자인을 개선했다. 비빔면으로 예쁘게 단장해 보자는 취지다"라고 밝혔다.
최근 비빔면 시장은 유명 광고 모델을 통한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다. 농심은 3년째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내세우고 있고, 오뚜기는 올해 가수 화사를 새 모델로 발탁했다. 올해 처음으로 비빔면 시장에 뛰어든 하림은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한 광고영상을 공개했다.
팔도의 광고 모델 역시 2년 연속 배우 이준호다. 다만 유명 광고 모델을 쓰더라도 일시적인 판촉 효과를 노리는 경쟁사들과는 목적이 다르다는 게 팔도의 설명이다.
윤 책임은 "준호씨처럼 '빅 모델'을 가끔 써왔다"며 "그 이유는 팔도비빔면의 상징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경쟁사가 강한 모델을 썼기 때문이라거나 판매 상황이 어려워서는 아니다"라며 "중간중간 비빔면 브랜드 리마인드를 위해 회사 내에서 팔도비빔면의 위상에 걸맞은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팔도미빔면을 담당해 온 베테랑 윤 책임은 비빔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비자와 소통을 꼽았다.
'1위 브랜드라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는 그는 "부담을 어떻게 할까 고민한 결과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답을 찾았다"고 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괄도네넴띤'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윤 책임은 "비빔면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국물라면에는 무언가를 곁들인다면 라면을 끓이는데 토핑을 얹는 수준이지만 비빔면에는 삼겹살을 얹으면 '삼겹살 비빔면'처럼 하나의 요리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겨울에 비빔면을 먹고 싶은데 추운 느낌이 난다는 소비자 반응이 많아서 삼진어묵과 협업해 어묵 국물을 넣어드린 적이 있었다"며 "소비자가 그 시기에 어떤 재료를 즐기는지를 파악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책임은 "장수 브랜드의 성공 전략은 결국 소비자가 지루하지 않으면서 담백함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걸 포기하면 안 되고, 맛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맛 개선을 미세하게 하고 있다"며 "어르신들 입에선 '옛날 그 맛이네'라는 반응이 나오도록 하면서도 새로운 에디션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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