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토착왜구'보다 두려운 유령
지난해 4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지자들이 노래를 부르라고 하자 중국어 가요 펑요우(朋友, 친구)를 주저하지 않고 불러 주위를 당황하게 했다. 송 전 대표는 중국노래라 소개 했지만 사실 대만가요다. 박근혜 정부 말기, 송영길 의원이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나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조건으로 중국의 '사드 철회' 요구를 수용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임오군란을 수습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부른 구한말 치욕의 역사가 연상된다.
한국에서 전지전능한 정치 프레임은 '반일(反日)'이다. '죽창가', '토착왜구', '총선은 한일전', '독도는 우리 땅', '위안부', '강제징용' 등 단어만 나열해도 지지율 급등하고 정적은 입을 다문다. 반일 프레임에 집착하는 집단을 장기간 관찰하면 공통점이 있다. 일본에는 독(毒)하지만 중국, 북한에 대해 애처로울 정도로 관대하다.
우리 조상들은 몸은 한반도에 살았지만 정신은 요순(堯舜)과 남송(南宋)의 거리를 삼황(三皇), 주자(朱子)와 같이 거닐었다. 이런 정신세계를 소중화(小中華) 사상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땅에서 유체이탈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조선 후기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우암 송시열(宋時烈)은 당신이 사약을 받고 죽으면 "수의는 주자가 한가할 때 입던 야복(野服)과 명나라의 예법인 난삼(爛衫)을 입히라"고 유언했다. 그는 꿈에서 몇 번이나 주자를 만났다고 한다.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경계심이 풀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같은 성(姓)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허구지만) 한국인 족보의 80%는 그 시조를 중국에서 온 사람으로 설정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00년 중국 산동성의 노(盧)씨 시조묘를 찾았다. 산둥성 정부는 특별히 '세계 노씨 원류 연구회 창립 대회'를 열었고 전 세계 곳곳의 노씨 후예 수백 명을 초대했다. 그의 아들 노재헌 씨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연구원 이사장을 맡았던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習近平) 주석 중국몽(中國夢)의 핵심 사업이다.
반일에 빠지지 않는 이슈가 '독도'다.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영토여서 우리가 독도를 거론하면 오히려 일본이 반긴다. 국제 분쟁지역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일 프레임에 재미 보는 집단은 '철없이' 독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 2017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후 "시진핑 주석이 중국과 한국의 역사 이야기를 했다…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면서 중국 공산당의 한반도 영토에 대한 속내를 전했다. 일본 수상이 '독도'를 주제로 미국 대통령과 밀담을 나누었다고 전해지면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어떨까? 중국은 '섬' 하나가 아니고 한반도 전체의 역사적 종주권을 주장하지만 소위 진보정당과 지식인들은 조용하다. 일본이 아니고 중국이기 때문일까?
중국은 탄소배출 감축을 목적으로 최소 150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미 서해안 강화도와 400km거리에 중국 원전 12개가 있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연태시에 2035년까지 해상 부유식 핵동력 시설을 건설한다고 한다. 바다에 띄우는 원자력 발전소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에서는 태평양 동쪽으로 흘러가 버린 풍향, 조류 덕분에 우리나라 피해가 미미했다. 서해에 원전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에 한국 피해는 가늠조차 어렵다. 하지만 이를 거론하는 환경단체나 소위 진보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이 아니고 중국이기 때문일까?
전 국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시달리고 매일 사망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 바이러스 연구센터'를 한국에 유치하자던 국회의원도 있었다. 전 세계에서 퇴출되고 있는 '공자학원'이 한국에는 23개나 있다. 아시아에서 최고다.
일본 군비증강이 가속화되는 지금 이를 경계하는 시각은 필요하다. 하지만 500년 묵은 소중화 사상의 몸통에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라는 머리를 가진 유령이 한국을 거침없이 배회해도 누구 하나 우려하지 않는다.
"일본은 백년 적, 중국은 천년 적"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북한 김정은이 가끔 맞는 말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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