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달달 외워 갔는데…‘드림’ 현장서 버리는 걸 배웠죠”
“코미디는 호흡 중요하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준비 많이 해 갔는데
현장 가면 버려야 하는 상황 빈번”
12년차 연기자. 주요 시상식 연기상 후보와 수상. 칸국제영화제 진출. 짧지 않은 활동 기간과 배우로서 손색없는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유에게는 배우라는 타이틀보다 연기도 하는 가수 아이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대중음악계에서 워낙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드림>은 연기하는 가수가 아닌 오롯이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온 아이유가 오랜만에 가볍게 기지개를 켜는 영화처럼 보인다. 아이유는 홈리스월드컵에 나가는 오합지졸 팀의 훈련과 경기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는,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회사 때문에 열정 따위 사라진” 제작사 피디 소민을 연기한다. 2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아이유를 만났다. 아이유는 “사회생활의 얼굴과 실제 얼굴이 좀 다르기도 하고, 조곤조곤 말하다가 욱하기도 하고, 열정 없다고 하지만 욕심 있는 소민이 내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이유가 이병헌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은 건 4년 전. “<나의 아저씨>처럼 어둡고 사연 많은 역할을 몇 번 하고 난 다음이라 밝고 사연 없는, 전사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가 맘에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과 싱크로율 높고 밝은 역할이라고 마냥 쉬운 건 아니었다. 그동안의 연기가 뭔가 꾸준히 쌓는 것이었다면 <드림>에서는 “미련 없이 버리는 걸 배웠다”고 한다. “집에서 혼자 대사를 달달 외우고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 현장에 가면 그것들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많이 벌어졌어요. 코미디는 호흡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내가 아무리 준비해봤자 상대방과의 호흡이 1초라도 달라지면 신의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나 혼자서 준비하는 것에 기대면 안 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죠.”
“하루는 촬영이 점심 먹기도 전에 끝나서 정말 집에 가는 게 맞냐고 묻기도 할 정도로” 속도가 유난히 빠른 이병헌 감독의 현장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초반에는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왜 나는 (박)서준씨처럼 빨리 오케이를 받지 못할까, 왜 빨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할까, 집에 가면 매일 자책했죠.”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수 활동에서는 “스태프들이 나한테 물어볼 때가 많고 내 생각이 무대에서 잘 구현됐을 때 성취감이 큰데 연기할 때는 내가 감독님에게 질문하는 입장이 되니까 오케이 받을 때 성취감이 가장 크다”며 웃었다. 배우로서 가장 큰 희열은 “감독의 머릿속 그림을 내가 정확히 구현했을 때, 연출자와 배우의 생각이 딱 맞아떨어질 때 오는 느낌인 거 같다”고 덧붙였다.
초반에 마음만큼 빨리 적응을 못 해 자책도 했지만 한 감정에 오래 매이지 않는 습관이 들어 가수 일도 배우 일도 해나갈 수 있는 거 같다고 했다. “이 일이 워낙 자극적인 일이라 만족감이 높을 때도, 다운될 때도 자주 있는데 어릴 때부터 일을 해서인지 어떤 감정에도 오래 매여 있지 않는 훈련이 된 거 같아요.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본연의 상태로 있으려고 노력하고 그런 상태가 즐거울 때보다 행복하게 느껴져요.”
차기작은 <쌈, 마이웨이>(KBS2) <동백꽃 필 무렵>(KBS2) 등을 쓴 임상춘 작가의 신작 <폭싹 속았수다>다.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로, 박보검과 호흡을 맞춰 다시 한 번 명랑하고 발칙한 연기에 나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첫 오티티(OTT) 출연이다.
티브이(TV) 드라마와 영화, 오티티까지 영토를 확장하며 차곡차곡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아이유가 도전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다소 엉뚱하다. “안 착한 사람들이 하는 안 깊은 사랑 이야기”다. “보통 로맨스에서는 깊은 사랑 이야기를 하잖아요. 착하지 않은 사람들도 사랑을 하면 착해지고. 착하지 않은 사람 둘이 만나서 조금만 사랑을 하다가 착하지 않은 마음이 사랑을 이기고 끝나는 이야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뻔하지 않은 로맨스를 연기하고 싶다는 말로 풀이된다.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선배로서 롤모델에 대한 부담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을 “요즘 부쩍 많이 받는다”고 한다. 아이유는 “내 롤모델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기를 바랐던 것처럼 후배들도 그런 마음 아닐까” “30대에는 부담, 책임감보다는 덜 계획하고 덜 치열하게 살면서 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됐을 때 나오는 음악이나 연기의 결과물들이 궁금해진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외교리스크에 무거운 방미길…윤 대통령, 확장억제 얻어낼까
- 꿀벌 141억마리의 빈자리…“이건 자연재해, 농업생태계 위기”
- 유류세는 깎아주면서, 대중교통 요금 지원은 퍼주기인가요?
- ‘욕설 논란’ 정윤정 퇴출에 롯데홈쇼핑이 속앓이하는 까닭
- 내 보증금은?…‘블랙박스’처럼 아무도 모르는 깡통전세 통계
- [단독] 전세대출 사기 피해자 손들어준 법원…“금융사 책임”
- 윤 대통령에 분노한 중국…깨진 균형외교, 방미 이후 벼른다
- 아이유 “제가 준비한 것을 ‘드림’ 현장서 버리면서 배웠어요”
- “정신과 약 부작용 무시 못해…환자와 충분히 소통해 처방을”
- 가진 포탄 미국에 다 내주고 ‘거덜 난 한국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