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인 ‘가수’, 수용적인 ‘배우’… 아이유 “또 다른 내가 ‘나’에게 행복 충전”

엄형준 2023. 4. 24. 07: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드림’으로 돌아온 아이유
단순·발랄·하이톤 ‘소민役’ 애착
“홈리스 축구 국대 다큐 PD… 가식적 웃음 뒤엔 상처도 많아”
가수 데뷔 15년차, 어느덧 삼십대
“유연한 삶 목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덜 착한 사람”
아이유. 본명 이지은. 2008년 15세에 가수로 데뷔, 상큼한 느낌의 ‘잔소리’와 ‘좋은날’로 오빠 팬을 사로잡았던 그는 20대엔 서태지와의 컬래버, 감광석의 ‘꽃’, 김창완의 ‘너의 의미’ 등의 리메이크, ‘블루밍’, ‘드라마’ 등 수많은 작사·작곡을 통해 보다 성숙한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끼도 드러냈다.
아이유는 “20대엔 프로듀싱을 주도했다면, 30대엔 누군가로부터 프로듀싱을 받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창력과 작사·작곡 능력, 그리고 수입까지, 명실 공히 현 국내 최고 여가수로 불리는, 이젠 본명보다 예명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한 데뷔 15년차. 가수와 드라마 연기에 이어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드림’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30대의 아이유를 2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출연작인 데다 주연을 맡았지만, 그에게선 초조함보다 여유가 느껴졌다. 드림보다 뒤늦게 촬영을 시작한 영화 ‘브로커’의 주연으로 이미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아봤기 때문일까.

“다른 배우 분들과 이야기 나눌 때도 (영화에) 되게 만족하는 지금 분위기인 것 같아요. 기대 반 걱정 반, 설렘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 역 등 사연 많은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아이유는 이번엔 그의 바람대로 ‘사연 없는’, 정확히는 ‘사연이 가려진’ 캐릭터인 이소민 역을 맡았다.

26일 개봉하는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에서, 방송국 PD인 소민은 영화에서 폭력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프로축구 선수 윤홍대(박서준 분)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감독을 맡게 된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역할이다. 소민은 노숙인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 아니라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를 만들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짜가 아닌 진짜’ 노숙인들의 삶에 주목하게 된다.
사진=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막상 사연이 없는 역을 맡게 되니, 머릿속으로 소민의 사연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열정이 없다는 게 계속 드러나는 역할이다 보니까 오히려 예전에는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정도 많고 욱하기도 하고 호탕하고 주변 챙기는 것도 좋아하고 이런 친구인데, 워낙에 사회 초년생 때 부정을 많이 당하고 상처를 입고, 방어기제로 ‘나는 열정이 없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소민은 극 중에서 축구를 하진 않지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빠질 수 없는 감초 같은 존재다.

아이유는 “(쉬는 시간에 출연진들과) 저도 몇 번 공을 차봤는데, 다행이다. 제가 직접 공을 차는 역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사진=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느껴진다.

“밝고 단순하다 보니까 자기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하고 초반부엔 가식적이지만 그래도 계속 웃어요. 그게 또 활력을 불어넣고. 제 목소리가 낮은 톤인데, 소민이 연기할 때 하이 톤으로 하고 그런 게 오히려 좋더라고요.”

20대의 밝음과 발랄함이 느껴지는 영화 속 아이유는 어느덧 실제 나이로는 30대가 됐다.

“30대는 이제 막 시작이니까 아직은 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20대 때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 메시지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에 제 생각을 많이 담기도 했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게 10대와는 구별돼요. 30대는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걸 딱 정해두고 싶지는 않아요. 유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는 대로 그때그때 생각을 담아내고 싶어요.”

해맑은 10대를 지나 20대에 전반적으로 음악을 프로듀싱했던 그는 30대엔 누군가로부터 프로듀싱을 받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가 요즘 배우로서 열심히인 것도 이런 까닭일지 모른다.

“음악을 할 때는 제가 프로듀싱하는 경우도 많고 제 생각이 많이 투영돼요. 많은 스텝분들이 저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거든요. 연기를 할 때는 제가 감독님이나 작가님이나 주변 배우님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반대) 입장이 되기 때문에 (음악과 영화의) 상호 역할이 좋은 거 같아요.”
사진=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가수와 배우로서의 ‘아이유’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주도적인 나와 수용적인 ‘나’가 각각 반대의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랄까.

그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드라마 촬영 중이기도 하다. 여기에 영화 홍보까지. 계속된 활동에 지치거나 하진 않을까.

“제가 연기 생활도 하고 음악 생활, 유튜브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각각의 일로 충전이 되는 거 같아요. 앨범 안 낸 지 1년이 넘었는데, 그런 사이에 연기활동 하면서 알아서 (음악 분야의) 충전이 돼 있고… 크게 다른 충전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일을 워낙 재미있어하고 좋아해서, 알아서 충전이 되는 타입인 거 같아요.”
사진=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으로 해 보고 싶은 배우 역할은 지금까지의 아이유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덜 착한 사람’이다.

“좀 덜 착하고, 작품의 메시지도 꼭 착한 것 아닌, 나쁜 사람들이 나오는, 나쁘게 망한 것을 다루는 얘기를 해봐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나쁜 캐릭터에 팬들이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사진=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예전에는 ‘에이 그런 게 어딨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콘서트를 보면 초등학생 친구들도 많이 오고 그러면 그 친구들이 봤을 때는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드는데요. 그거는(그런 역할은) 아주 어린 친구들은 못 보는 ‘청불’(청소년 관람불가)로 가야 하지 않을까.”

때때로 크레디트에 이지은으로 이름이 적히는 그는 이제 배우로서도 아이유라는 이름만 쓰기로 했다. 하나의 이름만큼이나 그에겐 가수와 배우, 모두 따로따로가 아닌 하나의 도전이고 즐거움인 듯 보인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