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전쟁활동’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 [MK픽]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shinye@mk.co.kr) 2023. 4. 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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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전쟁활동’. 사진ㅣ티빙
※ 이 기사에는 ‘방과 후 전쟁활동’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괴생명체가 학교 운동장까지 쳐들어왔는데도 위정자들은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기기 급급하다. 자의로 혹은 타의로 괴생명체와의 전쟁 중인 대한민국 고3에게는 지금 내 목숨보다는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대입 수능 가산점이 더 중요하다. 이미 미쳐 돌아가고 있는데, 더 미친다고 이상할까. 그래서 ‘방과 후 전쟁활동’은 결국은 파국인거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연출 성용일, 크리에이터 이남규, 극본 윤수)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괴생명체가 지상으로 낙하한 뒤 수능을 50일 앞둔 고3 수험생에서 군인이 된 성진고 3학년 2반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총 10부작으로, 지난 3월 31일 파트1(1~6화) 공개에 이어 지난 21일 파트2(7~10화)가 공개됐다.

수능이 50일 남은 시점, 하늘에 떠있던 수백개가 넘는 구체가 갑자기 땅에 떨어진다. 구체는 소형세포들로 분열되는데, 사단 하나를 전멸시킬 만큼 치명적이다. 정부는 수능 가산점을 내걸고 고3 학생들을 징집한다.

성진고 3학년 2반 학생들(권은빈, 김기해, 김민철, 김수겸, 김정란, 노종현, 문상민, 김소희, 신명성, 신수현, 신혜지, 안다은, 안도규, 여주하, 오세은, 우민규, 윤종빈, 이연, 최문희, 홍사빈, 황세인)은 3학년 2소대로 불리며 소년병이 됐다.

오합지졸이던 아이들은 자신들을 지켜주던 유일한 어른들인 담임 선생님(임세미 분), 이춘호(신현수 분) 소대장, 김원빈(이순원 분) 병장을 차례대로 잃으며 위태롭고 낯선 환경에 어른 없이 남겨졌다.

아이들은 서로 똘똘 뭉치려고 했지만, 끝없는 전쟁활동에 지쳐만 갔다. 서로를 위해서였다는 변명 같은 말로 서로를 속이던 아이들은 결국 의심을 거듭하며 신뢰를 잃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서로를 믿어주고 지켜주자”던 말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건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전쟁 속 구체에게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낸 괴물로 인해 무의미하게 죽임을 당했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일권 작가가 그린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하늘에서 정체불명의 구체가 떨어져 인간을 공격한다는 면에서 ‘판타지’, ‘크리처’ 장르로 분류할 수 있다. 실상은 소년병인 아이들을 강조하며 무한 경쟁사회와 이를 만들어낸 무능한 기성세대를 풍자하는 작품이다.

파트1에서는 평범한 고3 수험생에서 갑작스럽게 전쟁활동에 참여하게 된 3학년 2반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다면, 파트2에서는 온전히 아이들만 남겨진 상황에서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무한 입시 경쟁과 무능한 사회 기득권 세력을 풍자한다는 점과 멀티 캐릭터물로서 한 인물에 비중을 두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을의 이야기를 잘 녹여냈다는 점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포인트다.

다만 진부한 메시지와 개연성 없는 구멍 뚫린 스토리가 완성도를 아쉽게 한다. 아이들의 성장사가 응원 포인트인 와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 생각하고 투덜거리는 민폐캐릭터가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점은 현실적이지만 극적이지 않아 아쉽다.

전쟁 상황 속 결국 미쳐버려 괴물이 된 국영수(안도규 분)로 인한 파국 엔딩은 원작과 같았으나, 중간 설명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그려져 시청자들을 당황케 한다.

‘살아남기 위해선 옆에 있는 친구를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돕고 지켜줘야 한다’는 메시지보다는 ‘괴생명체가 아이들을 죽인 것이 아니라 사회가 괴물을 만들어 아이들을 죽였다’는 원작의 교훈을 전달하는게 조금 더 파국 엔딩을 이해시키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쿠키 영상은 속 ‘뮤지컬 엔딩’이 더욱 의미 있어 보인다. 처음에는 내 안의 흑염룡을 깨울 것 처럼 우스꽝 스러워 보이지만 자꾸 보며 곱씹게 된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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